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튀빙겐에서, 유재하 [음악]

글 입력 2024.09.1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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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빙겐에 온 지 어연 일주일째.

 

오늘은 최고 온도 19도로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날이 추워졌다. 날이 추워지기 바로 직전 토요일 오후 4시. 기숙사에서 급하게 청포도와 텀블러를 챙겨 나왔다. 동네 뒷산으로 짧은 피크닉을 가기 위해서였다.

 

기숙사에서 육교를 건너가면 Winkelwiese 정류장이 나온다. 버스를 타고 넥카강을 지나서 내린다. 다시 10번 버스를 타고 Stauffenbergstrabe 정류장에서 내린다. 그러고서는 함께 내린 사람, 그중에서도 분명 피크닉을 온 것 같은 사람을 뒤따라 가면 길 찾기는 끝이 난다.

 

어쩌다 내 앞에 놓인 목적지를 보며. 뒷산이지만 산은 산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헐떡거리며 계단을 밟다 보면. 꿈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튀빙겐 동네가 모두 내려다보이는. 잠이 안 올 때면 상상하던 그 언덕의 풍경. 새파란 하늘과 새파란 풀. 군데군데 피어난 들꽃과 들려오는 희미한 웃음소리들.

 

유재하를 좋아한다. 김광석도 좋아하지만, 유재하가 좀 더 수채화 같달까. 좋아하지만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유재하가 생각날 일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게 웬걸.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뒷동산에 오르자마자 자동으로 머릿속에서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가 재생되는 것이 아닌가.

 

 

 

 

별 헤는 밤이면 들려오는

그대의 옛 음성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 되어

그대 꽃위에 앉고 싶어라

 

밤하늘 보면서 느껴보는

그대의 옛 숨결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그대 호수에 머물고 싶어라

 

만일 그대 내곁을 떠난다면

끝까지 따르리 저 끝까지

저 끝까지 따르리 내 사랑

 

그대 내 품에 안겨 눈을 감아요

그대 내 품에 안겨 사랑의 꿈 나눠요

 

 

예술과 자연은 닮을 수밖에 없나보다. 자연을 보면 예술이 떠오르고, 예술엔 자연이 담겨있다. 한결같이 존재하지만, 또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보다 보면. 질리지 않는다.

 

어제 본 풍경도 오늘은 또 다르고 내일은 또 다르다. 무한한 영감의 원천. 그래서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이구나. 아름다움은 모두 자연적인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은 아름답다는 것이구나.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예술이고 작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나무 한 그루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고, 떠가는 구름을 쫓아가는 것이 지루하지 않은 것. 자연을 향유하고 음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가 들려온다면. 그게 언제 어디든. 비록 삶에 치여 지치고 힘겨울지라도. 이 순간을 되뇌며 꽉 찬마음과 상쾌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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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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