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각자의 사춘기에게, 메이의 새빨간 비밀 [영화]

빨간색은 행운의 색이야!
글 입력 2023.08.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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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사전적 정의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인이 되어 가기 위해 이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이다. 지금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라떼"를 기준으로 사춘기는 보통 10대 중반에 찾아온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빨리 크는 아이들이 많아서 더 이른 시기에 찾아온다고 하기도 한다.

 

여기 미운 13살에 사춘기가 찾아온 아이가 있다.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사원을 운영하는 엄마 밍과 요리를 잘하고 가정적인 아빠 진의 자녀, 메이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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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는 엄격한 엄마 밑에서 착하고 모범적인 딸로 자라며 공부도 꽤나 잘하고, 학교 끝나자마자 사원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청소를 돕는 아이로, 메이의 친구들은 그런 메이를 답답해하기도 한다. 메이와 친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들의 우정과 가슴 뛰게 하는 오빠들의 존재인데, 그들은 보이그룹 포타운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을 따라추며 우정을 쌓는다. 그러던 와중에, 메이가 엄마 때문에 창피와 짜증,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은 다음날, 메이가 하루아침에 래서판다로 변한 채로 눈을 뜨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1. “빨간색은 행운의 색이야!”


 

이 영화의 감독, 도미 시 감독은 10대의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얼마나 이상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서 메이와 메이의 친구들을 감정 표현에 거리낌 없고 자유분방하게 연출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그들은 운동장에 앉아서 운동하는 남학생들을 관찰하며 거침없이 느낀 바를 표현하는데 실제로 나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나서 크게 공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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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빨간 래서판다는 사춘기의 메타포로 사용된다. 도미 시 감독은 래서판다로 변하는 것이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기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두렵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사랑스럽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에서 메이는 래서판다로 변한 후에 굉장히 혼란스럽고 감정 변화가 격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전까지 엄마에게 한마디도 못했지만 래서판다의 모습으로는 엄마에게 화를 내는 모습도 보인다. 이 모습도 중학생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와 언쟁을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 조금 뜨끔하기도 했다.

 

또한, 빨간 래서판다로 괴로워하는 메이에게 아빠가 “빨간색은 행운의 색이야.”라며 메이의 판다가 된 모습도 다정하게 봐주는데, 이 부분의 대사가 참 따뜻하다고 생각했다.

 

 

 

2. 사춘기 소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이다. 메이는 영화에서 친구들과의 우정과 포타운을 향한 사랑, 일명 덕심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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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는 빨간 래서판다가 되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하는데, 평정심을 찾는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친구들의 모습이 있다. 사실 이 나이 때는 친구들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다. 10대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이들이 친구들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굉장히 서운해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다음으로 메이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바로 보이그룹 포타운 오빠들이다. 메이와 메이의 친구들이 지나가면서 동네 남자아이나 같은 학교 남자아이들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들과의 러브라인이나 짝사랑 이야기로 전개되었다면 아마 나는 이 영화를 글로 쓰지 않았을 것이다.

 

메이와 친구들은 포타운을 좋아하고 덕질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다양한 상상을 하는데, 나도 오빠들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어서 크게 공감이 되었다. 특히 메이가 포타운의 콘서트를 가기 위하여 엄마 앞에서 PPT를 만들어 발표를 할 때, 나도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콘서트 가기 위해 며칠을 준비해서 엄마 앞에서 일장 연설을 했던 것이 생각나기도 했다.

 

 

 

3. 엄마와 메이의 사춘기


 

영화 후반부에 메이와 외가 식구들이 모두 빨간 래서판다로 변하고 나서 한바탕 사건이 벌어진 후, 이모들과 외할머니, 엄마는 다시 빨간 래서판다의 영혼을 봉인하는 것을 택한다. 그러나 메이는 래서판다와 함께 사는 것으로 결정되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각 세대의 사춘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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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마 외할머니와 이모들, 엄마의 세대에서는 빨간 래서판다의 존재는 감추고 숨겨야 하는 괴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이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자유롭고 억압되지 않은 사회에서 자랐으며, 메이의 친구들은 빨간 래서판다를 귀엽고 멋지다며 좋아하기 때문에 메이는 이전 세대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또한, 한없이 엄격하고 메이가 자신의 말을 어기는 것을 싫어했던 엄마도 결국 메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는 메이가 “훨훨 날아가는 것을 원한다”라며 메이의 선택을 존중하는데, 끊임없이 부딪히다가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게 된 나와 우리 엄마의 관계가 생각났다.

 

 

 

4. 각자의 사춘기에게


 

영화는 미운 13살 메이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비슷하게 사춘기를 다뤘던 <인사이드 아웃> 보다 <엘리멘탈>이 더 많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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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멘탈>의 엠버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메이는 둘 다 장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며, 둘 다 착실하게 커왔기 때문에 부모님의 말을 듣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갈등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부모와 자신을 제외한 제3자에 의해 내면과 자의식이 변화하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쫓고 그것을 부모가 이해하게 된다는 플롯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엘리멘탈>의 엠버는 정신적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사춘기가 성인에 찾아왔기 때문에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 웨이드와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지만,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메이는 10대이기 때문에 우정과 보이그룹 포타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성인과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메이가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훨씬 서툴고 미숙하다는 점과 부모님에게 받는 억압 방식이 상이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 혹은 덕심 때문이든지, 사랑하는 남자와 커리어에 대한 열정 때문이든지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이고, 부모는 자식을 이해하기 힘들어도 결국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잘 그려냈다는 점에서 두 작품 모두 인상 깊었다.

 

*

 

대한민국에서는 사춘기와 유사한 단어로 쓰이는 “중2병”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런데 100세 시대에 정신적 사춘기가 오로지 10대에만, 딱 한 번만 찾아오는 것일까? 각자 어느 시기에 찾아오든지, 소중한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나만의 어른의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다. 행운의 색인 빨간색을 마음속에 항상 지니고 사는 메이와, 언제나 다양한 색으로 변할 수 있는 엠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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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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