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 호라이즌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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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역작 『호라이즌』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다. 이 책은 배리 로페즈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가 선보인 글 중 가장 방대하면서도 장소와 사유를 옹골차게 엮은 논픽션이다. 북극, 남극, 북태평양, 남태평양, 아프리카, 호주 등 여섯 지역을 갈무리해, 하나의 교향곡처럼 아름답고 치밀하게 재구성해냈다. 로페즈는 이들 장소를 배경으로, 북극권 지역으로 용감하게 파고든 선사시대 사람들, 아프리카를 침략한 식민주의자들, 태평양을 항해한 계몽주의 시대의 유럽인들, 외교의 문을 걸어 잠근 아시아로 건너간 미국인들 등을 엮어 탐험과 여행을 둘러싼 인류의 오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 책 소개 中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개인이 가진 벽을 깨트리며 더 높은 시야를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문화는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다라는 자유로움을 맛보게 해주고, 역사는 지혜를, 예술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개인적으로도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에 많은 곳을 여행해보았다. 단순히, 새로운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거나 친해지고, 다양한 문화를 눈으로 담으며 내가 있는 곳이 세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갔다.
많은 여행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아직 가지 못한 장소가 정말 많은데, 그 중 가장 가고 싶고, 떠, 나의 버킷은 ‘자연’을 보러 여행을 찾으러 가는 것이다. 웅장한 자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매체로도 그 실물과 느낌을 담아낼 수 없다고 한다. 그냥 엄청 크다고 생각한 자연의 모습을 두 눈으로 담게 되는 순간, 나를 압도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대자연의 일부를 직접 보고 온 이들이 이러한 감상을 남긴 것을 듣고, 나는 내 생이 끝나기 전 꼭 언젠가 직접 경험하기로 결심했다.
‘누군가 달아나려 한다면 그 목적지는 어디일까?’
책의 뒷표지에 가장 먼저 적혀있는 문구이다. 책은 이 질문처럼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도달한 배리 로페즈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놓았다. <호라이즌>은 북극과 남극, 태평양과 아프리카 등 사람이 갈 수 있는 세상의 끝을 누비며 겪었던 모든 것들을 기록한 여행기인 것이다.
배리 로페즈는 미국을 대표하는 환경운동가이자 자연을 깊게 탐구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환경 윤리 장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아 놓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북극을 꿈꾸다』는 1986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던 책으로, 북극 생태계와 그곳 사람들, 동물의 삶을 섬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출간할 당시 극북 지역의 생태계와 동물, 사람들이 직면한 위험은 대부분 자연, 죽 험준한 지형에서 살아가는 기본적인 어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석유 탐사와 채굴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고 도로와 중장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침략의 위험이 시작된 것이다.
로페즈는 지구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지만, 이 땅의 모든 것을 존중하며 행동하는 것은 숨 막히는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연에 대한 걱정을 멈추기엔, 지난 수십 년 동안 생태계를 파괴하고 화석 연료를 태웠었기에 생태계 파괴는 가속되었고 기후 변화는 급격하게 가속되었다.
책은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각 장은 특정 장소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작가인 배리 로페즈는 단순히 설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장소와 역사, 인간이 장소에 가지는 의미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그의 책에서 날짜를 의미하는 단어를 찾기 힘든데, 이 책이 다른 여행기 책과 다른 결정적인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을 본 감상만 적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의 의미 역사를 모두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인류의 기원, 땅의 역사, 생물들의 뒤섞임, 탐험과 식민주의, 기후변화에 대한 윤리적 과학적 성찰 등 장소 하나에 다양한 영역의 주세를 탐색해간다.
로페즈에게 여행은 지혜를 모으는 활동, 즉 자신을 바꾸는 행동이다. 그는 익숙한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목표로 끊임없는 여행을 떠났고, 눈앞의 풍경을 보며 경이로움에 사로잡혔으며, 낯선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의 신념은 내가 ‘여행’이라는 단어에 내가 가지는 가치와 똑같은 것이었고, 그렇기에 나는 나와 같은 시야를 가진 여행자가 남긴 기록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관계는 과거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하기도 지금, 이 순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이야기 한다.
그는 이 모든 이야기를 섬세한 필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태평양의 크기를 제대로 가늠해보려는 시도는 어찌 보면 신을 상상하는 일과 비슷하다.’라고 표현하거나, ‘여기에는 지구의 근본적인 야생성이 있었고, 윌리엄 블레이크가 말한 혼돈 속의 신성함에 대한 감각이 있었다.’라고 풀어내는 등 자기가 보았던 풍경들에 객관적인 서술만 적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견해를 더해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던 우리도 그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그의 책은 단순히 여행기라고 말할 수 없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담는 의미가 무엇인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있는 인문학적 의미, 기후위기와 자연 보존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인문학적 의미와 기후위기 부분에서는 우리가 반성해야 하는 모습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경각심을 얻을 수 있다. 인류가 행하는 무자비한 행태나 자연을 가벼이 소비하는 듯한 형태 등 숨기고 싶은 부분이 낱낱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저 암울하게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가만의 희망적인 전략으로 자신의 경험을 재구축하고, 지혜를 발굴해내고, 희망의 빛을 찾아 우리를 인도함으로써 책을 덮었을 때 앞으로의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아무리 여러 차원에서 엄밀히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도, 그곳을 아무리 여러 번 여행한다고 해도, 한 사람이 한 장소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는 장소 자체가 항상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든 장소는 그 깊은 본성상 투명하지 않고 불명료하기 때문이다.
- 본문 내용 中
[정소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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