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즈는 진짜 뭘까 : 퓨전재즈를 소개합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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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철 지난 유행어이지만, ‘재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장과 장면일 것이다. 근래에 재즈가, 어떤 특정 음악의 장르가 허들 없이 많은 사람에게 다가갔던 최고의 음악 밈이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밈에서 벗어나 이 영상을 조금 뜯어보자. 해당 영상은 1976년 그래미 어워드가 배경이 된다. 진행을 맡던 멜 토메가 재즈의 거장인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사람들에게 재즈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라 묻는다. 엘라 피츠제럴드는 이 질문에 즉흥 재즈 스캣으로 화답하고, 이에 맞춰 멜 토메도 합류한다. 이어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여백을 채워주고 사람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춘다.
엘라의 스캣 뿐만 아니라, 이 상황 자체가 재즈를 정확히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의 멜의 질문을 듣지 않고 영상을 중간부터 보면 듀오의 무대로 보일 뿐, 시상식의 한 장면을 연상하기 되려 어렵다. 명확한 가사가 필요 없이, 둘은 입이 움직이는 대로 자신을 뱉어내며 소리로 대화한다. 관중들은 다음 액션을 기다리며 상기된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예상치 못한 리듬이 등장할 때 장내는 더 뜨거워진다. ‘즉흥’. 그 타이밍을 즐기는 것. 흘러가는 대로 느끼는 것. 정해지지 않아 더 자유로운 것. 이런 것이 재즈이지 않을까.
정해지지 않음에 재즈는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즉흥이 재즈의 코어이기 때문일까, 타 장르와의 융합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힙합, R&B/Soul, 심지어 전자음악까지, 이들은 더 좋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진보한다.
필자에게 제일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최근에는’ R&B/Soul 장르에 빠져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지만 아침을 조금 더 상쾌하게 만들기 위한, 혹은 보슬비가 내리는 날에 듣는 재즈도 빠질 수는 없고,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치고 꽤 독특하게도 EDM을 좋아해 왔던 이력 역시 무시할 수 없으며, 큰 티 헐렁한 바지를 입고 뛰어야 할 것 같이 만드는 딥한 힙합 명곡들도 좋아한다. 참으로 박애주의적인 취향이다. 이런 필자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예상치 못한 변주가 얼얼한 퓨전 재즈 앨범들을 소개한다.
1. NOT TiGHT - DOMi & JD BECK
해당 글을 쓰게 된 계기의 앨범이다.
22년 발매된 DOMi & JD BECK 듀오의 데뷔 앨범 NOT TiGHT은 피치포크에서 “부드럽지만 열광적인, 퓨전 재즈를 새로운 세대에 가져오기 위한 앨범”이라는 평을 받았다. 성인이 된 지 얼마 안 된 둘은 평단에서 신동이라 불리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다.
DOMi의 피아노와 JD BECK의 드럼의 환상적인 합이 돋보인다. 특히 이들의 앨범에서 박자감의 빽빽함을 통해 세련됨을 발견할 수 있는데, 라이브 연주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의 브레이크 비트를 드럼으로 선보인다. 앨범의 제목과는 다르게 매우 tight한 리듬으로 재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
2. Dream, Fulfilled - Danny!
어떤 플랫폼에서는 이 앨범을 R&B/Soul로,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힙합으로 장르를 규정하고 있었다. 여러 면모를 가지고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앨범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하고 해당 기고글에 실어본다.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해당 앨범은 인스트루멘탈 힙합에 속한다. 보컬이 최소화되어도 비트 만으로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장르로, 2000~2010년대에 활발하게 참여한 아티스트 중 한 명이 해당 앨범의 제작자, Danny!인 것이다. 다양한 음악적 방향이 포함될 수 있고, 세부 하위 장르에 포함되는 악기들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 앞서 NOT TiGHT에서도 드러난 브레이크 비트가 돋보이는 음원들이 많이 등장한다. 2007년에 나온 해당 앨범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들어도 새롭다. 이러한 거침없는 도전을 해온 앨범들이 존재했기에 오늘날에도 DOMi & JD BECK과 같은 신예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재즈 음악의 풍미를 더해주는 금관 악기들과 브레이크 비트,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둘이 만나 융합을 이루었다는 것을 ‘Summer Samba’를 통해 느끼며 해당 기고글에 충분히 실을만한 이유를 찾았다고 느꼈다.
3. Via Drum - 비앙 & SHINDRUM
퓨전에 대한 시도는 한국에서도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다. 2020년에 발매된 해당 앨범은 DJ이자 프로듀서인 비앙과 네오소울 밴드의 드러머인 신드럼의 합작이다. 다른 듯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두 아티스트를 보여주듯, 앨범 커버 역시 각진 사각형의 형상과 곡선이 맞닿는 지점을 표현한다. 앨범의 네이밍 또한 비앙과 신드럼의 이름에서 각각 따와 via drum - 드럼을 통해 이들이 추구하는 사운드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다.
수록곡 중 ‘God is Love’에서는 에코로 퍼지는 가스펠적 코러스와 피아노 연주가 등장하며 재즈의 소울을 담고 있는 면모가 보인다. 후반부에 마칭 밴드가 연상되는 듯한 규칙적인 비트를 통해 한 곡에서 여러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김수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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