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로이 날아가는 이들의 여정 - 마이그레이션 [도서]

글 입력 2023.06.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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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석 연료를 태우면서 세상을 바꿨고, 그들을 죽였습니다. (...) 서식지 파괴로 멸종된 생물을 모두 나열하려면 우리는 여기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종의 생명이 사라지고 있고, 그들의 죽음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전부 우리가 저지른 짓이죠. 어느 곳, 그 어떤 것에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이들을 우리가 죽이고 있는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마이그레이션의 배경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인간 외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한 세상이다. 이에 새를 연구하는 주인공 프래니는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남극에서 겨울을 보내는, 지구상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하는 생명체인 북극제비갈매기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하려 한다.

 

 

내가 정말로 여기 서서 이 살아 있는 물고기들이 도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까? 이들이라고 새들과 다른 게 뭐지? 내가 목숨까지 바쳐가며 보호하려고 하는 새들하고 뭐가 달라.

 

- 본문 중에서

 


하지만 이 여정은 시작부터 결코 쉽지 않다. 겨우겨우 북극제비갈매기 세 마리의 다리에 위치 추적기를 다는 데 성공하지만, 누군가의 배에 오르는 것 외에는 이들을 따라갈 방법이 없었다. 프래니는 배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없었으며, 또 새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는 이유로 수 차례 거절당하고 만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어선 ‘사가니호’였다. 그러나 사가니호 선원들 또한 배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그를 데려가지 않으려 한다. 간절해진 프래니는 선원들을 설득하고자 새들이 당신들에게 만선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한다. 북극제비갈매기는 필연적으로 먹이인 물고기를 찾아 날아갈 테니 말이다. 


프래니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서까지, 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본인을 내던지면서까지 새들을 따라가려는 이유는 결론부에 거의 다다라서야 알 수 있다.


처음에는 그저 환경 위기를 말하는 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나 프래니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이야기를 읽다 보니 그리 단조롭게 설명할 수 없는 글임을 느꼈다. 중간중간 사건의 실마리를 담은 듯한 알 수 없는 말들은 다음 페이지에 담긴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며 소설의 역할을 탁월하게 해낸다.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내 성향이⋯⋯ 언젠가는 날 집어삼킬지도 몰라요. 그때 만약에라도 내가 당신을 떠나면, 내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가버려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약속해 줘요.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당신이 더 이상 나를 기다릴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당신이 날 찾아와서 내게 우리가 함께한 이 시간들을 기억하게 해 줘요.

 

- 본문 중에서

 


한편 프래니에게는 방랑벽이 있다. 쉽게 말해 한 자리에 가만히 있질 못한다. 아무 기척도 없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온다. 프래니의 남편인 나일은 이런 그를 늘 염려하지만 결코 프래니의 곁을 떠나진 않는다. 그리고 사가니호의 선원들 또한 나일을 두고 떠나온 프래니의 곁을 늘 지켜 준다. 


이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여러 생명체를 향한 애정과 더불어 프래니와 나일, 그리고 사가니호 선원 사이의 사랑 또한 이야기의 주요한 흐름이다. 시작부터 꽤 독특한 이들의 만남은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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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제비갈매기 (출처: 위키백과)

  

 

북극제비갈매기와 프래니는 평생을 본능에 몸을 맡기고 이주하며 살아간다.

 

자유롭게 살지 못할 때 무력감을 느끼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이는 그 어떤 생명체든 마찬가지일 테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생명체들을 인간에게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 그들의 자유를 빼앗는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고, 도움을 주는 것은 인간의 입맛에 맞게 다룬다. 그들의 자유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에 마이그레이션은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의 개입이 과연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론 이 또한 인간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기에 조심스럽지만, 결국 지구의 다른 구성원들과 공존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의 손으로 멸종시킨 것들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인간의 멸망을 촉발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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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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