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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지 못하는 분야에 더 끌리고 동경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음악이 내게 딱 그런 존재다. 무언가를 직접 연주하고 작곡하는 삶이라니! 그래서 무형문화유산 이수자 해금 연주가이면서 포스트록 밴드 멤버라는 소개 글을 보자마자 ‘아, 이 사람은 타고난 천재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김보미 연주가가 걸어온 길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아주 꾸준히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였다는 걸 알게 됐다.


도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포스트록 밴드 잠비나이의 멤버이자 해금 연주가로 활동하는 뮤지션 김보미의 에세이집이다. 영화 『서편제』를 보고 국악의 매력에 빠져 국악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잠비나이 밴드 멤버로서 세계 무대에 서기까지의 여정을 다정한 문체로 담아냈다.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저자의 해금 이야기를 풀어낸다. 『서편제』라는 영화에 깊이 매료되어 국악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저자가 해금을 선택한 건 사실 운명처럼 해금이 좋다기보다는 다소 우연에 가까웠다. 해금은 두 줄뿐인 악기지만, 줄 사이에 끼워진 활과 손가락의 감각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다루기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초반에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선생님과의 만남 이후 조금씩 실력이 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법도 배워갔다. 마치 감각에 의존하는 해금과 서서히 호흡을 맞추듯, 저자도 음악과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 무척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그 모습은 낯선 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져 가는 우리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책에서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산조 연습에 관한 이야기였다. 잠비나이 밴드로 바쁜 활동 속에서 뭔가 소모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 김보미 연주가는 매일 산조를 연습하기로 스스로와 약속했다고 한다. 산조는 악기 하나로 연주하는 기악 독주곡이라서, 한 음 한 음에 세심한 공을 들여야 하는 음악이다. 하루라도 게을리하면 흐름이 끊기거나 감각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이 필수다.


이 산조 연습 과정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명상이나 하나의 수행처럼 느껴졌다. 매일 반복되는 집중과 몰입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정돈되고, 저자 스스로 내면의 깊이를 쌓아가는 경이로운 경험이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쌓은 성실함은 결국 자신만의 내공이 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김보미 연주가가 포스트록 밴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성실함으로 쌓은 내공 덕분이지 않을까.


책의 2부에서는 김보미 연주가가 몸담고 있는 밴드 잠비나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국악기로 팝송을 연주하고 싶지 않았던 전통음악 연주자들이 모여 결성된 이 밴드는, 전통과 실험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해금, 거문고, 피리 같은 국악기들과 기타, 루프 스테이션, 드럼 같은 서양악기들이 낯설게 부딪히고, 다시 묘하게 어우러지는 잠비나이 특유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기존 퓨전국악과는 다른 지점에서 음악적 언어를 확장해가며, 장르의 경계를 흐리는 이들의 음악은 국내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잠비나이는 2014년 영국 글래스톤베리, 미국 SXSW 같은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공연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NPR, 롤링스톤, 더 가디언 등 유력 해외 매체들의 극찬도 받으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음악’을 하는 밴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잠비나이의 세계적 위상 속에서도, 책은 화려한 외면보다는 밴드 멤버로서의 저자의 내면과 경험에 더 초점을 맞춘다.


무대에서 울고 웃는 관객들을 보며 하나가 되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음악이 멈춰버린 듯했던 시간 동안의 공허함, 그리고 평창올림픽 폐막식 공연을 하며 느낀 벅찬 감정 등 이 책은 세계 곳곳을 누비는 화려한 여정 이면의 뮤지션의 삶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특출난 재능이 매일매일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깊이 느꼈다. 김보미 연주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 역시 이 꾸준함을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처음엔 단순한 동경에서 출발한 책이었지만, 책을 덮을 땐 음악이라는 세계가 그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를 비추게 해주는 하나의 거울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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