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드러내는 용기 - 스킵과 로퍼 [만화]

글 입력 2023.11.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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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로 상경한 미츠미는 새로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인연을 만나게 된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두고 온 만큼 도쿄에서 처음부터 시작하는 미츠미가 누구와 인연을 맺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스킵과 로퍼>는 전하고 있다. 판매 부수 220만 부에 애니메이션 성공까지 이어진 이 작품은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만큼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걸까?

 

이 작품은 누군가의 대단한 서사시를 담고 있지도, 강인한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교생들의 일상을 우정, 성장, 사랑의 여러 방면에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잔잔하고도 소박한 일상이 우리에게 포근함을 전해주고, 현실에서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용기


 

이 작품에서는 완벽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최근 만화를 읽는 독자들은 주인공에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인함과 흔들리지 않는 완벽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스킵과 로퍼>에서는 이러한 트렌드에 정면으로 도전하듯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인간관계에서 미숙함을 보이기도 하고, 사랑을 다루는 면에서 서투름을 보이기도 한다. 또는, 남들에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을 가지거나 이에 따른 비틀린 상처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등장인물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미숙함에서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줘 결국엔 만화를 읽는 독자들이 응원하게 만든다.

 

이렇게, 변화하는 인물들 사이의 중심에는 주인공인 미츠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라면 수치심을 가지다 보니 자신의 비밀이나 부족한 면을 보이는 것을 꺼리는데, 미츠미는 그걸 용기 있게 드러내 왜 주인공을 맡았는지 납득하게 만든다. 이러한 용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남주인공인 시마가 미츠미를 좋아하게 되고, 친구의 내면을 어루만져준다. 그렇기에, 작가는 미츠미를 통해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내는 주제를 보여주면서 만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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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연인 만화


 

이 작품에서 미츠미가 작품의 주인공 역할을 맡아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이 조연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없는 장소에서 이들이 어떤 만남을 가지고, 사건을 겪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자의 인생에서는 각자가 주인공이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각자가 겪어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메시지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학창 생활’이라는 배경 아래에서 보여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당신은 인생이라는 한 편의 극에서 충분히 멋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진정성 있게 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정 그리고 사랑


 

이 작품의 주요 스토리는 개인의 성장 아니면 인간관계의 성장을 다룬다. 그렇다 보니, 우리가 학창 생활에서 겪게 되는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만화 분류상 순정 만화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사랑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여기서는 친구 간의 우정이 상당히 두드러져 나타난다.

 

낯선 사이에서 어떻게 친해지는지, 진로나 학업의 고민을 어떻게 나누는지,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의 고민 또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엿볼 수 있는데, 별 것 아닌 것처럼 가볍게 스쳐 가는 대화일 뿐이지만 남을 멋대로 판단하거나 짐작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작품의 서사의 순서로 인해 우정의 이야기가 먼저 다루어졌지만, ‘사랑’ 또한 허투루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사랑이 처음인 미츠미와 남들과 사랑을 다르게 생각하는 시마 사이에서 이들이 사랑 앞에서 어떻게 성숙해지는지 독자들에게 천천히 보여준다.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과 인간으로서 좋아하는 마음, 그로 인해 친구로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주인공들의 사랑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도 ‘사랑이란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작가의 생각을 이야기해주는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으니 누구라도 괜찮은 사람, 남을 실망 시키기 싫어 마음을 다 받아주는 사람, 자신 같은 사람이 남을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해 마음을 숨기는 사람 등 다양한 미숙한 사랑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 시절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정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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