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우연을 필연으로

우연을 기다리고 있지 않기
글 입력 2024.02.2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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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언제 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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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머리를 쪼개듯 가로지르며 튀어 오르는 영감이나 생각 같은 걸 기다린 적이 잦았다. 그렇게 쓰는 게 ‘멋져’ 보였고, 그렇게 쓰는 건 퍽 ‘그럴듯해’ 보였다. 다시 말해 겉멋이라고 해야 할까. 나에게 글쓰기란 그렇게 우연히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잡아채기 위해 늘 예의주시해야 하고, 늘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아득하고 막연한 것. 쉽게 쓰기 힘든 것. 어쩌다 찾아올 뮤즈를 기다리면서, 창문을 열어두고 손톱을 물어뜯어야 했다. 우연히 찾아올 행운, 요행에 가까운 것. 그게 나에게 오랫동안 글쓰기의 이목구비였다.


글쓰기엔 영감이 필요하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오래, 자주 쓰고 싶었고 글이 오길 기다리기보다는 끌어당기고 싶었다. 실제로 살아가면서 글을 쓰는 일은 내가 영감이 팍 튀어 올랐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늘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글의 질과 양은 우연히 찾아오는 때처럼 늘 괜찮거나 그럴듯할 수 없었다. 반뜩이는 한 순간, 뮤즈가 창문을 넘어 들어오길 기다리기엔 밤은 늘 짧았고, 드물었고 밝았다. 백야는 잦았다.


결국 나는 우연을 필연으로 끌어당겨야 했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었고 자주 쓸 수 있었다. 내 상태가 안 좋을 때도 글은 내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은 되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일상적인 일로 만들었다.

 

 

 

자주, 체계적으로, 끌어당기기



내 글쓰기 노하우가 있다면, 아무래도 일상처럼 자주 쓰기, 쓰는 과정을 체계화하기, 변수에 나를 휘둘리게 두지 말고 우연을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기’다.


나의 글쓰기는 다들 그렇듯이 이렇게 이루어진다.


구상 → 개요 → 초고 → 퇴고 → 기고


노하우라고 하기엔 특별함이 없지만, 사실 글쓰기를 특별하게 만들수록 부담감이 커져서 나는 특별함을 내려놓고 일상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선택했다. 명징하게 내 생각과 감상을 구체화하려고 언어를 다듬고 고르는 일은 사실 직감적인 부분도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글쓰기란 무엇보다 많은 사고를 필요로 한다. 계속 생각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감각과 우연에만 기대다가는 방향을 잃거나 쓰기가 더 어려워진다.


구상부터 개요를 지나, 초고 단계는 유동적이다. 구상이 끝나 개요로 넘어갔다고 해서, 구상이 아예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뒤로 돌아올 수 있다. 계속 구상과 개요, 초고는 단계를 여러 번 옮겨가며, 순행하다 역행하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면서 진행된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거나 보고, 메모장을 뒤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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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메모를 하고, 틈틈이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정해 글을 쓰는 습관이 있으면 좋다. 글쓰기에 드는 시간이나 에너지가 훨씬 줄어든다. 다듬을 시간도 충분해져서 생각의 깊이나 글의 질도 좋아진다.


퇴고 단계에서는 사용한 단어나 용어가 정확한지를 검색하고, 맞춤법을 체크한다. 내용적 흐름과 형식적인 부분 두 가지를 신경 쓴다. 가독성이 좋아야 글이 잘 읽히고 내용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다.


기고 단계에서는 글에 맞는 이미지를 찾거나 제목을 다듬는 등, 가독성을 더 높이려고 노력한다. 이 단계에서는 내용보다 형식이나 가시적인 부분을 신경 쓴다. 보기 좋은 것이 읽히기도 좋기 때문이다. 이미 내용적인 부분은 구상에서 퇴고 단계까지 많이 고려했기 때문에, 기고 단계에서는 다른 부분을 더 신경 쓴다. 무엇보다 이쯤 되면 체력이 약간 위태롭다.


글쓰기란 감각적인 부분도 많이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안정한 그 특성을 어떻게 안정적인 퀄리티로 연결시킬지가 아닐까. 우연을 기다리는 일도 종이를 가르며 빠르게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일도 좋지만, 우연히 찾아올 그 기회를 잘 잡아채기 위해선, 안정적인 부분을 만들어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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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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