어릴 적부터 나는 빈티지, 핸드메이드 물건을 참 좋아했다. 오죽하면 주변 사람들이 나더러 시대를 잘 못 타고 태어났다고 할 정도였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벽난로, 램프, 레시피북 같은 것들은 참 매력 있다. 그래서 한동안 서양 고전소설을 자주 읽기도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다양한 빈티지 소품과 의류들을 검색하면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예쁜 문양이 그려진 버터를 보게 되었다. 타샤 튜더를 그때 처음 알았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인이었는데 옷차림은 마치 알프스 소녀 같았다.
타샤 튜더는 90여권의 책을 출판한 동화 작가이자 화가였다. 하지만 그가 유명한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라이프스타일이 있었다. 그의 삶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코기 코티지(타샤의 집과 정원을 뜻하는 명칭이다)를 에세이 한 권에 다 담아냈다.

타샤의 입장에서 보면 공예는 나눔을 위한 것이어서, 그녀의 집에서는 유명한 공예가 친구들의 모임이 자주 열린다.
그렇게 가끔 공예가들은 타샤의 집에 모여, 지식을 나누고 배우면서 기술을 되살린다. 보기에 참 좋은 일이지만, 씁쓸한 구석도 있다. 코기코티지에서 하는 활동 중에는 잊혀지고 있는 분야도 있어서다.
p.22-23
타샤 튜더는 옛 것을 고수하고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 집 안 모든 살림살이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게 없었다. 하다못해 옷을 만들 때도 천을 직접 짜고 염색도 스스로 했다.
무엇이든 전부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하는 그의 주변에는 그와 똑같이 자연친화적인 재료를 사용해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코기 코티지는 계절마다 다양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여러 공예가들이 모인다. 함께 바구니의 패턴을 고민하고, 멋진 도자기 공예를 배운다. 허브 전문가인 친구로부터 핸드크림을 만드는 법을 전수받고, 친구와 함께 아마를 심고 리넨을 짜서 셔츠를 만든다. 똑같은 하루를 살지만 타샤의 하루는 누구보다도 알차고 부지런하다.
타샤가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면 언제나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고령이기도 하고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강도 높고 번거로운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목축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양털을 물레질할 때, 비누나 양초를 만들 때마다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고 나누면서 시간을 보낸다.
코기 코티지는 과거의 순간을 그대로 캡처해놓은 것처럼 그대로 머물러있다. 요즘에는 그 누구도 직접 베틀로 천을 짜서 옷을 만들지 않고, 미역취를 따다가 옷감을 염색하지 않는다. 애플 사이다를 먹고 싶으면 마트에서 사서 먹고, 빵을 구울 땐 최신형 오븐을 사용한다. 분명 누군가에겐 이런 생활이 번거롭고 소모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생활 모습은 숭고한 신념과 규율에 매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타샤의 즐거움에 의존한다. 타샤는 직접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즐기고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손길이 닿은 물건에 들인 품의 가치를 알고 있다. 타샤의 가족은 그런 그의 보살핌에서 자랐다.
타샤의 집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혼자가 아닌 함께 일상을 꾸려갔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협업과 나눔, 서로 배워가며 기술을 보존하고 되살리는 모습은 공예를 단지 물건을 만드는 행위가 아닌, 공동체와 전통, 삶의 태도를 이어가는 문화로 확장시킨다.
타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가 아니라 더 의미 있게, 더 정성스럽게 살아가는 삶. 그것이 때론 비효율적이고 번거로워 보여도 그 안에서 진정한 기쁨과 따뜻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타샤는 보여준다.
결국 타샤 튜더의 삶은 과거의 낭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자세를 되묻는 거울 같았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천천히 답을 찾아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