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의 우상을 만나다 ② [공연]

글 입력 2024.01.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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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야근’에 관한 두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야근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며, 두 번째는 이러한 야근의 여부가 당일에 결정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것이다. 하필 노엘의 공연은 평일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저 별일 없이 퇴근하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이 그날의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다행히도 무탈히 퇴근을 한 후 공연장이 있는 잠실로 향하였다. 공연장 주변엔 저마다의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온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그 수많은 사람 사이에서도, 나는 아직 우상을 마주한다는 그 어떤 실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나에겐 노엘 갤러거를 동경하던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함께 음악을 해왔던 동료가 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회사 일정으로 인해 공연 관람을 함께 할 수 없게 되었고, 함께 오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이 컸다. 길가에 홀로 서 공연장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바라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랬다.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연을 혼자 관람하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우선 티켓값이 가장 큰 부담이다. 대부분의 공연이 10만원은 훌쩍 넘어가며, 좋은 좌석의 경우 20~30만원의 가격을 형성하는 것도 다반사이다.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 정말 보고 싶었던 공연이 아니고서야 티켓을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리고 시간 또한 맞아야 한다. 친구들의 대부분은 문화예술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주말에 근무하는 일이 많다.  평일 또한 야간 근무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 같이 모여 저녁 한 끼도 먹기 힘든 일정에, 공연을 함께 보러 간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이 진행된다고 할 경우, 내 스케줄만 확인해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노엘 공연은 함께하고 싶었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특히 어릴 적 오아시스의 음악을 들으며 함께 미래를 그려왔던 친구들과 함께하지 못해 큰 아쉬움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뒤로 하고, 공연이 시작되기 10여분 전 공연장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엘 갤러거와 밴드 멤버들이 무대 위에 올랐고, 그 어떤 감정의 변화도 없었던 나였지만 이내 가슴이 벅차오르며 약간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공연의 초반부는 넋을 놓은 채로 관람하였다. 노엘과 노엘의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오아시스 해체 이후의 행보에는 일부 곡들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곡들이 많았다. 오아시스 해체 이후 노엘의 음악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정통 로큰롤 사운드보다 어쿠스틱 악기 및 오케스트라 편곡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클래식 스타일의 모던 팝의 색채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Oasis 'The Masterplan'

 

 

물론 노엘은 오아시스 시절 때도 위와 같은 스타일의 곡들을 보여주었다. 공연이 중반부로 향할 때, 노엘은 “너희 오아시스 팬이지?”라는 짧은 멘트와 함께 오아시스의 곡들로 공연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이러한 노엘 표 음악 스타일로 대표되는 오아시스 시절의 곡 ‘The Masterplan’의 인트로가 이어졌다.


어쿠스틱 기타의 코드 진행과 스트링 선율로 시작되어 후반부로 이어지는 오케스트라 편곡과 기타 솔로, 강렬한 여운 뒤에 곡은 다시 인트로와 동일한 진행으로 마무리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내가 노엘과 오아시스의 음악에 잔뜩 취하게 된 계기도 이 곡 때문이었다. 90년대 브릿팝 록 밴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클래식한 찬가들, 그중에서도 노엘의 송라이팅 재능이 단연코 돋보이는 곡이다.


가사의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인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다가, 결국 우리는 마스터플랜의 일부분임을 말해준다. 노엘과 그의 음악으로 비롯하여 벌어진 내 인생에서의 다양한 일들, 그리고 그의 라이브를 직접 감상하게 된 오늘까지. 인생을 통틀어 보았을 때 그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느덧 공연은 후반부로 이어졌고, 공연의 마지막 곡인 오아시스의 히트곡 ‘Don’t Look Back In Anger’의 피아노 인트로가 울려 퍼졌다. 이 곡을 끝으로 꿈에서 깨어나 집으로 돌아가 또다시 아무렇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전혀 아쉬움 없이 이 곡을 즐겼다. 이 또한 인생의 어쩔 수 없는 한 부분에 불과하지 않은가.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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