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옵아트의 선구자, 빅토르 바자렐리의 세계 속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글 입력 2024.01.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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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해석은 VIBE 도슨트 내용을

일부 참고하였음을 서두에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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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한 번쯤 들어보았던 장르인 ‘옵아트’. 20세기 미술의 흐름을 바꾼 옵아트는 옵티컬아트(Optical art)의 줄임말로, 독일 바우하우스의 실험적인 전통과 러시아 구조주의라는 두 개의 미술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현대미술의 한 방향이다.

 

이러한 옵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빅토르 바자렐리의 작품을 33년 만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다시 만났다.

 

“나는 순수한 형태와 색으로만 세계를 완전히 표현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긴 빅토르 바자렐리는 헝가리 태생의 프랑스 화가이다.

 

의학을 전공했지만 ‘뮤힐리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전문 지식을 심도 있게 배워 본격적인 예술의 길을 걷게 된다. 1930년에 파리로 이주한 그는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초기의 그래픽 디자인은 프랑스의 취향과 트렌드에 따라 더욱 화려하고 유동적인 형태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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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작품들을 보면 위트 있는 그의 미적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첫 번째 줄 오른쪽에 있는 작품은 ‘과로’이다. 사람과 해골의 명암 대비가 뚜렷하고, 메시지가 직관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요즘 현대인을 표현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느꼈다.

 

첫 번째 줄 왼쪽, 마지막 줄 두 개의 작품은 모두 ‘회복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같은 이름을 가졌어도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각각 회복을 마치고 다음을 향해 도약하는 단계, 많이 다쳐 빠른 회복이 필요한 단계, 회복을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단계.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관점을 달리하면 매번 다른 글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그림 또한 다르지 않다는 걸 실감한 순간이었다.

 

 

Victor Vasarely, 1939, Zebras, Gouache, pencil, colour and white chalk on paper, Vasarely Museum, Budapest.jpg

Victor Vasarely, 1939, Zebras, Gouache, pencil, colour and white chalk on paper, Vasarely Museum, Budapest

 

 

바자렐리는 상업 예술가로서 작업하는 것 이외에도 그래픽 예술을 통해 광학 효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색채의 대비, 빛과 음영의 관계, 물성의 표현력 등에 관심을 가졌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현실주의에 심취했던 시절 이후에 그는 자연 관경 및 도시의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시기에 바자렐리는 자신만의 추상적인 조형 언어를 발견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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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Vasarely, Vessant, 1952-1981,Oil on Plywood, Vasarely Museum, Budapest

  

 

위 그림은 해변의 자갈과 바닷물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1946년부터 그가 사망할 때까지 매년 여름을 보냈던 프랑스 남부의 고르드 마을. 지중해 풍광, 수백 년 된 석조 건물의 분위기, 중세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그에게 충분한 영감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이 시기에 그는 자연적 기하학적 구조를 발견하게 되며 색채의 대조를 더욱 다채롭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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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 Vasarely, 1979, Stri-oet, Vasarely Museum, Budapest

 

 

바자렐리는 자연물을 넘어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우리 세계 원소들의 속성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저 먼 우주까지 관심을 가졌다. 이에 그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위 작품은 마름모 패턴이 연속된 네 개의 반구로 이루어져 있다. 강렬한 색채와 명암 대비로 마치 공 네 개가 튀어 오르는 것 같은 동적인 시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균일한 크기와 정렬임에도 이토록 다채로운 인상을 주는 이유는 색상 선택에 있다. 그의 그림에서 색상 선택은 관람객의 감정과 심리 상태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작품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드는 감정과 현재의 감정이 다르며, 유독 눈길이 가는 반구의 색 또한 다르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 감정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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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VIBE 앱을 통해 도슨트를 청취하며 관람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조금은 어려울 법한 옵아트에 대해서도, 화가 빅토르 바자렐리에 관해서도 한층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삶에 있어서, 예술에 있어서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바자렐리의 분주함집요함에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수천 번의 붓질로 고른 표면을 만들어내는 것. 거친 표면이 매끄러워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전시였다.

 

그의 화폭에서 이렇게 또 인생의 의미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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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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