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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기타 리사이틀 사진 2.JPG

 

 

첫 클래식 기타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클래식 기타의 독주 공연을 보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기대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있었다. 큰 무대에서 기타를 혼자 덩그러니 연주하면 좀 허전하지 않을까? 역시 걱정은 잠시뿐이었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 최인 씨가 무대에 올라와 이야기를 시작하자 장내에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친근한 인사부터 시작해 곡을 만들게 된 비하인드 이야기까지, 관객이 아닌 지인과 함께하는 자리처럼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감성적인 연주로 이미 유럽과 국내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듯이 무대는 역시 훌륭했다.

 

그중에서도 즐겁게 감상했던 몇 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석풍수


 

최인의 연주를 들으면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보통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멜로디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상하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기타 소리와 연주자 한 명에게만 집중하며 전부 다 이해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니 한결 편안하게 소리가 소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 전 설명에 한번, 곡을 들으며 한번, 매력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가 그리는 풍경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됐다.

 

'석풍수'라는 곡은 돌, 바람, 물이라는 제목으로 건축가 고 유동룡(이타미 준)의 동명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제주도에 가면 동양미와 제주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건축에 담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이 참 좋았다는 설명에 이어 연주가 시작되었다.

 

자연물을 담아 만든 건축물을 보고 소리로 재창조한다는 것이 자연의 순환을 보듯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동양적인 사운드가 소리의 중심이 되는 것이 한국의 고유한 공간을 표현하는 것처럼 들렸다. 잔잔하지만 흘러가는 음은 넓은 공간과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연주가 끝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던 곡이다.

 

 

 

 

 

서 Calligraphy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무섭게 몰입이 되던 곡, '서'이다. 곡을 들으며 가장 처음 떠오른 생각은 기타는 서양의 것이지만 역시 현악기는 현악기라는 것이다. 어쿠스틱 기타 현을 튕기는 모습이 가야금 같기도 하고 바디를 두드릴 때는 북을 치는 듯하기도 했다.

 

서양 악기에선 동양의 사운드가 나는 것이 재미있었던 연주였다. 특히 곡의 배경이 그랬다. 한 획, 한 획 시간과 기를 담아 쓰는 서예에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연주이기도 하다.

 

서예를 하는 장인은 붓질 하나에도 정성과 자신의 기를 불어넣는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아마 최인 같았으리라.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한자처럼 죽 이어가는 소리가 가슴을 깊이 파고들었다. 떨리는 첫 획, 아니 스트로크로부터 시작해 웅장해지는 소리가 공연장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정신없이 글자를 써 내려가는 것처럼 연주자의 손도 달려갔다. 곡의 막바지에서는 바디를 쳐 동일한 마디를 점점 작게 연주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붓의 먹물을 털어내고 자신이 쓴 글을 가만히 바라보는 서예가의 모습 같았다.

 

 

 

From here to everywhere...


 

바이올리니스트 정진희의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한 곡 'From here to everywhere...'은 끊임없이 경쟁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잠시 물러나 내 안의 작은 평화에 집중해 볼 수 있는 곡이다. 리사이틀의 제목이기도 해, 그 메시지는 최인이 음악가로서 전달하고 싶은 가치이기도 할 것이다.

 

어지러운 바깥세상의 소리로부터 시작해 잔잔히 마음을 잠재워주는 연주는 눈을 감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게 만들었다. 또 바이올린과의 조화가 이전 곡들과는 사뭇 다르지만 더욱 풍부한 느낌에 새로웠다.

 

 

기타_최인.jpg

 

 

그의 기타에서는 화려한 꽃다발보다는 길가에 민들레 같은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인위적인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는 듯한 그의 노래에서 감사하게도 잠시나마 평안을 얻었다.

 

'From here to everywhere...'에서 받은 작은 위로가 아직 여운으로 남아 그의 곡들을 돌려 보게 만드는 것 같다. 공연장을 들어설 때 보통은 인물사진이 포스터에 담기는데 왜 민들레 홀씨 사진일까, 언뜻 의아했었다. 그 의문이 완전한 느낌표가 되어 내 안에 대해 오래 남을 것 같다.

 

무대에서 울려 퍼진 홀씨가 세상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어디를 가든 좋을 만큼 평화로운 공연이었다.

 

 


컬처리스트 한승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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