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나는 소리로 세대를 연결짓다 - 더 콘서트 37.5 [공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공연, 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의 더 콘서트 37.5
글 입력 2023.11.2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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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


 

“심포니로 즐기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는 단장 김미혜를 중심으로, 2002년부터 클래식에 팝이라는 장르를 접목하여 보다 많은 관객과 함께 즐기기를 목적으로 공연한다. 팝이라고 해서 흔히 아는 외국의 대중 음악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중 음악인 트로트와 국악을 녹여내 폭넓은 연령대가 함께 자리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 음악 또한 선보인다.

 

공연장에 가기 전, 오케스트라에 대해 찾아 보았다. 첫 자리에 갈 때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이 예의인 것처럼, 새로운 공연에 가기 전에 아티스트나 프로그램에 있는 곡들을 예습하고자 하는 마음이 어느새 습관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역시 오랜 시간 관객과 호흡한 만큼, 엄청난 공연 시간과 유튜브 채널 조회수가 인상적이었다. 공연 또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그래서 그들의 연주가 더욱 기대 되었다. 더욱이, 부제목부터 ‘음악을 향한 내 안의 1℃를 깨운다!’였으니 그럴 수밖에. 막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에 제격인 공연이 아닌가. 춥고 시린 마음을 쉬이 누일 시간 조차 부족한 바쁜 현대인들에게 어떤 기억을 선사할까 생각하며 기쁜 마음을 안고서 롯데 콘서트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Again, The Amazing Orchestra Series
더 콘서트 37.5 : 음악을 향한 내 안의 1℃를 깨운다!


 

오케스트라 전체.jpeg

 

 

이번 공연은 지난 공연 때 느꼈던 감정을 ‘다시 한 번’ 재현하며, 오케스트라의 무대로 통해 추운 겨울날 사람들의 체온을 한층 끌어 올려주겠다는 포부를 담은 37.5도를 제목으로 삼았다. 도대체 어떤 연주길래 제목으로 내세웠을까 하는 생각과 앞서 말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음악적 시도들을 직접 들을 생각에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이번 관람은 우연치않게 타악기와 가까운, 오케스트라의 뒷편이 잘 보이는 좌석에 앉게 되었다. 이것이 신의 한 수였다. 공연 내내 타악기의 존재감이 뚜렷했기 때문에 역동성이 극대화 되어 다가왔기 때문이다. 타악기의 매력이 이렇게 컸었나 싶을 정도였다. 평소 공연을 볼 때, 오케스트라 전체의 그림이 잘 들어오는 가운데 자리를 선호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필자 또한 공연장을 갈 때면 양 끝의 좌석보다는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자 했다. 그래서 더 새롭게 다가왔던 걸지도 모른다. 음악은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감상을 시작했다.

 

온도를 높여줄 무대는 ‘Standing in motion’이라는 곡으로, 팀파니 소리가 고조되며 시작되었다. 뒤이어 바이올린과 금관 악기의 소리가 나오며 관객들은 점차 무대에 빠져 들었다. 팀파니 외에도, 드럼 등 타악기가 경쾌한 소리가 오케스트라 명에 걸맞은 ‘POP’한 매력을 강조하였다. 지휘자의 모습 또한 재밌는 요소 중 하나였다. 리듬을 타는 모습에서 친근감이 느껴졌다.


첫 번째 곡이 끝나갈 즈음 든 생각은 클래식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편곡을 통해, 가볍고 신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프리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덕분에 앞으로의 공연 시간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BPM과 더불어 박진감을 고조시킬 일렉트릭 기타의 연주가 가미된 히어로 영화의 삽입곡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만한 곡을 선정했다는 것이 좋았지만, 혹 연령대가 있어 잘 모르더라도 빠져들기에 충분한 열정적인 연주였다. 매력적인 드럼의 비트가 함께 더해지니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한층 풍성해진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였다. 공연 내내 드럼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으니까.

 

이어진 두 곡은 소프라노와 테너의 목소리를 중심의 오페라 곡이었는데, 앞선 무대와는 사뭇 다른 공기를 만들었다. 하프, 호른, 클라리넷, 바이올린 등 익숙한 악기들의 서정적이고 안정적인 선율과 함께 클래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었다. 인간이 가진 최고의 악기인 목소리와 더불어 아름다운 소리가 함께 하니 황홀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다섯 번째 순서는 한국의 고전적인 대중 음악인 트로트를 보사노바 풍의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다. 평소 트로트 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지만, 한국의 ‘한’이라는 정서를 참 잘 표현했다는 음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인지 구슬픈 멜로디가 더욱 와닿으면서도, 우아한 템포 덕에 남녀노소 구분없이 감상하기 좋았다. 실제로 관객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었는데 근처 객석에서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좋아하는 마음들을 엿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여섯 번째 곡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밌었던 요소 중 하나는 플롯과 호른 연주자들이 국악기를 연주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북, 장구, 징, 꽹과리 등 우리 전통 음악에서 쓰이는 악기들이 함께 쓰이다가 드럼 소리와 반도네온으로 넘어가면서 마치 구한말에서 경성 시대로의 전환을 맛볼 수 있었다.

 

1부의 마지막은 아름다운 첼로의 소리로 시작했다. 그러나 곡 전반을 놓고 보자면, 사물놀이패의 강렬함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꽹과리와 북이 주는 힘이 엄청났는데, 휘몰아치는 박자와 서양 음악의 섬세한 현악기 소리가 섞이니 곡의 표현력이 한층 풍성해졌다. 오케스트라와 국악 퍼포먼스팀이 주고 받는 부분은 합이 상당히 잘 맞아서 듣는 재미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도 있었다. 곡의 막바지에서는 강렬한 소리가 홀 전체를 채웠는데, 우리의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잊고 지내던 흥과 한의 감정이 고조되며 심장이 뛰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유는 없다. 그저 음악을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감정이 올라왔을 뿐이다.

 

앞선 1부에서는 한국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2부는 오케스트라와 하모니카,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의 합주가 관람 포인트였다. 특히 2부에서는 하모니카의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학창 시절에 한 번 쯤은 배우는 하모니카의 소리가 저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맑은 소리 뿐만 아니라 섬세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모니카의 재발견을 했던 날이 아닐까 싶다.

 

일렉트릭 기타와의 합주도 신선했다. 원체 강렬한 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주를 한다고 해도 잘 어우러질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편견을 깨부수는 시간이었다. 구슬픈 감정선을 이끌고 가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려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1부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중창단이 다시 등장해 환상의 하모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2시간이 넘는 긴 여정의 끝은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곡 전람회의 그림 중 하나인 키예프의 대문으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성대함이 느껴지는 소리 덕에, 하루의 끝 뿐만 아니라 올해를 잘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다짐이 솟아났다.

 

*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 모인 수십 명의 단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이었다. 각자의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움직이는 몸짓과,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 내는 순간의 연속은 열흘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최근 감상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완성도 높은 소리를 냈느냐, 유명한 연주가의 무대냐 하는 것들보다 요즘은 얼만큼 조화로운 소리를 만들었는가 혹은 얼만큼 몰입감 있는 공연을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하느냐 하는 점을 보게 된다. 음악이 들려주는 조화로움에서 우리는 간접적으로 관용과 여유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고, 몰입감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직업을 대하는 책임감과 예술이 주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음악이 주는 경이로운 경험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소리로써 나와 타자의 연결을 돕는다는 것이다. 더 콘서트 37.5는 프로그램 곡의 다양성으로, 친숙한 악기들로, 보다 재미난 편곡으로써 같은 공간에 있는 다양한 연령과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관객들을 연결지었다. 갈수록 파편화되고 개인화되는 세상에서 연결점을 선사하는 행위는 귀하다. 격변하는 시대에 맞춰 편곡한 음악, 많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곡 선정 등 다정한 선택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공연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쉬운 점 하나 없었던 공연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은 공연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이제 막 추워지는 시점에서 열정적인 연주자들의 모습과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로 직조한 2시간 덕분에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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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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