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끈적하고 질펀하고 은근한 - 시카고

글 입력 2023.06.0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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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미국, 시카고의 쿡카운티 교도소는 자극적인 살인을 저지른 여성 죄수들로 가득하다. 화려한 스타의 삶을 꿈꾸는 록시 하트는 내연 관계의 남자를 총으로 쏘고 쿡카운티 교도소로 새롭게 들어온다.


록시 하트가 교도소 내에서 만난 이는 인기스타 벨마 켈리. 함께 전국적으로 공연을 다니던 여동생과 남편의 불륜 장면 목격 후 그 둘을 살해한 그녀는, 모든 언론이 주목하는 인물.


쿡카운티 교도소 재소자들의 무죄는 화려한 언변과 유능한 언론 플레이로 법정을 하나의 쇼장으로 만드는 변호사, 빌리 플린이 이끌어 낸다. 벨마 켈리를 변호하던 빌리 플린은 록시 하트를 변호하게 되고, 언론의 인기가 식은 벨마 켈리는 록시 하트와의 동맹을 제안하는데….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는 무죄로 풀려나 그토록 원하던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까.

 


시카고.jpg

 

 

뮤지컬 <시카고>는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동명의 영화로 인지도가 높은 극 중 하나이다.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을 시작으로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세계 많은 나라에서 공연되고 있다. 1920년대 유행하던 끈적~한 재즈 음악이 담겨있고, 범죄와 부조리한 재판이 만연하던 그 당시의 상황은 블랙 코미디로 나타난다.


내용 자체는 꽤나 자극적이다. 살인, 성, 부패한 사법권 등 자극적인 이야기가 질펀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블랙 코미디와 절제된 안무는 무겁고 다소 불쾌한 내용을 상쇄하며 당시 미국의 상황을 위트있게 비꼰다.


뮤지컬을 관람한 적 없기에 시카고 역시 무대를 관람한 적은 없지만 영상은 꽤나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된 모든 록시의 무대를 찾아보았으며, 특히나 민경아 최재림 배우의 무대를 몇 번이고 돌려 보았다.


인생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기에 비교 대상은 없으나, 극을 관람했을 당시의 감상을 충실하게 작성해 보고자 한다.

 

 

 

# 내한 공연



영어로 극이 진행되고 모든 대사와 가사의 번역은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대를 보며 무대 사이드에 위치한 모니터를 보려니 몰입도가 제법 깨진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럼에도 자막을 신경 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가사에 맞는 폰트의 변화로 자막을 무대의 일부로 연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다.


원곡을 들으며 오리지널 곡의 '말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발음이 가져오는 맛이 있다고 하겠다. 가사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영어 가사에 집중하기보다는 멜로디와 발음을 듣는 데 조금 더 집중했는데, 자주 듣고는 했던 한국 버전과는 또 다르게 느껴져 오리지널만의 재미를 느껴볼 수 있었다.


여담으로 한국어 버전의 Roxie를 많이 듣고는 했는데, 익숙한 가사 'Sexy Roxie Hart'가 사실 'Foxy Roxie Hart'라는 오리지널 가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꽤나 신기했다.

 

 

 

# 절제된 섹시함



섹시하지만 '절제되었다'는 게 감상이다. 거대한 무대 장치를 대신해 무대 위에는 14인조 빅밴드가 있고, 배우들은 빅밴드의 앞에서 무대를 채운다. 배우들이 채우는 무대는 화려하고, 그 내용은 아주 끈덕하지만 그들이 전달하는 방식에는 정도가 있다.


토니상 안무상을 8차례 수상한 안무가 '밥 포시'의 안무는 절제되어 있다. 극의 시작을 여는 All That Jazz의 안무는 팔을 접고, 골반을 돌리고, 손가락을 활용는 등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리듬감을 살리며 은근하게 섹시한 느낌을 준다.


All I Care About는 화려하고 거대한 깃털 부채를 든 앙상블과 빌리 플린이 만드는 무대다. 화려한 소품과 대비되게 살랑이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과하다는 느낌 대신, 세련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 넘버 세줄평



위에 언급된 두 건의 넘버를 제외하고, 가장 인상에 깊었던 넘버를 정리해 본다.

 




*일부 무대를 관람할 수 있다

 

 

Cell block Tango - 역시는 역시. 영화 버전에 익숙해져 배우들의 톤과 음정이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새로웠다. 여성 배우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던 무대.


We Both Reached for the Gun -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살짝 아쉬웠다. 최재림 배우의 복화술에 익숙해져 제대로된 복화술을 구경할 수 있나 싶었는데, 무대 내내 빌리 플린이 복화술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의아했다. 분명 노래가 시작되기 전 "입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의요."라는 대사가 무색하지 않았나.


Roxie - 나사가 덜 풀린 록시. '미친' 것 같다기 보다는 '이상한' 여자에 가까웠다. 새로운 해석이 신선하지만 폭발적인 광기의 록시를 기대한다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Razzle Dazzle - 법정을 쇼로 만드는 빌리 플린의 무대. 새롭게 켜져 무대를 반짝이게 만드는 조명이 무대를 서커스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특히나 유연하고 신기한 배우들의 동작이 배심원의 혼을 빼놓듯 관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시카고>가 장수 뮤지컬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주 매력적인 넘버로 가득해 귀가 즐거웠으며 화려하면서 은근한 볼거리에 눈도 만족시킬 수 있다. (여담으로, 배우들의 옷은 은근하지 않고 대놓고 섹시했다.)


자막을 중간 중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무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데, <시카고>의 넘버가 생각날 때 즈음, 한국 배우들의 공연도 관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Come on babe, why don't we paint the town?

And all that jazz

 


끈적하고 질펀하고 은근한 뮤지컬 <시카고>에 매혹당해 보는 건 어떨까.

 

 

[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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