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안전한 신체의 확장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네마프 2023 [영화]

글 입력 2023.08.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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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마프 2023]은 대안영화, 디지털영화,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등 뉴미디어아트 영상과 전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대안영상예술축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 영화제이다.


참고로 대안 영화란 주류인 대중 영화에 대한 서사적, 형식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담은 영화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올해 네마프의 주제는 ‘안전한, 신체의 확장’이다. 이 주제는 기술 발달로 많은 이들이 신체의 확장에 대한 기대와 환희에 찬 전망을 내놓지만, 그와 반대되는 방향으로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주는 인간의 확장과, 동시대 전쟁에서 쓰인 드론과 첨단 무기가 보여준 과학기술 문명이 제공하는 풍요와 편안함과의 간극에 주목하면서, 네마프 2023은 ‘안전한, 신체의 확장’에서 확장이 아닌 ‘안전한’에 대한 의미를 대안영상예술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신체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발전에만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인간성과 멀어지기도 한다. 네마프는 다시 확장보다는 신체 자체로 돌아오고자 한다. 어떻게 안전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인가.

 

 

 

프랑스 비디오폼 2023 네마프 포커스


  

이번에 관람한 영화는 <프랑스 비디오폼 2023 네마프 포커스> 였다. 여기엔 7개의 짧은 영상들이 담겨 있었다. 우리, 크로스, 아놀드씨에게 안녕을, 벌거벗은 섬, 미쓰박 프로젝트 #1, 5분만 배우면 기초부터 실무까지 전문가되는 성남주민편, 그리고 내부의 타자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게 봤던 세 가지 영화를 선정했다. 

 

벌거벗은 섬과 미쓰박 프로젝트 그리고 5분만 배우면 기초부터 실무까지 전문가되는 성남 주민편이 그것이다.


정희정 작가의 <벌거벗은 섬>은 파노라마 형식의 산수화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다. 파노라마와 산수화의 만남부터 산수화의 신선한 발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낯섬’이라는 감정. 토끼 가면을 쓴 벌거벗은 인간부터 꽃 가면을 쓴 인간들. 숲속에서 볼 수 없는 기묘한 것들. 자연과 인공적인 것의 만남. 그 속에서 자꾸만 느껴지는 기묘함. 그런 것들이 영상으로서 표현되고 있었다. 


상영 후 이어진 게스트 토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정희정 작가의 작품 해설 또한 인상 깊었다. 처음 이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뒷산에서 본 군용 가방이었다고 한다.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작가는 거기서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한다.


다음은 <미쓰박 프로젝트 #1>. 다수의 미쓰박들의 사진이 담긴 잡지를 오려 같은 장소에 마구 붙인다. 그것들은 곳 하나의 미쓰박이 된다. 다시 세 개의 창이 나오고. 창은 합쳐지기도 분할되기도 한다. 그 모든 것들은 이제 새가 된다. 새가 되어 날아간다.


한국 근현대사 사진 속 여성들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고단했을 삶이 떠오른다. 그러나 고단함을 고단함인지 모르고 살아갔을 삶. 그것이 인생이라고 속으로 수천 번 되새겼을 마음들. 배고프고 치열했던 근현대사 속의 여성들이 여기 지금 소화되었을 때 그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기호가 아닌 수많은 개별적인 사진들을 보며 그 개개인의 삶에도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느끼던 찰나 그들이 하나의 새가 되어 날아가는 걸 보았을 때, 땅에 제일 가까이 붙어 있던 그들이 비상할 때, 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5분만 배우면 기초부터 실무까지 전문가되는 성남주민편>은 네마프의 이번 주제를 조금 더 잘 표현하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71년 대한민국 성남시에서 일어난 광주사건은 한국의 급속한 개발 시대에 강제 이주가 시행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강제로 이주되는 이주민들의 슬픔을 포토샵을 이용하여 설명하는 방식이다. 디지털의 차가움이 현실의 냉혹함을 표현하는 데 적절했다는 것이 나에겐 꽤나 아이러니이면서 동시에 이것이 디지털이 가진 일방향적 소통이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콘에 부여된 정확한 기능과 매뉴얼은 우리가 기계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효율적이지만 오직 효율만 추구한다는 건 여전히 어떤 인간성의 미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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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더레이터였던 문호경 큐레이터님의 말들이 인상 깊었기에 그의 말을 인용하여 이야기해본다.


“새로운 매체가 가지는 기술보다는 새로운 매체가 어떤 상상을 가져올 수 있고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디지털 아트의 장르적 실험의 확장이 가속화되는 시기이며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플랫폼 사이의 경계가 없는 이 시기에 대한 어떤 도전들.”


나는 이번 네마프 2023을 통해 바로 그 도전들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박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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