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음악적 지향점에 대하여: 첼리스트 심준호의 "Schumann"

글 입력 2023.08.2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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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지만, 어느덧 가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다소 더운 느낌은 있어도 한여름의 무더위 같은 폭염은 한풀 꺾였고, 새벽과 밤에는 한결 선선해진 기온이 피부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9월이면 더욱 가을 느낌이 물씬 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매년 돌아오는 가을이어도, 가을이 올 때마다 이 계절이 기다려지고 반가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가을의 향취를 맡기 시작할 9월에, 아름답고 낭만적인 음악회 하나가 예정되어 있다. 바로 첼리스트 심준호의 "Schumann"이다. 낭만 시기의 작품들을 연주하는 첼리스트 심준호의 선율은 아주 온화하고, 내밀하고 또 그 와중에도 힘 있고 강렬했기에 그가 올해 리사이틀의 주제로 슈만을 선택했다는 것이 아주 흡족했다. 슈만이 가진 서정적이고도 격정적인 정서의 역동성을 감안한다면 그가 들려 줄 슈만은 한결 더 아름답고 인상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첼리스트 심준호는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으로 슈만을 꼽았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작품에 투영하고 끊임없이 발전하고자 탐구했던 슈만의 모습이, 심준호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채와 많이 닮아있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심준호가 슈만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거리감이 이토록 친밀하다면, 이 역시 그의 연주에 진솔하게 묻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과연 첼리스트 심준호가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했는지 궁금해졌다.


 



PROGRAM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

3 Romances for cello and piano, Op. 94 (13’)

1. Nicht schnell

2. Einfach, innig

3. Nicht schnell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 Op. 48 (31’)

1. Im wunderschönen Monat Mai

2. Aus meinen Tränen sprießen

3.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4. Wenn ich in deine Augen seh'

5.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6. Im Rhein, im heiligen Strome

7. Ich grolle nicht

8. Und wüßten’s die Blumen, die kleinen

9. Das ist ein Flöten und Geigen

10. Hör' ich das Liedchen klingen

11. Ein Jüngling liebt ein Mädchen

12. Am leuchtenden Sommermorgen

13. Ich hab' im Traum geweinet

14. Allnächtlich im Traume

15. Aus alten Märchen winkt es

16. Die alten, bösen Lieder


- Intermission -


네 대의 첼로를 위한 첼로 협주곡

Cello Concerto for 4 Cellos (arr. Richard Klemm) Op. 129 (25’) 

I. Nicht zu schnell

II. Langsam

III. Sehr lebhaft

 




이번 공연의 처음을 장식할 작품은, 슈만의 3개의 로망스다. 원래 이 작품은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다. 하지만 첼리스트 심준호는 이 작품을 첼로와 피아노의 버전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첼로를 위해 쓰인 작품이 아니지만, 다른 현악기로도 곧잘 연주되는 유명한 작품이다. 원곡과 대비해서 생각한다면 원작은 목관 버전이기 때문에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원곡과 다르게 첼로로 들려줄 음색의 아름다움이 돋보일 것이다. 그래서 심준호의 리사이틀에 가기 전까지, 원곡의 오보에 버전과 다른 현악기 버전을 비교해보면서 감상하다보면 공연 당일에 첼리스트 심준호가 들려주는 첼로 선율의 낭만을 더욱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3개의 로망스는 기교적인 난이도가 높은 곡은 아니다. 선율의 전개를 들어보면 복잡다단한 구성이 이루어진 게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쉽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듯 보이는 선율의 사이사이에 밀도 높은 뉘앙스가 담겨있기에 연주자는 이 감정과 전율을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해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첼로 선율로 슈만의 3개의 로망스를 듣는 것은 아주 좋은 선택이다. 첼로는 음색에서부터 낭만이 가득한 데다가 첼리스트 심준호의 선율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전율을 전해주었던 기억이 있기에, 심금을 울리는 그의 손끝으로 듣는 로망스는 더더욱 낭만적이리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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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호 (c)koiworks



1부의 두 번째 작품은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다. 이 작품 역시 첼로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 아니다. 시인의 사랑은 기악곡이 아니라, 가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아노 반주는 원곡과 그대로 반주하는 형태로 갈 것이 분명하지만, 원곡에서 성악가가 부르는 가곡 선율은 첼로의 음색으로 듣게 될 것이다. 첼로 소리는 사람의 음역대와 가장 유사하기 때문에, 어쩌면 가사 없이 실제 가곡을 듣는 것처럼 관객들의 귀에 와닿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의 사랑을 첼로 선율로 듣는 것도 굉장히 기대되는 대목이다.


시인의 사랑은 연가곡이기에 크게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1곡부터 6곡까지는 사랑의 시작을 노래한다. 하지만 사랑은 아름답게 시작하더라도 가슴 아픈 끝을 맺게 되기도 한다. 슈만은 7곡부터 14곡까지 실연의 아픔에 대해 노래한다. 개인적으로 시인의 사랑에서 가장 좋아하는 Ich grolle nicht(나는 울지 않으리)가 바로 7곡인데, 이를 첼로 선율로 들으면 어떨지 기대가 된다. 마지막 15곡과 16곡은 실연 이후에 겪는 사랑에 대한 허망하고 공허한 마음을 노래하는 작품들이다.


사랑에 대한 설레는 감정, 벅차는 마음, 찢어지는 슬픔 그리고 끝내 그 무엇도 남지 않은 것 같은 허망한 소회까지 첼리스트 심준호의 선율로 들으면 어떻게 와닿을지 궁금하다. 1부의 이 아름다운 여정에는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심준호와 함께 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다양한 실내악 무대에서 여러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추며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준 바 있기에, 그가 3개의 로망스와 더불어 이 아름다운 가곡 작품에 함께 한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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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해 (c)SangWook Lee

 

 

2부에서 첼리스트 심준호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 a단조를 네 대의 첼로를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다시 말해 첼리스트 심준호는 이번 공연을 통해 슈만에 대해 파고드는 동시에, 온전히 첼로만을 위해 작곡된 것이 아닌 작품들을 첼로의 소리로 들려주면서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적 지향점을 확고히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솔리스트 첼로의 선율이야 편곡 버전에서도 똑같이 고정되어 있겠지만, 오케스트라를 세 대의 첼로로 편곡해 들려주는 것은 오케스트라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우선 그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은 그가 2주만에 작곡한 놀라운 작품이나, 정작 그의 생전에는 연주되지 않았다. 슈만의 사후에서야 이 작품이 연주되었는데, 슈만의 시적인 심상과 아름다운 정서가 담겨있다는 점이 슈만의 살아생전에 부각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다. 1악장은 빠르지 않은 템포로 연주할 것을 주문한 악장인데, 솔리스트의 선율이 오케스트라와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아름다운 악장이다. 2악장은 노래 악장으로 느리게 연주된다. 서정적이고 깊은 인상을 주는 2악장에 이어, 3악장은 활기찬 전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바로 3악장에 카덴차가 있다. 화려한 카덴차에 뒤이어 장식적인 코다가 있어 대미를 아름답게 장식하게 되는 구조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 원곡에서는 이 일련의 흐름 동안, 오케스트라가 솔리스트 첼로와 아주 내밀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첼리스트 심준호 리사이틀에서는 오케스트라 선율을 첼리스트 드미트리 리, 첼리스트 채훈선 그리고 첼리스트 박상혁이 나누어 맡을 예정이라 어떻게 들릴지 굉장히 궁금하다. 독주부가 두드러지는 협주곡이었다면 편곡 버전도 쉬이 예상이 가능할 텐데, 사실상 같은 첼로 선율로 독주부와 관현악부의 대비가 극명하지 않은 이 작품을 나누어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대 전까지 원곡을 들으며 네 대의 첼로 앙상블이 어떻게 와닿을지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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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ontyson, 출처 Unsplash



이번 리사이틀로 슈만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을 보여 줄 첼리스트 심준호는 독주와 협연, 실내악, 오케스트라를 오가는 전방위 플레이어로, 현재 한국 음악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첼리스트이다. 2010년 쥬네스 뮤지컬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이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우승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심준호는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세계적인 첼리스트 나탈리아 구트만으로부터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연주하는 진정한 음악가”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후 금호영재콘서트를 시작으로 중앙음악콩쿠르 우승, 2012년 안토니오 야니그로 국제 첼로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며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와 함께 1부 앙상블을 이룰 피아니스트 박종해는 무대 위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 피아노 앞에서 자유롭게 펼쳐 내보이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음악 안에서 진정한 자유로움을 누리는 연주로 각광받고 있다. 무직콜레기움 빈터투어, 취리히 톤할레,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나고야 필하모닉, 홍콩 체임버, 로열 왈로니 체임버, RTE 국립 심포니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으며, 취리히 톤할레, 뮌헨 가슈타익,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 파리 루브르 오라토리움 등 유럽 대표 무대에서 독주회를 선보이며 국제 무대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각인시켜왔다.


심준호와 2부의 앙상블을 이룰 첼리스트 드미트리 리는 러시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 음악원 졸업 후 독일 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및 석사 졸업한 재원이다. 그는 현재 이언 첼로 연구소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첼리스트 채훈선은 독일 뮌헨 국립음대 실내악 석사과정, 로스토크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으며 뮌헨 ARD 콩쿠르 피아노트리오 부문에서 한국인 팀 최초 3위 입상하는 동시에 청중상, 특별상 수상한 바 있는, 실내악에 두각을 드러내는 연주자다. 아울러 첼리스트 박상혁은 예원학교 수석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입학한 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첼로 부문 3위 입상할 만큼 국내외 무대에서 입지를 다져나가는 연주자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영 탤런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작품과 뛰어난 연주자들과 함께, 첼리스트 심준호는 슈만의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그가 탐구한 슈만의 모습을 보게 될 9월 16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3년 9월 16일 (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첼리스트 심준호의 “Schumann”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 A석 2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마스트미디어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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