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셀프 망상 인터뷰

글 입력 2023.08.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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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A1. 식물을 공부하고 있고, 클래식과 인문학에 관심이 있습니다.

 

 

Q2. 자신을 짧게 표현해주세요!

 

A2. 에디터 신청서를 작성할 때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듯 합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자유로운 망상가’라고 대답했습니다.

 

 

Q3.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A3. 망상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가 하는 상상이 여느 소설보다 짜임새 있고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실 감각이 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죠. 장점은 어떤 픽션이라도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점이고, 단점은 픽션을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공부하는 분야가 과학이다 보니 망상을 나눌 곳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기에 친구들에게 제 망상을 주제로 이야기도 해보고, 글도 써보니 어느새 제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제가 엉뚱한 생각만 하는 줄 알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면을 누군가가 이해해준다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더 좋습니다. '망상을 감춘 나'보다는 '망상을 드러내는 나'가 진짜에 가까우니까요.

 


Q4. 픽션에 대해 자주 언급하시네요. 위와 같이 생각하시게 된 계기가 뭔가요?

 

A4. 어릴 때는 픽션을 좋아했습니다. 로알드 달이라는 유명한 작가의 책을 자주 읽었습니다. 학교 끝나고 도서관도 자주 가고 말입니다. 아마 중학교 이후부터 몰입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시간낭비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많은 책과 영화들이 있는데, 한 가지 작품 속에 몰입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고요. 지금은 그리 동의하지 못하지만, 그때부터 유지하던 마음의 관성 때문에 아직도 픽션을 그리 즐기지 못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생각이 바뀌어 책이나 영화로 픽션을 접하는 중입니다. 픽션만 담아낼 수 있는 세상도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선호하는 부류는 현실과 '조금' 다른 세상입니다. 현실과 닮아서 몰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과 차이가 없다면 현실보다 못한 것이죠. 상상으로 만들어 낸 세상은 적어도 현실보다는 재밌어야 하지 않을까요? 역사적 사건이 살짝 뒤틀려져 있다던가, 상식이 조금 어긋나 있다던가 하는 부분 말입니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내거나 큰 줄기로 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가 픽션에서 가장 크게 즐기는 부분입니다.

 

 

Q5.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5. 이번 년도 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망상가’의 망상을 밖으로 꺼내보고 싶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몇 사람들이 보니 그때부터 재미있어졌습니다.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 그렇게 흥분될줄 몰랐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머릿속을 잘 드러낼 글 쓰는 활동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글쓰기를 해보면서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로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몇 번 글을 써보니 일주일에 한번씩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 듯 합니다.

 

 

Q6. 이번 인터뷰에서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6. 저를 소개하는 글이라면, 항상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같이 언급합니다. 이른바 ‘나의 일대기’를 소개하는 과정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꼭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차원적으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으면 하면서 최대한 주저리 주저리 설명하게 됩니다.

 

이마저도 그런 설명입니다. 잠시 ‘과거의 나’에 대해 조금 말해보려고 합니다. 어릴적에는 활발하고 씩씩한, 때로는 과도해서 성질이 더럽다는 말을 듣기도 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다 점차, 자존감이 낮아졌습니다. 별일 아니었지만, 저를 바라보며 누군가가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자 급격히 심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저에 대해 이야기하던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루해지기 전에 ‘지금의 나’로 넘어갑시다. 지금은 밝아졌습니다. 좋은 방향인듯 합니다. 어릴적 무모하고 싹수없던 시절과 미묘히 다릅니다. 언행에 자신감이 있지만, 속은 존중으로 차있습니다. 그 이유가 ‘과거의 나’가 만들어 준 자세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뜬금없지만, 여러분도 비슷한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현재 속에서 느껴지는 과거의 기반을 느껴보시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 말입니다.

 

 

Q7. '현재의 나'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A7. 계획이 많습니다. 성향이 그러하나 실행력은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도 실행하는 횟수는 이전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악기를 배워보려고 무턱대로 클라리넷을 구입했습니다. 배울 데를 찾지 못해 동네 커뮤니티에서 한 분을 만나 은혜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최근에 아침 6시에 일어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잠들기도 하고, 낮잠을 너무 오래 자기도 해서 고민 중에 있습니다. 평소에 읽어보고 싶던 책이 많아 책상 옆에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밀란 쿤데라의 《커튼》과 《불멸》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 노란 색감을 채워주네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도 읽어보려 책 더미 맨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만 보고도 제가 정확히 누군지 몇 분은 알아차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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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이 다는 아닙니다. 글의 메인 사진으로 쓰인 그림도 제가 최근에 그려본 그림입니다. 더 열심히 그려보려고 합니다. 언어도 배워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 많은 일에 손을 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 많지 않아 고민입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지금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Q8. 대학생이라면 지금 방학일텐데, 방학이 끝나기 전,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A8. 소설을 하나 쓰고 싶습니다. 앞에서 주구장창 픽션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으면서 이제와서 소설을 써보고 싶다니 참 웃긴 상황입니다. 갑자기 든 생각은 아니고, 최근 반년 간 이어온 한 줄기의 망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잠에 잘 들지 않는다면 망상을 합니다. 망상을 시작하면 보통 10분 내로 쉽게 잠에 듭니다. 그러다 어떤 망상에 꼬리를 물고 세상을 확장시켜 보니 꽤나 흥미로운 내용이 나왔습니다.

 

여러분에게만 조금 말씀드리자면, 광합성하는 인간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미 자주 쓰인 흔한 소재이지만, 거기서 펼칠 이야기는 아마 저만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누가 탐낼까 두려워 더 이상은 말하지 못하겠네요(웃음).

 

 

Q9. 어느덧 아홉 번째 질문입니다. 이번 인터뷰를 응해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9. 오피니언을 대신해서 쓸 수 있다 해서 냉큼 하게 되었습니다. 거짓말 같지만 요즘 쓸 글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매주마다 문화예술에 대해 내 생각을 이야기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참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 이런 제안은 솔깃합니다. 자신이 유명인이 되어 인터뷰를 하는 상상. 누구나 해보지 않았나요? 요즘은 유퀴즈와 같은 인터뷰 프로그램을 보며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어떤 말을 할지 가끔 생각해 봅니다. "나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도저히 몇 시간 내로 저를 설명한 자신이 없는데 말이에요. 지금 인터뷰는 중요한 자리를 대비한 일종의 연습이라고 해둡시다.

 

그러고 보니 지금 하는 인터뷰도 어찌보면 망상이 아닐까 싶네요. 누군가가 저를 인터뷰하는 상황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망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망상을 즐기는 저로써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닌듯 합니다.

 

 

Q10. 열번째 질문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위 질문들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A10. 인터뷰어이자 인터뷰이로 글을 쓰다보니 저에 대해 말하고 싶은 많은 부분을 담았습니다. "인터뷰를 한다면 그래도 이런 질문 정도는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지만, 그보다는 제가 저 스스로를 만났다면 어떤 질문을 했을지에 대해 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문화 예술에 대해 논하는 공간에서 저를 이렇게 말하니 부끄럽네요.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순간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혼자서 잘 노는 이런 순간을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이것도 일종의 문화 예술이 아닐까요.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행위가 곧 예술이니까요. 그걸 문화에서 나누면 문화 예술이 되는 것이죠. 그럼, 여러분도 자신만의 문화 예술을 만들어보길 희망하며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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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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