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내 주요 클래식 콘서트홀 리뷰1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가장 많이 가게 되는 콘서트홀
글 입력 2023.07.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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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했다. 개관공연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에게 오픈되기 전부터 음향이 엄청나게 좋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정말로 국내에서 손에 꼽을 만한 수준이라 할 만 하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인천이 더 좋다) 부천아트센터에서는 지금까지 두 번의 공연을 보았다. 새로 지은 홀에 대한 얘기에 앞서 그동안 다녀본 수도권 주요 콘서트홀들의 음향과 특징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들을 차례로 적어보려 한다.

 

먼저, 나는 주로 피아노 곡을 즐겨 듣는 만큼 피아노 소리 위주로 음향을 판단한다. 물론 교향곡을 안 듣는 것은 아니지만, 교향악을 연주할 때 악기군 간의 블렌딩이 자연스럽게 들리는 홀 보다 피아노 독주회에서 피아노 소리가 선명하게 울리는 홀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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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대부분의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이 처음으로 가게 되는 클래식 음악 전용홀이다.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도 이곳이고, 아마 높은 확률로 생에 마지막으로 방문하게 될 클래식 전용홀도 이곳이 될 것이다. 죽기전에 서울 시내에 이보다 더 좋은 콘서트홀이 생길 것 같지는 않기에.

 

가장 무난한 음향을 가지고 있는 홀이다. 전달력이 특별히 좋지는 않지만 음이 왜곡되지도 않는다.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울리지도 않는다. 쉽게 말해 버프도 디버프도 없다. 나처럼 좀 더 울림이 있는 촉촉한 음향을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살짝 건조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우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아주 크다. 서울에서 가장 기악공연을 많이 올리는 클래식 음악 전용 콘서트홀 두 곳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인데, 둘의 공통점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은 2500석, 롯데콘서트홀은 2000석 정도의 객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대편성 교향곡을 듣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소규모의 실내악이나 독주회를 감상하기에는 음향이 홀에 꽉 차지 않아서 살짝 부적합하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는 콘서트홀 외에도 ibk챔버홀이나 리사이틀홀 같은 작은 홀들이 있는데 리사이틀용으로는 이런 곳들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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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5일 이고르 레비트 리사이틀

 

 

당연히 공연장마다 바닥의 가로 폭과 세로 길이의 비율, 천장의 높이 등이 다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공연장 전체의 가로 폭이 아주 긴 편이다. 무대뿐만 아니라 공간 전체가 좌우로 널찍하다. 정면에 무대와 합창석이 있고 객석이 뒤로 갈 수록 넓게 퍼지는 부채꼴모양이다. 일반적으로 공연장의 음향은 가로 폭이 좁고 세로 길이가 긴 직사각형 형태(사각형의 짧은 변 쪽에 무대가 있는)에 가까울 수록 음향이 좋다고 한다. 이를 슈박스 형태라고 하는데 이런 형태를 가장 정직하게 구현한 국내의 콘서트홀이 통영국제음악당이다.

 

실제로 많은 관객 뿐만 아니라 많은 음악가들이 그곳을 최고로 꼽는다. 가로가 짧고 세로가 길 수록 음향이 좋은 까닭은 반사 음향이 다른 곳으로 새지 않고 일방통행 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와 같은 물리적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슈박스 형태와는 반대로 가로 폭이 길다란 예술의전당은 아무래도 음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단점이 있다. 사방에 퍼져 나가는 직접음이 객석에 골고루 전달되기는 해도, 반사음까지 조밀하게 전달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풍부한 반사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쉬울 것이다.

 

일단 홀이 너무 크면 무대에서 먼 자리는 음의 정확한 전달 이전에 음량이 작아서 문제다. 고로 피아노 리사이틀의 경우 1층에서 무대에 가까운 C블록 7열~13열 정도를 명당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들어본 바 개인적으로는 9열 정도가 가장 음의 밸런스가 좋은 자리였던 것 같다. 현장감을 중시하고 직선으로 꽂히는 소리가 취향인 사람은 당연히 앞으로 전진할 수록 좋다. 다만 1열~3열은 앉은 이의 눈높이가 피아노 건반의 높이보다 낮아 고개가 아플 수 있고 피아니스트의 손이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B, D 블록도 준수하다. 시야의 쾌적함을 중요시한다면 오히려 C블럭 중앙보다도 B, D 블록의 C블록에 가까운 통로쪽 자리를 추천한다. 음향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1층에서 무대에 가까운 자리가 당연히 가장 좋은 자리이지만, 매번 비싼 R석에만 앉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R석보다 저렴한 등급의 좌석을 추천하자면 2층의 오른쪽 날개에 있는 E블록이다. 보통 공연에서 3등석 정도로 매겨지지만 음향은 2등석인 왼쪽 날개의 A블록과 비슷하거나 더 낫다. A블록이 더 비싼 이유는 순전히 왼쪽에서는 연주자의 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음향에는 전혀 차이가 없고 오히려 피아노 뚜껑이 오른쪽으로 열리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오른쪽 블록이 왼쪽 블록보다 더 울림이 큰 소리가 전달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피아노 리사이틀이 아닌 공연의 경우에 A블록과 E블록의 가격은 같다. 내가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장 많이 본 자리도 바로 2층 E블록이다. 물론 마리아 조앙 피레스나 안드라스 쉬프같이 내가 숭배하는 거장들이 오면 그땐 무조건 돈이 얼마 들든 1층 R석 중앙으로 뛰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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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이나 협주곡을 들을 때는 1층보다 2층을 선호한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들어야 악기 간의 잘 조화된 소리, 즉 앙상블을 느끼기 쉽다. 오케스트라를 코앞에 두고 1층에서 교향곡을 듣고 있으면 전체 그림을 보고 있지 못하는 느낌이다.  2층에서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고 1층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야 각 덕분에 단원들 한명 한명을 볼 수가 있다. 3층처럼 높지도 않아서 앞사람에 의한 시야방해도 적다.

 

3층은 리사이틀이든 관현악 공연이든 어쩔 수 없이 소리의 크기와 선명함에 있어서도, 시야에 있어서도 손실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3층을 꽤 많이 가는데 1층과는 비교도 안되게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경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층에서 만원에 볼 수 있다. 또 금관이 많이 투입된 베토벤의 대작들이나 브루크너 교향곡 같은 대편성 교향곡들의 경우에는 3층에서 들어도 크게 아쉽지는 않다(모차르트 교향곡같이 규모가 특별히 크지 않은 곡은 3층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리사이틀은 절대로 3층에서 듣지 않는다. 독주든 협주든 솔리스트의 연주가 3층까지 잘 올라오지 못한다.

 

3층과 마찬가지로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무대 뒤편의 합창석에서도 공연을 자주 봤지만 요즘에는 잘 가지 않는다. 합창석은 3층과 반대다. 3층은 리사이틀보다 교향곡을 듣기가 낫다면 합창석은 교향곡보다 리사이틀을 듣기에 더 낫다. 금관이 가장 뒤에 배치되는 오케스트라의 특성 상 합창석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금관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악기 군 간의 밸런스가 깨져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현악기가 주제 선율을 연주하며 금관이 뒤에서 받쳐주는 부분 같은 경우에는 주제 선율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게 된다. 현악기들의 울림통 구멍(f홀)도 합창석을 등지고 무대 전면을 향해 있어서 더 그렇다. 합창석에서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피아노 리사이틀의 경우에도 합창석은 뚜껑이 닫힌 쪽이라 소리에 막을 씌운 듯한 먹먹한 소리가 나지만 그래도 음량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피아니스트의 터치나 음색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또 합창석의 H, G, F 블럭 중에서 피아노 건반 쪽에 있는 H블럭의 경우에는 피아노 뚜껑으로 인한 답답함이 덜하다. 실제로 리스트 시대 이전에는 무대에서 피아노 연주를 할 때 연주자가 객석을 등지고, 그러니까 건반이 객석 쪽으로 놓여있게 피아노를 배치하고 연주했다. 현재 합창석 H블럭에서의 시야가 과거 1층 앞열에서의 시야와 같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찾게 되는 공연장이다. 국내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들과 거장들의 내한 공연을 포함해 가장 많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있으며, 개관한지 30년이 넘어서 나무로 마감한 내부 재질과 로비의 시설들이 좀 낡은 감이 있지만 롯데콘서트홀과 비교해서 음향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서울 시내에서는 가장 괜찮은 콘서트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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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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