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가들의 언어와 기호 - 그림 읽는 법

예술가들의 언어와 기호에 대한 명쾌한 해설
글 입력 2023.12.0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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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대표적인 여가활동 중 하나로 미술관 관람을 꼽을 수 있다. 미술관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며 작품들 앞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슨트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예술사, 문화적 배경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관람객들은 작품에 담긴 역사적인 맥락과 예술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미술관에서 단순히 작품 구경이 아닌 한 단계 깊은 차원의 작품 감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쉽지가 않다. 작품이 왜 감동적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았는지 등 깊고 풍부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난해한 현대미술과 같은 경우 작품에서 직관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작품 감상이 어려운 이유 중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과의 불일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작가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기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대다수다. 예술가들은 본인들의 감정, 아이디어, 또는 경험을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기호를 바탕으로 시각적인 형태로 구현하는데, 이를 이해하고 충분히 향유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들의 언어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의 언어와 기호에 대한 명쾌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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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림 읽는 법>은 프랑스 예술 전공 유학생인 저자가 엄선한 다양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접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미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90여 점의 작품 도판이 수록되어 있고 꼭 알아 둬야 할 현대미술 작가 Top 25까지 부록으로 있는 등 현대미술에 대한 견문 또한 넓힐 수 있는 지침서이다.


<그림 읽는 법>에는 반타 블랙을 독점한 아니쉬 카푸어를 통해 새로운 재료가 개발되고 발견되면서 어떻게 예술 작품의 다양성이 기여할 수 있는지, “우리는 모두 고깃덩어리이며 잠재적인 시체다.”라고 말한 프랜시스 베이컨이 그린 삶과 죽음 사이에서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뿜어져 나오는 작품, 조각가이면서 철학자인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빚어낸 죽음과 존재의 취약함을 담은 앙상한 조각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문화적 배경과 숨겨진 뒷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와 기호에 대한 명쾌한 해설과 함께 걸작들을 친절하게 해부해 준다.

 

 

 

숭고미, 공포감에서 오는 황홀함

 

책의 내용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숭고미에 대해 명쾌하게 풀어낸 부분이었다. 평소에도 미술작품들을 보면 숭고하다는 감정을 느꼈는데 너무나도 추상적인 감정이었기에 어떤 경우에 숭고함을 느끼는지 스스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화풍이 숭고한 건지, 담고 있는 내용이 숭고한 건지 아니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부분에서 숭고함을 느끼는 것인지 등 숭고함은 매우 추상적인 감정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모호하게 느껴졌던 숭고의 감정에 관해 직접적으로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를 일반화하고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크기의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에 압도당할 때 체험하는 감정을 숭고미라 서술했다.


숭고의 지배적인 감정은 공포이며 사람들은 공포가 안도로 전화될 때 황홀감을 느낀다는 버크의 숭고론을 인용하며 고통이 재현된 작품에서 역설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며 즐거움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숭고미에서 더 나아가 예술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다는 스탕달 신드롬은 숭고함을 넘어선 초월적인 종교적 경험에서 나오는 반응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대 미술 감상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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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도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인지 총 2개의 챕터를 통해 다룬 현대미술 파트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보편적인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에 충분했다.

 

전통적인 아카데미즘에서 탈피하기 위한 현대미술의 실험적인 움직임에 크게 공감했으며 감상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것을 알게 되어 부담 없이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미술 감상에는 정답이 없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감상자들에게 어디까지가 예술인지를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그렇기에 오히려 전통적인 미술보다 자유롭게 감상자 본인의 취향과 감각에 맞게 즐길 수 있는 미술 장르 중 하나이다.

 

현대미술에 왜 무제가 많은지, 백남준은 왜 현대미술을 사기라고 했는지 등 현대미술과 관련된 다양한 내용들을 살펴보며 낯설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이 친근해질 것이다.

 

 

 

진정한 감상으로 가는 방법

 

미술작품을 제대로 즐기고 감상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술작품은 당시 작가의 심리, 정신적 표현 그 자체이기에 작가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기호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에는 관심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접근할지 모르겠다면 책 <그림 읽는 법>이 해답이 될 것이다. <그림 읽는 법>을 통해 이제부터 미술관을 방문해 단순히 일회성으로 작품을 구경을 하는 것이 아닌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시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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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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