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린아이의 마음은 무슨 모양일까? -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 [전시]

당신으로 하여금 동심과 마주하도록 하는 로렌 차일드 展
글 입력 2023.12.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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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n Child

 

 

“동심(童心)을 잃고 싶지 않아.”

 

내가 유난히 자주 하는 말이다. 여기서 동심은 아이 동에 마음 심 자를 쓰는 그 동심을 말한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고정관념이 없기에 풍부한 상상력을 지녔다. 그래서 이미 존재하는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해석력을 갖는다. 그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는 어른이 되어 보는 세계보다 모험적이고 장난스럽고 새롭다. 난 그런 감각을 잃지 않고 살고 싶다.

 

우리에게 [찰리와 롤라]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영국의 그림책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렌 차일드는 동심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바로 콜라주 방식이다.

 

유머러스한 글과 이미지를 잘라 붙여 그림 속에 인생을 쌓듯 입체적인 하나의 세상을 만든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배경에 엉뚱 발랄하고 개성 강한 그림체의 인물들로 말이다.

 

인물의 대사는 자유로운 텍스트가 되어 그림 주위를 떠다니며 그림의 일부가 된다. 캐릭터의 말투에 따라 달라지는 서체도 재미를 주는 포인트다.

 

 

[SECTION 1: 로렌 차일드와 상상 친구들 Lauren’s Childeren]

[SECTION 2: 고얀이와 강아지 Animal Stories]

[SECTION 3: 책 속의 책 Book Inside a Book]

[SECTION 4: 명작의 재탄생 Reimagining the Classics]

[SECTION 5: 요정처럼 생각하기 Think like an Elf]

 

 

흠... 만약 동심이 물리적으로 존재한다면 어떻게 생겼을까?

 

머릿속엔 한주먹에 들어가는 작고 뜨끈뜨끈한 눈송이가 떠오른다. 품에 꼭 안고 지켜주고 싶은 모양새다. 그런데, 사실 동심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어린 마음엔 유난히 모난 구석, 움푹 파여있는 구석이 있다. 온전히 순수하고 보드랍고 깨끗한 동그라미이길 바라는 어른들의 바람과는 달리 말이다. 유난히 편견으로 얼룩지거나, 당황스러울 정도로 무례하고 이기적인 마음이 있는가 하면, 나와 내 주변 세계를 정립해 나가느라 혼란스러운 마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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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1] <학교 가기 싫어>에서의 롤라와 찰리. 문에는 롤라의 상상친구가 서있다.


 

[SECTION 1]에서 이런 복합적인 감정과 생각을 가진 아이들의 시각을 담은 로렌 차일드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다.

 

가족이 처한 재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야기,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좋은 아이와 나쁜 아이에 대한 가치관을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 동생을 향한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일화가 등장한다. 특히 로렌 차일드는 어른의 기준에 맞는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과 주위를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어린 아이의 과정을 담아 공감을 유도한다.


[SECTION 2]는 누군가의 애완동물이 되고 싶어 고양이로 사는 생쥐 ‘고얀이’와 매일 사람처럼 옷을 입고 미용을 하지만 흙탕물을 뒹굴며 뛰어놀고 싶어 하는 ‘푸들’ 트릭시가 등장한다. 서로 반대되는 삶을 원하는 생쥐와 푸들을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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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2] 애완동물이 되길 꿈꾸는 쓰레기통 안의 생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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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2] 푸들 미용실에서 미용을 받고 있는 푸들 트릭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고자 하는 어린아이의 의견은 때때로 (혹은 자주) 묵살된다. 그건 자아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한 것에 대한 무시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어른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단계일 뿐인데도 말이다.

 

로렌 차일드의 작품 세계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이런 점에 있다. 그는 어린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캐릭터로 하여금 당당하고 솔직하게 말하도록 만든다.

 

어른이 규정하는 아이의 역할에 가두거나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정해진 기준으로 동심을 바라보지 않고, 어린아이들을 성숙한 하나의 인격체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리고 작품엔 아이들이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자신을 탐구하고 자신에게 맞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전시를 보면서 동심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어린아이의 마음은 언제 사라지는 걸까?

 

어린이가 끝나면? 365일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되면 없어질까? 자라면서 점차 딱딱하게 굳으면서 가루가 돼버리고는 흩날려 사라지는 걸까?

 

나는 동심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묻혀있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사람의 마음은 나무를 베면 보이는 나이테처럼 동심을 중간에 두고 울퉁불퉁한 선을 그리며 자라는 거다. 그래서 가끔 나의 동심과 비슷한 것을, 가장 안쪽 마음에 닿을 만큼 긴 주사기로 부어 넣으면 동심이 부풀고 커져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곤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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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5] 일곱 마리 강아지를 데리러 가요

 

 

전시의 마지막 [SECTION 5 요정처럼 생각하기]까지 오면 내 안의 동심이 부푼다. SECTION 5는 타인을 생각하는 친절한 마음으로 베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클라리스 빈의 이야기를 전한다.

 

여기엔 2020년 팬데믹에 아픔을 겪은 로렌 차일드가 이야기를 쓰며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바로 행복한 삶엔 이웃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것,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들 모두와 하는 소통과 교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요정은 대부분 작고 장난스럽고 심술 궂은 생김새를 하고 있다. 로렌 차일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그런 요정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으며 아이와 어른들로 하여금 동심을 물리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당신의 동심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동심과 마주하게 하는 로렌 차일드 전은 2024년 3월 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7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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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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