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톨레도와 엘 그레코 Ep.1 [미술/전시]

엘 그레코의 풍경화 <톨레도 전경과 지도>
글 입력 2023.07.0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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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풍경(출처: Dmitry Dzhus, Wikimedia Commons)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 구불구불하게 늘어선 성곽이 보인다. 언덕 꼭대기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큰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이 모습은 이베리아반도 중심부에 있는 도시 톨레도(Toledo)의 모습이다. 수도 마드리드에서 약 67km 떨어진 톨레도 풍경을 보면 도시를 휘감고 있는 타호강과 언덕 위 요새 알카사르(Alcázar)가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1561년 펠리페 2세가 수도를 마드리드로 옮기기 전까지 톨레도는 스페인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였다. 지리적 이점에 힘입어 고대 로마 시대부터 중요한 요새였던 톨레도는 도시의 깊은 역사에 걸맞게 이슬람교, 유대교, 그리스도교의 문화를 골고루 갖고 있으며, 1986년에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톨레도를 대표하는 화가, 엘 그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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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초상화)>,1583, 프라도 미술관

 

 

아름다운 도시를 걷다 보면 멋진 건축과 더불어 톨레도가 자랑하는 위대한 화가,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의 흔적을 간직한 여러 공간도 발견할 수 있다. 엘 그레코 미술관, 산토 토메 교회, 톨레도 대성당에 들어가면 엘 그레코가 그린 많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로스(Domḗnikos Theotokópoulos)로, 원래 그리스 크레타섬 칸디아 왕국에서 태어났다. 엘 그레코는 유년 시절을 보내며 화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은 후 고향을 떠나 베니스, 로마에서 차례로 거주하며 활동한다.

 

하지만 그의 삶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은 의심의 여지 없이 1577년 톨레도로 이주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엘 그레코는 스페인 왕실의 그림 주문을 기대해 톨레도로 이주하는데, 이 대담한 선택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엘 그레코는 톨레도에 정착한 이후 평생을 스페인 왕실과 다양한 사람들의 주문을 받아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톨레도 전경과 지도 View and Plan of Toledo>


 

엘 그레코는 초상화, 종교화, 풍경화 등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그렸다. 가장 잘 알려진 장르는 초상화와 종교화이지만, 이번 편에서는 톨레도의 모습을 그린 풍경화 한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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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 <톨레도 전경과 지도>, 1608, 엘 그레코 미술관

 

 

위 그림은 엘 그레코의 1608년 작품 <톨레도 전경과 지도 View and Plan of Toledo>이다. 톨레도 미술관에 있는 이 작품은 엘 그레코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페드로 살라사르(Pedro Salazar de Mendoza, 1549-1629)가 주문했다.

 

살라사르는 도시 안 병원의 행정책임자를 맡았던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다. 그림 정중앙을 보면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 건물이 바로 그가 행정을 책임졌던 타베라 병원(Hospital de Tavera)이다. 병원 뒤로는 톨레도 시내 전경이 펼쳐져 있고, 왼쪽에는 타호강이 흐르는 모습도 보인다. 눈에 가장 잘 띄는 그림 중앙에 타베라 병원을 그려 넣은 선택은 주문자인 살라사르의 취향과 자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그림은 주문자인 페드로 살라사르와 화가 엘 그레코가 갖고 있었던 톨레도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잘 드러난 풍경화이다. 오른쪽 남성은 자신의 몸만한 커다란 지도를 펼쳐 그림을 보는 감상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지도에 그려진 지역은 톨레도이다. 그리고 하늘에는 공중에 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아래의 그림 세부를 보면 붉은빛 옷에 푸른 망토를 어깨에 걸친 인물이 보인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색 조합은 미술사에서 성모 마리아를 표현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다. 또한 그녀의 머리 위에 쓰인 얇은 베일을 통해 우리는 화가가 성모 마리아를 표현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늘에서 톨레도의 수호성인인 일데퐁소(Ildefonsus)에게 제의를 내려주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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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엘 그레코, <톨레도 전경과 지도>, 1608, 엘 그레코 미술관

 

 

톨레도는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정치, 종교적 중심지였다. 천도 이후에도 톨레도 대교구는 스페인 가톨릭에서 영향력 있는 지위를 유지했으며, 톨레도에 남은 지식인들은 왕실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엘 그레코에게 이 그림을 주문한 페드로 살라사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페드로 살라사르는 병원의 행정책임자와 동시에 톨레도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두고 여러 책을 쓴 역사학자이기도 했다.

 

제의를 내려주는 성모마리아, 당당하게 도시의 지도를 펼쳐 보여주는 남성, 그 뒤로 펼쳐진 실제 도시 풍경은 톨레도의 종교적 권위와 풍요, 그리고 톨레도 사람들이 도시에 가졌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지역의 지식인이었던 페드로 살라사르와 톨레도에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보낸 화가 엘 그레코는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함께 공유했을 것이고, 이는 엘 그레코의 풍경화를 통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톨레도 거리를 걷다가 발견할 수 있는 엘 그레코의 걸작들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어지는 Ep.2에서는 톨레도 산토 토메 교회에 있는 엘 그레코의 종교화이자 화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오르가즈 백작의 매장 The Burial of the Count of Orgaz>(1586)에 대해 함께 해부해 보자.

 

 

[박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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