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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어릴 적 난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아이였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항상 도서관에 붙어살았기에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내가 장차 크게 될 똘똘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큰 흥미를 가졌던 건 동화책까지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동화책을 졸업하고 난 뒤에는 뭐, 더 이상 말하지 않도록 하겠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소설들을 교과서 삼아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비롯한 역사를 들려준다.

 

'왜 백설공주 왕비는 이미 얼굴이 예쁜데 더 예뻐지려고 하는 걸까?', '왜 빨간 모자의 할머니는 혼자서 외딴 숲속에 사는 거지?' '삼총사는 왜 총을 쓰지 않고 칼만 쓰는 걸까?' 이렇게 책을 읽고 나서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오만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순간이 떠오른다.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어릴 적 즐겨보던 책에서 어린 마음에 가졌던 시시콜콜한 궁금증들이 해소될 수 있는 궁금증들이었음에 매우 기쁘고 반갑다.

 

책에서 다루는 모든 에피소드가 흥미로웠지만 그중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 두 편에 대한 소감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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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가 차별 받던 이유는?


 

한때는 동화던 소설이던 서양문학을 선호했었다. 그래서 글 속에서 스며든 문화나 시민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게 빨간 머리였다.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머리칼만큼이나 붉은 주근깨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색이 상징하는 모든 것을 부여받은 것 마냥 화가 많거나 호전적인 성격이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말괄량이, 왈가닥, 사고뭉치 따위로 부르면서 핀잔을 줬다.

 

책 속뿐만 아니라 실제로 빨간 머리를 가지고 있는 인종들이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걸 '진저'라는 멸칭으로 알게 되었다. 난 그럼에도 빨간 머리를 좋아했다. 붉은 머리칼은 태양이 이글거리고 있는 것처럼 화려해 보였고, 자주 함께 묘사되는 녹색 눈은 총명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적발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은 대부분 힘든 현실 앞에서도 굳세게 살아가는 강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붉은 머리 캐릭터를 그려낸 작가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게 아니었을까.

 

빨간 머리를 배척하는 사회적 시선에 코웃음을 지어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꾸는 건 언제나 사랑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 그의 작품들은 필독서로 정해둘 만큼 명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그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아마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로맨스다.

 

하지만 두 남녀의 나이가 십 대 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난 몇몇 독자들은 코흘리개들이 첫눈에 사랑에 빠져서 급발진을 하다 죽음에 이른 어이없는 이야기라고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나도 그랬다. 어린아이 둘이서 만난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그 짧은 시간동안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니 납득이 잘 가지 않고 엉터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캐퓰렛과 몬터규, 단순히 두 가문만의 갈등으로 일어난 비극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 상황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 속 세계에서 두 개로 나뉜 정파 간의 갈등이었다. 그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부모님을 거역하고 이름을 버리라는 발코니 장면에서 그들이 나눈 것은 단순히 사랑고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고요한 투지였음을 알 수 있었다. 봉건적 질서에서 벗어나 개인의 권리를 쟁취하고자 저항하는 것은 두 청춘의 사랑이었다.

 

그렇게 알고 보니 두고두고 회자될 위대한 로맨스임에 틀림없다.

 

*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를 읽으면서 어릴 적 동심을 가득 안고 읽었던 책들을 이젠 어른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엔 이해할 수도,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았던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을 드디어 풀어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한편으론 즐겁게 읽었던 동화 속 이면이 이리도 암담할 줄은 몰랐기에 의도치 않게 동심파괴의 아픔을 겪어야 했지만, 숨겨진 역사적 배경을 속 시원하게 알 수 있어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이미 어렸을 때 동화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맛보았으니 이젠 다양한 관점과 사건이 얽히고설킨 다채로운 현실을 마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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