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간과 형태의 새로운 정의 -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시즌2

미구엘 슈발리에 디지털 뷰티 전시를 다녀오다
글 입력 2023.08.2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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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guel chevalier 1.jpg

 

 

교과서에서나 보던 디지털아트를 볼 수 있다니, 놓칠 수 없었다.

 

토요일만 쉰다는 친구를 꼬셔 처음으로 인사동으로 나섰다. 지하에서부터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와 배경음과 함께 거대한 화면 속 작품이 우리를 반겼다.

 

0과 1,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납작한 세계에서 그들이 모인 유기적인 형태는 마치 다른 차원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전시관의 두 벽을 꽉 채우는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선들의 모임인 줄 알았다. 작품을 따라 걷기까지 말이다.

 

관람객의 걸음을 따라 유기적인 선들의 형태가 변했다.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변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 변화가 크게 눈에 띄는 작품도 있었다. 관람객이 지나간 후에 작품은 기존의 형태로 돌아가지 않고 변화한 형태에서 또 다른 형태로 변했다.

 

작품은 원래의 모습이랄게 없어 보였다. 약간의 움직임에 변했고 변한 모습이 본래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유지하다 다시 변했다. 마치 우리네 인생 같았다.


완성이자 미완성인 그림은 관람객이 작품 앞에 당도했을 때, 그때 본격적인 매력을 뽐낸다.

 

작품 앞에선 관람객을 따라 움직임을 만들어 내며 조금씩 변하는 선과 점의 유기체가 역동적이었다. 부드럽고도 거침없는 변화, 그리고 같은 결과물이 없는 작품이 우리네 인생과도 같아 보였다.


우리도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변화하고 그것을 원래 자신의 것인 양 소화해 내면서도 본래의 인간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 miguel chevalier 6.jpg


 

화면 속 3차원을 보고 나니 로봇을 이용한 작품들이 나타났다. 입력된 반복적 행위 속에서 피어나는 같지 않은 선들이 만들어 낸 작품을 보며 이것을 인간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행위예술 중 하나겠지. 라이브쇼도 하고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관람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디지털의 발전이 예술 세계와 미래가 어떻게 결합이 되어 작품을 만들어 낼지를 미리 보는 듯하여 신선했다.

 

이번 전시의 독특한 전시작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전시 내내 감돌았던 배경음악도 전시의 분위기에 관람객을 몰입시키는 데 한몫한 듯싶다.

 

어두운 조명과 빛나는 작품, 그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음은 나에게 다소 기괴하게 느껴졌다. 조용한 듯, 날카로움. 마치 고요한 공간 속 백색소음과 같이 느껴졌다. 디지털 공간 속에서 변화를 맞이한다면 이러한 소리가 날까 싶었다.

 

전시장의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디지털 무아레 작품에 사람들이 많았다. 다소 난해한 듯한 작품이었지만 체험형 전시다 보니 다양한 나이대의 관람객을 볼 수 있었다. 전시 중간마다 의자도 많아 앉아서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도 많았다.

 

미래의 예술, 체험형 전시를 접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

미구엘 슈발리에는 디지털 예술의 선구자이자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작가로 파리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자연과 기술의 관계,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네트워크와 정보 흐름에 대한 관찰과도 같은 다양한 주제로 발전되고 있다. 건출, 패션, 공공아트, 설치를 넘어 에르메스, 바쉐론 콘스탄틴, 페리에 주에 등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 등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또한 가상 예술과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다. 1980년대 이후부터 오직 컴퓨터에만 집중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그는 LED/LCD화면, 3D 프린팅 조형물, 홀로그램 등으로 투영해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2022년 문화 예술분야에서 뛰어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수여하는 문화예술훈장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1년 제주도에서 '디지털 심연' 개인전을 열었고 누적 32만여 명의 관객이 방문해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다.

 


ⓒ Thomas Granovsky 8.jpg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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