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클래식 문외한의 첫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기 [공연]

양인모,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고
글 입력 2023.11.0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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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알고리즘은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유튜브는 클래식 연주자라고는 조성진, 손열음 정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밖에 모르는 나에게 양인모라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무대를 권해주었다. 곡의 이름은 <우아한 유령>이었다.

 

해당 영상은 피아니스트 홍사헌과 협연한 무대였는데, 두 개의 악기만으로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특히 양인모의 바이올린은 춤을 추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사랑하는 사람의 혼의 모습을 묘사하듯 부드럽고 우아했다. 애절하면서도 경쾌한 선율을 유령에 홀린 듯이 듣고 또 들었다. 다른 연주가의 같은 곡을 들어도 그만큼의 감동을 받지 못했다. 언젠가 양인모라는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두 귀로 직접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예술의전당 공연 리스트를 훑어보던 중 양인모와 홍콩 필하모닉의 협연 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3층 맨 뒤 좌석 한자리를 겨우겨우 구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재킷에 광낸 구두까지 신고 도착한 콘서트홀에서 똑같이 잘 차려입은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것만으로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손으로 직접 예매한 첫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게 되었다.

 

독일의 극작가이자 예술비평가 레싱은 그의 저작 <라오콘>에서 음악은 시간예술이라고 했다. 음악은 그림이나 조각처럼 대상 물질로서 우리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청각을 통해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는 것을 의식적으로 포착해야 느낄 수 있는 추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을 보면서 오케스트라 연주는 어쩌면 종합예술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연주자들이 열을 맞추어 앉은 자신의 자리에서 음악에 몰두하는 표정, 순서가 되어 바이올린 활을 들어 올리는 몸짓, 그 몸짓들이 모여 거대한 파도가 치듯 움직이는 팔과 활들이 짜 맞추어진 하나의 군무 같았다. 바이올린이 섬세한 독주를 선보일 때도, 모든 악기가 함께 꽉 채워 소리를 낼 때도 똑같이 긴장감과 장엄함이 홀을 가득 채웠다. 연주자들뿐만 아니라 관람객들까지 공연장의 모두가 연주에 완전히 몰입했다는 게 느껴졌다.

 

첫 번째와 마지막 곡은 홍콩 필하모닉만의 연주로 구성되었고, 두 번째 곡이었던 장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작품번호 47 (Sibelius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 47)은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와의 협연으로 이루어졌다. 이 협주곡의 1악장 앞부분에 클라리넷이 고요한 반주와 함께 이끌던 멜로디를 바이올린이 낚아채 와서 분위기를 뒤바꿔 놓는 부분이 있다. 이때 타악기까지 해서 다른 모든 악기가 합류하는데, 그 웅장함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명시된 스토리 라인도, 한 마디의 대사도 없이 악기들의 하모니로 이런 황홀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양인모의 연주는 화려한 기교가 가득하다기보다는 담담하고 담백했는데, 그 점이 왜인지 모르게 더 애절하게 다가왔다.

 

시각 예술에 치우쳐져 있던 나의 예술 취향을 크게 뒤흔들어 준 경험이었다. 클래식은 내 감정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여전히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이 장르는 더 이상 나에게 고루한 음악이 아니라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지닌 예술이다.

 

 

[최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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