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브람스의 낭만: 2023 서울국제음악제

글 입력 2023.10.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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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어김없이 서울국제음악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거의 대부분 10월에 항상 이루어진 이 음악제가, 올해에는 한 명의 음악가에 집중하여 테마를 선정했다. 고독이 느껴지지만 우아함을 항상 담아내는 후기 낭만의 대가, 브람스다. 개인적으로 브람스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 서울국제음악제의 일정과 프로그램들이 모두 탐이 날 정도였다. 시간만 가능했더라면 모두 가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일정이 가능하면서 음악회 자체로 만족도가 높을 법한 공연을 선택했다. 바로 10월 11일에 있었던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와 SIMF오케스트라의 무대였다. 다른 것보다도 브람스 4번을 연주한다는 것이 가장 큰 유인으로 와닿아서 선택한 무대였다. 이미 서울국제음악제가 끝난 이 순간 회고해보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본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라 특히 앵콜이 본 무대에 대한 여운까지 완벽하게 승화시켜주는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PROGRAM


요하네스 브람스 Johannes Brahms


대학 축전 서곡

Academic Festival Overture Op.80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Concerto for Violin and Cello in A minor, Op.102

I. Allegro

II. Andante

III. Vivace non troppo


INTERMISSION


교향곡 4번

Symphony No. 4 E Minor Op. 98

I. Allegro non troppo

II. Andante moderato

III. Allegro giocoso

IV. Allegro energico

 




올해 서울국제음악제의 네 번째 무대는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으로 시작했다.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가 SIMF오케스트라와 함께 전해준 도입부는 아주 부드러운 시작이었다. 현악부가 부드럽게 쌓아가는 동안 목관과 호른으로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조성해가는 대목, 그리고 이어서 현악부가 한 번 강렬한 변주를 주면서 전환을 암시하는 패시지까지 너무나 좋았다. 이어서 관악부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첫 곡 '우리는 훌륭한 학교를 세웠다'는 즐겁고 아름답게 빛났다. 그리고 나서 점차 홀 안에 퍼져가는 익숙한 선율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였다.


나머지 노래들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노래인 신입생의 노래가 좋았다. 주제 선율을 바탕으로 현악의 선율이 계속 발전되고 이 과정에서 관악부와 타악부가 함께 웅장함을 더해가는 일련의 과정이 보고 듣는 즐거움을 주었다. 가장 마지막 노래인 학생의 노래 기뻐하자에서는 피날레답게 대미를 장식하는 웅장함이 가득했다. 그 화려한 끝에 도달하며 대학 축전 서곡이 끝났다. 압도적인 연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연주로 무대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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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두 번째 연주는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이중협주곡 무대였다. 이 무대에는 바이올린 솔리스트로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이, 그리고 첼로 솔리스트로 클라우디오 보호르케즈가 함께 무대에 나섰다. 1악장 알레그로는 짤막한 도입부 직후 강렬한 첼로의 독주로 인해 특히 클라우디오 보호르케즈에게 주목하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정말로 아름답게 가슴을 파고 드는 솔로 선율을 그가 전해주어서 이미 시작부터 넉다운이 된 듯했다. 이를 이어받는 백주영의 바이올린 선율 역시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이어 첼로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얽히면서 본격적으로 1악장이 전개되었다. 첼리스트 보호르케즈의 서정적인 감성,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섬세한 보잉이 어우러져서 1악장이 화려하게 피어났다. 특히 두 솔리스트가 아르페지오를 주고 받듯 이어지며 연주되는 패시지들을 실제 연주로 보면서 들으니 더욱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2악장 안단테는 1악장의 비장미와 대비되는 우아한 정서가 악장 전반을 관통한다. 작품 전반에서 가장 비중있게 전개되는 1악장에 이어서 연주되다보니 더욱 분위기의 전환이 확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악장이기도 했다. 노래 악장다운 목가적인 분위기 사이로 느껴지는 브람스 특유의 우아함이, 두 솔리스트의 연주를 바탕으로 오케스트라가 확장시켜 나가면서 확연히 느껴져서 좋았다. 브람스가 활기차게 연주할 것을 주문한 3악장은 피날레다운 화려함이 부각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치밀하게 끝을 설계해가는 브람스를 만날 수 있는 악장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두 솔리스트의 호흡이 잘 맞물렸고 SIMF 오케스트라와도 잘 어우러졌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는 게 아쉬울 정도로 기분 좋은 3악장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멋진 연주를 끝낸 백주영과 클라우디오 보호르케즈를 비롯한 SIMF오케스트라와 지휘자 보르톨라메올리에게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기나긴 커튼콜 끝에 두 솔리스트는 다시금 무대 위로 나와서 관람객들에게 앵콜곡을 연주해 주었다. 짤막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매력적이었는데, 지오반니 바티스타 치리(Giovanni Battista Cirri)의 <6 duos for violin and cello Op.12 No.4 in G Major>의 아다지오였다. 바로크 시기의 고아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선율로 마난는 앵콜이어서 너무나 아름다웠다. 백주영과 보호르케즈가 선보인 낭만도 아름다웠지만 이들의 바로크도 가슴에 깊게 와닿았다. 오히려 담백하게 아름다운 바로크 선율로 만난 앵콜이었기에, 더욱 빛나는 마무리였다. 앵콜 끝에도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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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는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브람스 교향곡 4번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오직 브람스의 이 역작에만 할애된 이 시간이 귀하고 소중하기에 인터미션동안 관람객들의 기대가 살아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대감을 안고 맞이한 브람스 4번의 1악장은 부드럽고 섬약한 현악부의 소리가 잘 살아났다. 저며드는 듯 가슴을 파고 드는 도입부 소리부터 아주 탁월했다.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비애가 어려있으나 감정이 과잉되지 않고 그러면서도 심장을 파고 드는 1악장이 사무치게 아름다웠다.


가을 그 자체였던 1악장에서 전환되어 2악장은 관악부의 웅장한 서주와 함께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제시된 주제가 2악장 전반을 아우르지만, 이에 다다르기까지 먼저 현악부의 피치카토를 활용하는데 브람스가 사용한 이 방식이 너무나 적절하다. 그리고 부드럽게 전환을 준비해가는 과정을 SIMF오케스트라가 아주 디테일하게 잘 살렸다. 그랬기 때문에 현악부가 피치카토를 끝내고 관악부가 제시한 주제 선율을 온전히 연주할 때의 카타르시스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3악장은 짤막하지만 브람스의 스케르초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악장이다. 브람스 특유의, 그 무엇도 과하지 않다는 특징은 그대로 담겨 있으면서 익살스러움은 살아나는 분위기였다. 오케스트라 전체가 유기적으로 그 느낌을 잘 전해주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었다. 그 후 대망의 4악장에서는 열정과 비장함이 느껴지는 관악의 힘찬 도입부로 비범한 시작을 보여주었다. 그 후 이어지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에너지가 넘치며 비장했다. 말미에 다가갈수록, 4번의 가장 큰 주제가 발전된 형태로 재현되면서 웅장함을 더해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그래서 마지막 음이 맺는 그 순간에 손바닥에 불이 일 것처럼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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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터져나온 브라보와 함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으며 지휘자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를 비롯한 SIMF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관객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들은 대곡을 연주하고도 앵콜곡을 준비해주었다. 안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무리를 또 준비해 준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웅장했던 대미의 장식에 이어, 정말로 끝맺음을 하는 곡은 브람스의 왈츠 Op.39 중 15번이었다. 작품명을 몰랐다 하더라도 누구나 익숙하게 피아노 선율로 알고 있는 그것이 관현악으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아주 짤막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브람스의 고아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마무리여서 더욱 완벽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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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서울국제음악제는 비록 한 무대밖에 참석할 수가 없었지만, 그 한 무대만으로도 이번 음악제를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테마를 브람스로 잡았던 음악제에서, 브람스의 아름다운 교향악 작품들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를 멋지게 풀어준 파올로 보르톨라메올리를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첼리스트 클라우디오 보호르케즈 그리고 SIMF오케스트라까지 모두 심혈을 기울여 준 덕분이었다.


올해 이렇게 브람스로 아름다운 무대를 보여주었는데, 내년에는 과연 어떤 테마를 잡고 서울국제음악제가 준비될까? 이미 브람스라는 조커를 활용해버려서 내년 주제가 고심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하지만 항상 인상적인 테마를 잡고 왔던 서울국제음악제인 만큼, 내년의 주제를 지금부터 기다리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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