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뒤피, 행복의 멜로디

글 입력 2023.06.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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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_퐁피두_뒤피_포스터1.jpg

 

 

더현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뒤피, 행복의 멜로디>에 다녀왔다.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이하 퐁피두센터)의 전시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라울 뒤피'의 최고 권위자이자 퐁피두센터의 수석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기획 총감독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한 층 더 불러일으켰다.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드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 '라울 뒤피'는 1877년 프랑스 르아브르의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했던 뒤피는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예술을 펼쳐 나갔다.


총 12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인상주의부터 검정색 단일 색조를 사용했던 시기까지 라울 뒤피의 예술세계를 타임라인을 따라 천천히 따라간다. 섹션 수에서 알 수 있듯이, 뒤피는 특정 사조에 국한되었다기보다는 여러 사조를 거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넓혀나갔다.

 

 

La plage de Sainte-Adresse, 1904.jpg

 

 

인상주의 - 프랑스 북서부 지역 노르망디에 위치한 산업 항구 도시에서 태어난 그는, 초기에는 인상파의 후예로서 재능 있는 풍경 화가로 먼저 알려지게 되었다. 도처에 자연이 널린 지역에 거주하고, 주위에는 인상파 화가들이 많은 환경에서 자란 그가 인상주의에 빠져드는 건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인상주의에 심취한 당시 그의 작품은 온화하고 따스한 프랑스 항구 도시의 빛을 그대로 담아냈다.

 

 

화가가 자신의 색채로 빛을 담아내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이 그린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보고 이해하도록 바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색채가 아닌 빛에 의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뒤피는 빛에 대한 열정이 높았는데, 위의 대목에서 자신이 보는 빛과 풍경을 자신만의 색채로 담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이 시기 뒤피의 작품은 그동안 보았던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온화하고 따스한 느낌이 가득하여 오래도록 그의 작품에 시선을 머무르게 한다.

 


Robes pour l'été, 1920.jpg

 

 

장식예술 - 한창 인상주의에 심취해 있던 뒤피는 이후 야수파와 입체파를 거쳐 판화작업과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이어간다. 붓터치가 점점 넓어지고, 윤곽선이 들어가기 시작한 그의 그림은 입체파에 들어서며 추상적인 시도를 줄이고 장식적인 효과에 더 주안점을 두었다.

 

입체파부터 시작된 장식적인 요소에 대한 그의 열정은 이후 계속 지속되어 이후 대형 벽화 장식까지 이어지게 된다. 장식예술을 메인으로 작업하던 그는 데생의 분리, 자연스러움, 선명하고 투명한 색상을 기반으로 자기만의 고유한 그림체를 만들어 냈다.

 

 

판화를 하면서, 목판화 도구를 이용한 기초적인 방법만을 가지고도 조형적이면서 장식적인 아름다운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을 탐구하자. 예술가같이 구상하고 장인처럼 만들어 내자.


동일한 영감의 원천으로부터 장식과 회화가 탄생한다. 

 


라울 뒤피가 남긴 말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장식에 진심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시엔 장식이 회화의 뒤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당시의 관행을 개의치 않으며, 다양한 모험을 이어 나갔다.

 

그의 장식예술은 도자기, 타일, 섬유 등을 만나며 더욱 빛을 발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도전정신과 화풍은 이후 대형 벽화 장식에 집대성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완성시켜 나간다.


 

산책하고 탐구하면서 나는 내 그림의 본질을 찾았다. 그래서 내 작품에서는 배회의 느낌이 드러나기도 한다. 배회한다는 것은 비판 받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나는 형식의 정립과 적용보다는 연구와 분석을 더 선호해 왔다. 이러한 탐구의 즐거움을 내 주변의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산책하고 탐구하면서 그림의 본질을 찾았다던 뒤피의 말처럼, 그의 예술세계는 방대했다. 위에서 전부 소개하지 못했지만, 그는 목판화를 통한 민중예술, 여행을 통한 예술, 초상화, 아뜰리에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이들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를 넓혀 나갔다.

 

그는 이를 배회라고 표현했지만, 개인적으론 배회보단 여정처럼 느껴졌다. 그만의 독특하고 독창적인 화풍을 완성시키기 위한 여정이자, 그의 행복이 채워지는 여정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느껴지는 그만의 탐구의 즐거움은 작품을 통해서도 여실히 느껴졌다.


전시를 통해 만난 라울 뒤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가였다. 경쾌하면서도 온화한 기운으로 가득찬 그의 작품을 직접 만난다면 모두 나와 같이 느끼리라 생각한다. 행복과 기쁨을 주제로 한 뒤피의 행복의 멜로디를 모두가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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