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9.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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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의는 이렇다.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언어는 사회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영상매체에 익숙해 있으며, 다양한 밈과 신조어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1인 평균 독서량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언어를 더 이상 책이 아닌 영상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문해력 저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한 카페에서 사과문을 올렸는데 그 사과문에는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여기서 '심심'이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이었는데 이를 본 일부 사람들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문해력 저하 사례가 많아지면서 작년 EBS에서는 당신의 문해력+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 문해력 저하가 심각한 문제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어의 정의를 보면 언어는 사회 관습적인 체계이다. 이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알쓸별잡 방송에서는 지금 세대가 기성세대가 쓰던 문장에 대한 문해력이 낮은 것이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기성세대도 현재 세대가 쓰는 문장에 대해서는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문해력이 저하된다는 것이 요즘 세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현세대의 언어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앞으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말의 트렌드는 말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요즘 말의 지형도를 읽는 눈을 소개해 준다. 왜 굳이 줄여서 말할까? 이 신조어는 또 무엇일까? 어제까지 쓰던 신조어가 오늘은 쓰면 안된다고?라는 의문을 가진 우리에게 해답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언어란 위에서 언급한 기성세대가 쓰던 문장들의 언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세대가 쓰는 언어를 말하는 것이다. 이때 요즘 세대들이 책을 읽어서 문해력을 키워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자. 요즘 세대들이 쓰는 언어는 현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 언어이며,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회가 그 언어를 사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사회를 살아간다면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지 않고 살아간다면 요즘 세대가 심심한 사과를 잘못 이해한 것처럼 새로운 방향의 문해력 저하가 나타나고, 그로 인해 세대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시대적 감수성과 맥락에 맞는 언어가 존재하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언어를 사용하다가는 체하기 쉽다. 나만 탈이 나면 병원에 가면 그만이지만, 내가 뱉은 말로 타인을 상처 입혔다가는 법정에 가야할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줄임말과 밈해력


 

분좋카라는 단어를 아는가. 분좋카란 분위기 좋은 카페를 뜻하는 신조어다. 사실 나는 분좋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굳이 저 말을 줄여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신조어를 잘 쓰지 않는 기성세대들은 신조어를 접할 때마다 나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이렇듯 어떤 줄임말이 익숙하지 않다면 그것이 당신의 일상에 바짝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이 특정한 말을 줄여 쓰고 있다면 그들은 그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는 뜻이다. 한 집단이 사용하는 줄임말을 보면 그 집단의 일상성이 보인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자주 찾는 이들이 국립 현대 미술관을 국현미, 예술의 전당을 예당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분좋카 또한 카페를 가는 것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일상용어라는 것이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고 아무거나 막 줄인다는 사고는 안일한 생각이다. 만약 이해 가지 않는 줄임말이 있다면 왜 줄였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밈은 쉽게 말하면 인터넷에서 시작된 말 트렌드이다. 밈은 제대로 말하려면 길어질 문장을 몇 글자로 줄여서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고, 확실하게 전달해 준다. 예를 들면 너 뭐 돼?라는 말이 있다. 글보다는 문자가 더 익숙한 우리에게 밈해력은 이젠 필수적인 요소이다. 

 

 

 

혼밥과 정이 없다


 

혼밥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집단주의 문화가 주류였기 때문에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인식했다. 하지만 혼밥은 지금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혼밥에서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혼-이라는 접두사를 이용한 혼코노, 혼술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혼밥은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높아지며 뭐든지 혼자 하는 게 편해진 우리 사회가 낳은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언어 중에는 단순한 재미로 만들어진 언어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요즘 애들은 정이 없다'라는 말을 예로 들었다. 과연 요즘 애들은 정이 없을까를 생각해 보면 요즘 애들은 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정을 나누는 관계 범위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이라는 것이 낯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낯선 사람은 조심해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주목하고 언어에 숨겨진 뜻을 포착하면 우리 사회가 안고 살아가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


 

앞에서 언급한 내용만 본다면 결론은 단순하게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로 끝이 난다.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무작정 배워서는 안 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며 그 속에 담긴 의미나 어원을 알아야 한다. 너무 많은 언어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언어의 어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시 중에는 잼민이라는 단어가 있다. 잼민이는 초등학생을 비하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들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EBS에서는 잼민좌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논란된 적이 있기도 하다. 이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어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뿐만이 아니더라도 원래 있던 용어를 사용할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너무 자주 사용해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말들 중에는 누군가를 비하하고 차별하는 뜻이 내포된 경우가 많다. 자신이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록되는 이 시대에서 올바른 언어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언어습관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법

 

첫째, 이 말에 어떤 계층, 성별, 인종, 국가를 비하하거나 폄하할 의도가 담겨있지는 않은가? 둘째, 이 말의 반대말이 존재하는가? 그 반대말이 차별이나 혐오를 내포하지는 않는가? 셋째, 이 말의 어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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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요즘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의 어원을 알게 된다. 나는 의도가 없었지만 많이 사용하던 단어라서 사용했는데 그 단어가 사실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인이기에 때로는 외국인보다 그 단어의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평생 언어를 공부한다고 해서 남에게 상처되는 말을 아예 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면서 누군가는 상처받을 만한 어휘를 줄여나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언어는 전염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를 배움과 동시에 좋은 언어를 많이 써보도록 하자. 나부터 좋은 언어를 쓰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이들이 말로 상처받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임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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