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속 이야기에서 위로를 얻는 날 - 그림이라는 위로

글 입력 2024.05.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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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미술 따위의 예술이 즐거운 이유는 그것을 즐기는 그 자체로도 흥미가 있지만 그것을 하는 사람들 중 재미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도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그림이 판매된 후 꺼내지면서 그림이 갈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는 어느 예술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술은 여러 방면에서 사람들에게 오락을 제공한다. 예술의 한 가지 좋은 점은 각 사람에게 평온함과 위로를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접하기 어려운 건 여전히 다름아닌 '그림'이다. 이번 책은 그림으로써 받는 위로는 어떠한 것인가를 체험해 보고 싶어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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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휴식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독자 여러분들도 저처럼 그림으로 진정한 쉼을 얻길 바라며

그림을 고르고, 글을 썼습니다.

여기서 만나게 될 화가 19인의 인생도 쉽지 읺았습니다.

기쁨과 성취의 순간도 있었지만, 힘들고 외롭고 슬퍼하고 죄절한 순간도 

존재했지요.

어둠을 지날 때, 그들이 바라본 하루의 풍경은 어땠을까요?

 

 

작가의 말의 일부다. 위와 같이 이 책은 19인의 화가의 사람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의 대표작 <절규>는 오슬로의 에케베르케 언덕에 있는 다리 위를 걸으며 그가 느꼈던 바를 그린 것이다. 곧게 뻗은 다리에 서 있는 두 남자, 차가운 색에 둘러싸인 작은 배는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뭉크 내면의 힘겨움을 보여준다.

 

1911년 그의 나이 50세에 발표한 <태양>은 뭉크 생애 가장 밝고 힘찬 그림이다. 마치 짙푸른 절망을 떨치고 씩씩하게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뭉크는 자신을 불안 속에 던져둔 채 웅크리고 있기보다는 밖으로 걸어 나오기를 선택했다. 우울한 감정과 상처를 생생하게 표현하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작가인 만큼, 뭉크의 <태양>이 전하는 힘은 강력했고 고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현재 이 작품은 노르웨이의 지폐 뒷면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물론 그 앞면에는 뭉크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 에드바르 뭉크/태양

 

 

'뭉크'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이 <절규>를 떠올릴 것이다. 이 작품의 이름을 <뭉크의 절규>로 알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뭉크의 <절규>'다. <절규>는 명화 따라잡기로 패러디되기도 하고, 절규하고 있는 모습을 따라하기도 하며,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가 자리잡혀 있지만, 그 작품성을 외면하기란 어렵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모습으로 절규하며 자신이 느낀 불안을 보여 주고 있는 <절규>와 달리 <태양>은 찬란한 빛을 쏟아내고 있어, 화려하다는 평가를 하게 만든다.

 

<태양>은 강력한 빛을 쏟아내고 있어 일출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 작품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적어도 내게는) <태양>의 배경에 차가운 바람이 함께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절망을 깨기 위한 도약의 발판에 서 있는 누군가를 떠올렸기 때문인 듯하다.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고 했다. 어두운 밤이 길어도 아침은 늘 그랬던 것럼 우리를 찾아온다.

 

 

그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직접 야외에 캔버스를 펴놓고 태양이 뜨고 지는 모든 순간, 하루 종일 빛을 바라보면서 작업했고 시력이 크게 손상됐다. 증상이 심해진 백내장과 두 번의 수술을 거친 끝에 쇠한 모네의 눈이 향한 곳은 집 정원의 연못과 그 위에 피어난 수련이었다. 그는 40년간 250여 점에 이르는 지베르니의 수련을 담아냈다.

 

<수련> 연작은 1차 세계대전 전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말년에는 거의 시력을 잃게 되지만 그는 끝내 붓을 놓지 않았다. 과학자의 탐구 정신과 예술가의 감성을 모두 보여주며, 길고 긴 시간 동안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낸 화가, 모네이다.

 

- 클로드 모네/수련

 

 

모네의 <수련>은 우리에게 한적함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 한적하고 평온해지는 그림과 달리 그 작품 속에는 모네의 많은 노력이 들어가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수련은 5월에서 9월에 핀다고 한다. 모네가 그림을 그린 곳, 그리고 그 시기는 지금과 기후가 많이 달랐을 것을 알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더위가 시작하고, 가장 뜨거운 시기, 그리고 상대적으로 조금 서늘해진 시기에 피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네는 그 뜨거운 시간에 가장 뜨거운 것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린 듯하다.

 

모네는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그림을 그리고, 점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절망이었을까? 아쉬움이나 서글픔이었을까? 그랬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건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단단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어떠한 게 버거워서 포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 같은 건 없는 법이다.

 

 

"사람들의 소음을 들으며 밤하늘에 별을 그려넣는 일은 정말 기분 좋았단다."

 

가스 등불을 훤히 밝힌 밤의 카페에서 사람들은 느긋하게 밤을 즐기고 있다. 별이 반짝이는 푸른 밤하늘은 낮의 소란과 뜨거운 햇살을 녹인 힘을 차분하게 품고 있다. 마음을 고요한 호수처럼 차분하게 가다듬어 주는 푸른 색체 속에서 외로움과 절망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행복한 순간을 남긴 고흐. 진정 행복하지 않았다면 그가 그린 밤하늘이 이토록 아름답게 빛날 수 없었을 것이다.

 

- 빈센트 반 고흐/밤의 카페 테라스

 

  

사람들에게 고흐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인지 물으면 어떤 대답이 가장 먼저 나올까.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자화상> 등 어느 하나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대답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나는 <자화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또 다른 화가 고갱과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아픔과 무력감이 있으리라고 몇몇은 말한다.

 

고흐 또한 정신 질환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볼 때 우리는 우울감보다는 아름다움이나 한적함을 더 느끼곤 한다. <밤의 카페 테라스> 또한 그렇다. 어두운 거리를 걸으며 가로등을 바라보거나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는 편의점 따위를 바라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때때로 완전한 어둠을 즐기지 못하게 하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고요함을 시각화해주기도 한다. 다만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는 약간의 소란함이 있어 보이는데, 그건 아마 사람들의 모습에도 눈을 두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고흐는 우울이나 절망 속에서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가 자신만의 감상과 색을 담아 밤 풍경을 담아내던 시간은 우울함이 다가오기 좋은 밤을 아름답게 가꾸어 주지 않았을까 싶다.

 

각 장마다 짧게 화가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그 화가의 작품이나 어느 명언 따위가 이어지는 구성이 좋았다. <그림이라는 위로>는 우리가 아름다운 그림에 속아 화려하게 생각했을 수 있는 화가들의 삶 속 캄캄한 부분들을 조심스럽게 들려준다. 작가가 건네는 위로는 '위대한 화가도 이런 삶이 있었어' 혹은 '너도 이렇게 살아' 등이 아니다. 그저 독자가 화가의 삶을 바라보는대로, 작품을 해석하는대로 각자의 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점이 내게는 가장 좋았다.

 

한편으로는 작품을 보면서 저 사람은 천재다, 재능이다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는 많은 노력이 있기도, 어떤 희생이 있기도, 감히 말할 수 없는 역경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했던 건 사실이다. 오늘의 실패가 내 인생의 실패가 아니고, 오늘의 절망도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강한 확신을 얻었다.

 

예술을 향유하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이 책처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로써 위로나 원동력을 얻고 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영원히 가는 행복도 없지만, 고통이든 놓기 어려운 순간이든 그 안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길을 다시 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단단히 챙길 수 있는 기회였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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