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삶을 은유하는 날씨의 리듬 - 날씨의 음악(이우진 저)

날씨의 리듬 위에 덧그리는 삶의 선율
글 입력 2023.08.0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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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주한 한여름의 하늘과 구름

 

 

매일의 날씨는 우리의 생각보다도 더욱 우리의 삶과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매일의 날씨를 그저 받아들이는데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날씨의 변화에 때로 무심해지곤 한다.


그러다가 문득 얼굴을 스치는 바람의 온도와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의 소리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하루의 시작과 끝에 마주한 하늘의 얼굴에서 그날의 기분이 달라짐을 느낄 때, 당연하게 여겼던 매일의 날씨가 하루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힘을 가졌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우리 삶에 강렬한 흔적을 남기는 자연재해도 날씨의 영역에 속한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집중호우와 이로 인한 홍수, 태풍, 가뭄 등을 포함하여, ‘마이크로버스트’라 불리는 강한 돌풍으로 인한 비행기 추락 사고, 냉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은 모두 지형과 지리적 위치의 영향과 함께 대기의 흐름이 변화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누군가에게는 일상 속 작은 불편으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오랜 시간 돌이키기 힘든 큰 피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과 기후와 식생의 변화, 또 지역과 시기별로 더욱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며 진행되는 홍수와 가뭄 등 날씨가 보내는 경고가 더욱 와닿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날씨를 예측하고,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는 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를 둘러싼 대기의 흐름을 더욱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날씨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풍경들에 물음표를 붙여보는 일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날씨를 좀 더 세심하게 포착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기상학자로서 오랜 시간 날씨를 연구하면서 이를 역사와 예술 혹은 우리 삶의 모습에 빗대어 대중들에게 전달해온 이우진 작가의 저서 『날씨의 음악』은 그 시작을 함께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날씨와 연관된 다양한 요소들을 아울러 대기의 흐름을 표현하고 설명하는 『날씨의 음악』을 통해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날씨의 리듬과 선율을 더욱 섬세하게 느낄 수 있기를, 날씨가 보내는 엄중한 경고를 더욱 가깝게 인지하고 이를 위해 행동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날씨의 리듬 위에 덧그리는 삶의 선율


 

날씨의음악_표1.jpg

 

날씨는 매 순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며 변화한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의 요소들을 매 순간 모두 인지하고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잠시 스친 한 줄기 바람이나 우연히 마주한 구름의 모양에서도 그 뒤에 있는 대기의 흐름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이는 날씨를 더욱 섬세하게 느끼고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예컨대 구름의 모양은 온도의 변화와 바람의 흔적을 보여준다. 여름에는 햇볕에 뜨겁게 달궈진 땅 위로 열기둥이 피어나고, 그 안에서 수증기가 응결하며 뭉게구름이 인다. 뭉게구름은 바다의 수증기를 한껏 빨아들인 남풍과 만나 점점 높게 자라고, 물방울들 사이의 공간이 점점 채워지며 어둡고 무거워진 구름은 장맛비를 쏟아낸다.


반면,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하며 기온이 점점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대기의 상층부에 있는 구름방울은 얼음의 형태를 띠기 쉬워진다. 따라서 주로 땅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름의 구름과 달리 가을에는 높고 옅은 구름이 자주 보인다. 


이처럼 매일 마주하는 하늘의 얼굴에서 이를 이루는 수많은 물방울들과 이들을 스쳐간 바람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저 무심히 넘길 수 있었던 풍경들이 하나하나 모두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를 통해 일상에 녹아든 시간의 흐름과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요소들을 더욱 풍부하게 느끼고 이해하며, 일상에 의미를 더할 수 있다. 


또한 왜 여름철 집중호우는 유독 새벽녘에 더 강해지는지, 겨울철에 함박눈이 내릴 때는 왜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드는지 등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기 현상이나 막연한 느낌들의 답을 찾아보면, 땅과 바다, 하늘이 모두 연관하여 작동하는 대기의 흐름을 발견하게 된다.


 

공기는 하늘에만 떠 있고 물은 땅 위로만 흐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땅속으로 이어져서 쉬지 않고 순환한다.

그런 점에서 땅은 하늘의 연장선이고 하늘은 땅의 기운이 퍼져가는 곳이다. 

 

- p.55


 

단편적으로 보였던 현상 뒤에 이렇게 수많은 요소들이 유기체처럼 함께 연관하여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날씨의 리듬을 자아내고, 이는 삶에도 의미심장한 알레고리를 선사한다. 반복되고 순환하는 과정 속 한 장면을 영원히 지속되는 전부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의 원리를 살피는 것은 삶에도 필요한 태도이다. 매일 달라지는 바다의 빛깔과 파도의 높이 자체에 너무 흔들리거나 지레짐작하기보다는 이를 작동시키는 대기의 변화를 포착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바다의 표정은 날씨에 따라 늘 변한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푸른빛을 띠다가도

구름이 해를 가리면 바다색도 칙칙해진다. 그러다 바람이 점차 강해지면

바닥 모래가 바닷물에 섞이면서 잿빛을 띤다. 태풍이 북상하면 전령이

해안에 먼저 당도한다. 사나운 폭풍의 소용돌이가 만들어낸 물결이 태풍보다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잔잔했던 수면은 어느새 물결로 일렁이고,

높아진 파도가 부서지며 하얀 띠가 여기저기 늘어난다.

주기적으로 파봉이 해안가에 부딪힐 때마다 아치를 그리며 물보라를 토해낸다.

태풍이 전방에 만들어낸 고기압 덕분에 태양은 이글거리고

파란 하늘이 하얗게 일어난 물보라와 대조를 이룬다.

그러다가 태풍이 더욱 가까이 접근하면 구름이 하늘을 덮으면서 사방이 캄캄해지고

 폭풍우가 거세지고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온다. 포세이돈의 등장이 임박한 것이다.

 

- pp.127-128

 


‘폭풍전야’라는 말처럼 태풍이 오기 전 하늘은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이 맑은 얼굴을 보여준다. 이때 파도가 보내는 경고나 거시적인 대기의 흐름을 보지 못한 채 하늘이 비추는 찰나의 그 얼굴만을 믿고 있다가는, 태풍이 덮쳐올 때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더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거센 폭풍우라고 하더라도 영원히 계속되는 날씨는 없다. 물론 기후에 따라 날씨의 변화가 크지 않은 지역이 있고,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수 등 날씨의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있지만, 매일의 기온이 달라지고 바람의 방향이 달라지듯 날씨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대기는 순환한다.


이렇게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매일의 날씨를 살피다 보면, 자연스레 그 리듬과 선율에 우리의 삶을 비추어 보게 된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이러한 자연의 원칙들은 의외의 순간에 우리에게 위로와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의 순간 순간,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괴롭고 속상한 순간 순간, 때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연의 원리로 인생을 은유하며 마음을 다잡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거친 폭풍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끝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미에는 무지개가 뜬다.

 

- p.140

 


막연히 받아들이고 그저 겪어냈던 날씨의 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내고 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는, 날씨가 은유하는 삶의 면면을 경유하며 삶에서 놓치고 있던 풍경을 되돌아보고 삶이 지닌 원칙들을 다시 되새기는 과정과도 닿아있다. 그렇기에 날씨의 리듬과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그 위에 더욱 깊이 있고 아름다운 삶과 생활의 선율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매일의 날씨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 우리 앞에 다가온 기후 위기


 

날씨는 거대하고 복잡한 자연의 상호작용 안에서 움직이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인간 역시 날씨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사람들이 배출하는 온실기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고,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지형과 생태계의 변화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와 날씨의 변화로 인한 피해를 극대화하고 있다. 


매해가 다르게 커지는 집중호우 피해와 이상기온 현상 등 눈에 띄게 변화하는 날씨를 보면서 그것이 지구온난화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면, 지구온난화가 더 이상 미래세대를 위한 과제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 가깝게 닥친 위기임을 실감할 수 있다. 


『날씨의 음악』 속에서 저자는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의 지역 간 편차가 심해지고, 수온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이상기온 현상이 생기는 등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지구적으로 벌어지는 날씨의 변화에 주목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의 흐름이 정체되면 지구의 기온의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극심한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진다.  

 

 

지구온난화도 변수다. 기온이 상승하면 해상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증발할 것이고,

 수증기가 모이는 지역의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다. (...)

수온 상승으로 열대의 북방 한계가 확장됨에 따라 북태평양 고기압도 더불어

팽창하는 추세다. 고기압 가장자리는 비구름이 지나다니는 통로 구실을 한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놓인 지역에서는 집중호우로 비 피해가 늘어나는 반면,

고기압권에 파묻힌 지역에서는 마른장마에 푹푹 찌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강수량의 지역 편차가 심해지고,

가뭄과 홍수의 양극단을 오가는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도

빈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 p.116

 


대기의 흐름은 국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전지구적인 요소들에 의해 움직인다. 그렇기에 어느 한 지역에서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현상은 기하급수적인 파급력을 가지며, 그 영향이 지구 반대편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지구온난화로 인해 극지에서 더 많은 빙하가 녹는 현상이나 열대지방에서 더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도 단지 그 지역뿐만 아니라 전지구적인 기후와 날씨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극지의 얼음은 온난화로 인해 상승한 대기의 열기를 식히고 대지가 열기에 달구어지는 것을 막는 기능도 가지고 있었기에 지구온난화로 극지의 얼음이 녹는 현상은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강화한다. 


 

얼음은 햇빛을 차단하여 지표가 달구어지는 것을 막는다.

그린란드나 남극 대륙에 두껍게 쌓인 얼음층은 차갑게 식힌 공기를

더운 곳으로 흘려보내 온난화를 저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기온 상승으로 얼음 면적이 줄어들면 지표는 그만큼 더 많은 햇빛을 받으며

온도가 상승한다. 덩달아 대기의 기온이 오르고 이로 인해 극지의 얼음층은

더 많이 녹아내린다. 도처에서 발생하는 이상 한파는 극지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발생하는 일종의 발작으로서 온난화를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 pp.236-237



따라서 지구온난화는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날씨에 전방위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일정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기에 지구온난화가 당장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날씨의 변화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이해하는 일은, 지구의 대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모두가 함께 기후 위기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날씨의 음악』은 지구온난화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기하거나 본격적으로 지구온난화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 책은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는 날씨에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계속해서 이러한 날씨의 변화가 보내는 위험 신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타이태닉호가 가라앉던 밤바다는 유난히 고요하고 잔잔했다.

선뜻 다가온 재앙의 전조는 수면 아래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지나던 배들이 빙산을 떠다닌다는 경고를 수차례 전했건만

귀담아듣는 이가 없었다. 멀리 내다보는 쌍안경이 사물함에서 잠자는 동안

망루의 지킴들은 눈앞의 상황에만 매달렸다.

속력을 높이고 탑승 좌석을 늘린 대신, 위험에 대비한 구명보트는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가 처한 기후 위기의 현실이

왠지 타이태닉호의 처지와 닮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 pp.237-238



막연하게 ‘문제’라고 인식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것이 왜 문제인지, 현재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얼마나 큰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저자가 지적했듯 이제는 날씨가 전하는 경고를 진지하게 귀담아 듣고 우리 앞의 위기를 마주하며, 다가올 더 큰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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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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