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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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필 때면 처음 마신 술을 떠올리고
꽃이 질 때면 옛사랑을 기억하리”
‘2019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화제작, 극단 난희의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가 돌아온다.
공연은 연극하는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카페 이름은 고대 그리스에서 술과 연극을 관장하던 신, ‘디오니소스’. 목련이 핀 봄날 어느 밤, 카페 디오니소스에 손님이 하나둘 찾아온다.
단골손님, 떠돌이, 우연히 처음 들른 손님까지, 흔하디흔한 카페의 풍경 속에서 카페 아르바이트생 ‘피스’는 짧은 연극을 진행한다. 그러나 도중에 손님들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손님도,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감춰 두었던 상처가 하나씩 드러난다.
이들은 과연 디오니소스 신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연극은 1장 '디오니소스'로 시작해 ‘손님이 나타난다’, ‘신화1: 이카루스’, ‘오랜만에 만나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술에 대해 토론하다’, ‘백부의 춤’, ‘라일락이 필 때면’, ‘신화2: 아리아드네’, ‘건배’, 마지막 11장인 ‘테스피스’까지 총 11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각 장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는 신화의 요소를 현대인의 일상과 애환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이다.
그리스 신화를 꼭 알아야만 연극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태세우스와 이카루스의 이야기를 알고 간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테세우스는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을 받아 미노타우로스가 있는 미궁에서 탈출했지만 훗날 아리아드네를 배신한 인물이다. 이카루스는 미궁을 만든 건축가 다이달로스의 아들로, 아버지가 만들어준 날개가 있었지만 너무 높게 나는 바람에 추락해버리고 만다.
신화가 지금까지도 여러 이야기로 변용되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그대로인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연을 보는 관객 역시 다소 멀게 느껴지는 신화 속 인물과 상징물이 절묘하게 현대인의 삶과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 속에서 ‘피스’가 진행하는 극중극을 보는 것도 연극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다.
디오니소스를 경영하는 배우 ‘소스’ 역에 서태성이, 소스를 찾아온 떠돌이 술주정뱅이 ‘노스’ 역에 박상종이 열연한다. 디오니소스의 단골 손님인 ‘아리’역에는 서진이, 우연히 디오니소스에 들어온 손님 ‘카루’ 역은 서정식이, 작가 지망생이자 디오니소스의 알바생인 ‘피스’ 역은 노준영이 맡았다.
초연 당시 현대인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던 <목련 아래의 디오니소스>가 2023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갈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오는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꿈빛극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20일부터 21일까지는 부평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7일부터 28일까지는 진주현장아트홀에서도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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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난희
17년 희곡작가 김명화가 창단한 극단이다. 개별 작품마다 연대하고 흩어지는 프로젝트 시스템으로 운영하지만, 앙상블을 위해 출연진, 스태프진과 일회적으로 작업하지 않고 연속성을 만들어나간다. 창단공연 <냉면>(2018)을 시작으로 <햄릿, 죽은 자는 말이 없다>(2019), <미마지!>(2020), <이광수의 꿈 그리고 꽃>(2021) 등을 공연했다.
“극단 난희는 희곡이라는 알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부화하도록 따뜻하고 소중하게 품을 것이다. 희곡의 언어가 그 껍질을 깨고 빛나고 향기로운 무대 언어로 비상하는 놀이터가 될 것이다. 작품마다 가장 적합한 방식을 고민하며 살아있는 연극성을 모색하고, 그 모든 노력이 함께 연극 만드는 기쁨에서 출발하여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고 풍성한 이해를 향한 것임을 잊지 않는다.”
[김소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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