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단순함에 대한 그리움 [만화]

글 입력 2023.11.13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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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웹툰은 ‘비인간’의 시대다.

 

올해 6월과 9월 열린 <냐한남자>X<마루는강쥐> 팝업스토어는 더현대서울 지하 1층 팝업스토어 역사상 최고매출액을 기록했다.

 

거기에 총 12만명의 방문객, 1인당 최대 116만원의 결제 금액이라는 대기록까지. 이전의 인기 만화 <슬램덩크>나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의 팝업스토어를 웃도는 흥행이었다.

 

마루 팝업.jpg

  

두 작품은 모두 비인간 캐릭터를 앞세운다. <냐한남자>의 올소 작가의 차기작인 <용한소녀>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 연재 중인 <마루는 강쥐>와 <용한소녀>는 그 별점에서도 인기를 알 수 있다. <용한소녀>는 조회수로는 중위권이나 별점 순으로는 수요일 웹툰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마루는 강쥐>는 조회수만으로도 최상위권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 ‘비인간’들에게 열광하는가.

 

인간에게는 없는 무언가가 이 ‘비인간’들에게는 있는 걸까?

 

 

 

<용한소녀> (올소작가)


 

주인공 김용만은 서해바다 용왕의 딸이다.

 

아마 이무기로 추정되는 (그러나 고양이처럼 생긴) 생물이고,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엄마(용왕)를 피해 뭍으로 가출했다. 그녀의 목표는 자수성가. 엄마가 무시하지 못할 만큼 성공해서 정략결혼을 피하고자 한다.

 

용만이 선택한 육지 생활은 학교였다. 학교에서 용만은 짝꿍 심해수를 만난다. 해수는 학교의 전교 1등, 용만이 성공하기 위해 꺾어야 하는 목표인 동시에 첫 만남부터 최악이었던 앙숙이다.

 

다음으로는 학교 씨름부 부장 나무진을 만난다. 무진은 용만의 재능을 알아보고 씨름을 권하고 용만과 해수를 떼어놓기 위해 용만과 ‘사귀는 척’ 작전을 펼친다.

 

두 남자는 점점 용만을 좋아하게 된다. 용만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하남자’들의 대결이 지금, 네이버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마루는 강쥐> (모죠 작가)


 

마루는 강쥐 포스터.jpg

 

 

용만이 이무기였다면 마루는 제목 그대로, 강쥐다.

 

마루는 주인 최우리와 살던 평범한 푸들 강아지였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마루는 사람으로 변했다. 나이는 5세 정도의 어린아이로, 외형만 인간이고 지능이나 행동은 아직 강아지의 습성이 남아있어 경계에 걸쳐있는 독특한 개체가 되었다. 예를 들면 아직도 신발을 물로 흔드는 터그놀이를 즐긴다던가, 고양이나 새를 보고 아르르댄다던가, 하는 습관 등이 있다.

 

‘우리’는 마루가 인간이 된 후로 좌충우돌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쉽게 컨트롤할 수 없는 마루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아랫집에 사는 임준호와 마루의 동갑내기 친구 임서율, 옆집이자 마루의 유치원 선생님인 황순정 등 친구들과의 모험적인 일상이 매 에피소드에 담겨있다.

 

*


용만과 마루는 모두 인간의 모습이지만 영혼은 인간이 아니다. ‘비인간’보다는 ‘반(半) 인간’이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용만과 마루는 많은 인간 어른이 잃어버린 것을 가지고 있다. 아이 같은 순수함, 간단히 말하면 단순함이다.

 

때 묻지 않은 꿈을 꾸고 태연히 희망을 말한다. 불순한 저의 없이 그냥, 당연하다는 듯이 선함을 베푼다. 언니와 장난감 놀이를 하거나 주스를 마시는 것만으로 마루의 하루는 충분히 행복하고 서로 절친이라는 해수와 무진의 거짓말에도 용만은 사사한 웃음으로 답한다. 새로 사귄 친구의 편지 한 장도 밤새 몇 번이고 읽으며 행복해한다.

 

비현실적으로 선하고 단순한 두 캐릭터성은 ‘비인간’이라는 설정 덕분에 오히려 개연성을 가진다.

 

어딘가 슬프다. 언제부터 하찮고 단순하고 무해하다는 수식어가 찬사가 되었을까. 내 경우엔, 점점 복잡하고 피곤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였던 듯하다. 현실엔 음충하고 해로운 사람, 사실, 사건, 시스템들이 잔뜩 있으니까, 픽션에서라도 그렇지 않은 존재를 찾게 된다. 그렇게나마 위로를 받는다. <용한소녀>나 <마루는 강쥐>는 다 읽고 나면 그래도 한 번 더, 현실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된다.

 

지금 나는 교환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와있다. 내 인생에 전무했던 새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외국 학생들의 시각을 배우기도 하고 처음으로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이곳저곳을 다니기도 한다.

 

새로운 장소에서의 내일은 늘 기대되고 즐겁지만 여행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오면 하루 이틀은 푹 쉬어야 한다.

 

침대에 누운 나는 어느샌가 한국에서의 생활을 떠올리고 있다. 대부분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를 생각한다. 지금 이렇게 새로운 날들을 보내면서도.

 

나는 왜 여기에서조차 매일 빽빽이 정해진 시간표를 따라 살았던 학창 시절을 그리워할까. 지금의 날들이 객관적으로 더 새롭고 다채로운데 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을까.

 

이제 그 답을 알 것 같다.

 

이건 단순히 학교라는 시스템, 공부 루틴 따위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다. 크게 변함없는 날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새로움을 찾았던 작고 사소한 것에도 쉽게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었던 그 시절.

 

그래, 그것은 단순함에 대한 그리움이다.

 

일주일에 한 번 달고나 아저씨가 온 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본 날, 오늘따라 어려운 피아노곡이 잘 쳐지는 날, 마음에 드는 노래를 찾은 날, 길고양이를 마주친 날, 지금보다 적게 걱정하고 많이 설레던 단순함에 대한 그리움이다.

 

유럽에서조차 미래를 고민하고 진로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캐릭터를 사랑한다. 내가 허투루 보낸 하루를 후회하고 자책하는 동안, 용만과 마루는 해수와 서율이 뿐만 아니라 스크린 너머의 나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나눠준다. 내 꿈을 응원하고 내 도전을 응원해 준다. ‘그렇게 맘대로 될 리가’라는 말이 입 앞까지 튀어나와도 그 아이 같은 모습에 꾹 참게 된다.

 

일상적인 소재에 담담한 개그를 적절히 섞어 용기와 응원을 건네는 것. 이게 무해한 캐릭터를 내세운 ‘일상힐링물’의 정수 아닐까. 거기에 본 글에선 후략한 고등학생의 달달한 로맨스나, 왈가닥 반인반견의 유쾌한 일상이 궁금하다면 용만과 마루를 만나보자.

 

 

[박상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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