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ust by Yang EJ (양이제)]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전 내용을 다시 살펴봅시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주목을 받을 만한 뜻밖의 일', 사전은 사건의 본질을 의외성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가 뜻밖이기 위해선, 먼저 전혀 뜻밖이지 않은 기존의 의견이 자리해야겠지요. 또한, 새로운 것과 기존의 것을 서로 비교할 줄 알아야 뜻밖이란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겁니다. 의외성은 이를 모두 수행할 능력, '사고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한편, 사고는 발명이나 창작처럼 복잡한 연산 과정을 거치는 고등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인간의 고유 특성이라 일컬어지지요. 즉, 의외성은 사고 능력을 갖춘 지적 생명체, 인간을 필요로 합니다. 이렇듯 사건의 본질에는 인간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사건을 '두 가지 이상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에서 '인간과 또 다른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새로이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 속 신문의 기사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리케인이 빈집의 지붕을 날리다'의 주체는 허리케인과 지붕입니다. 둘 다 인간이 아니지요. 이 보도 내용은 어떻게 사건이 될 수 있었을까요?
'허리케인이 빈집의 지붕을 날리다'의 주체인 허리케인과 지붕은 각각 자연 현상과 무정물입니다. 사람들은 염려하며 기사를 살피지만, 곧 집이 빈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산뜻한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깁니다. 신문사는 기사 속 작은 반전이 이처럼 독자로부터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글을 실었습니다. 하물며 허리케인이라는 현상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일이니, 독자가 빈집의 피해에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주목할 화젯거리지요. 편집장은 기자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기사에 승인을 내주었습니다. 편집장은 이 사고가 의외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거지요.
여기서 '허리케인이 빈집의 지붕을 날리다' 사건은 비록 주체가 모두 비인간이나, 인간이 의외성을 판단하는 과정에 참여하였고 더불어 직접 이를 뜻밖이라 인정하였습니다. 인간 존재와 의외성이란 두 조건을 만족하였으므로, '허리케인~날리다'는 사건입니다. 물론, 이 두 과정 모두 현상이 이미 종료된 시점에서 이루어졌지요. 그러나 일이 이미 종료된 시점에 판단 과정이 이행되었단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돌에 걸려 넘어지다' 사건을 다시 짚어봅시다. 아무개 씨는 돌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돌에 걸려 넘어지기 위해서는, 아무개 씨가 돌부리의 존재를 알지 못해야 합니다. 만약 아무개 씨가 돌의 존재를 알면서도 일부러 넘어졌다면, 이는 넘어진 것이 아닙니다. 몸을 내던진 것이지요. 아무개 씨가 넘어진 현장을 살펴볼까요. 아무개 씨는 쓰라린 통증과 함께 뒤를 돌아봅니다. 그제야 돌의 존재를 알아차린 아무개 씨는 고갤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 사건은 아무개 씨가 뜻밖에 겪은 일이므로 의외성과 인간 존재라는 사건의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자, 여기서 비디오를 되감아 봅시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