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어나는 색채의 멜로디 - 라울 뒤피: 행복의 멜로디

색채가 매력적인 더현대 서울에서 만나는 라울 뒤피展
글 입력 2023.06.07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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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중심지인 여의도에 들어선 더현대 서울. 그리고 그곳에서 열리는 '라울 뒤피 : 행복의 멜로디'전.

 

일터와 가까운 터라 '한번쯤은 가봐야지'라는 생각만 스물 일곱번째 하던 찰나,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열린 라울 뒤피전을 핑계로 드디어 가봤다.

 

크고 웅장한 내부 공간에 유달리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1층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분수와 중앙에 마련된 화려한 정원도 머리 한켠에 남아있다. 

 

이번 라울 뒤피전은 맨 꼭대기 층에서 열렸는데 일이 끝나고 바로 간 터라 시간이 얼마 없었다. 20:00까지 봐야했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한 시간 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을 켠 후 현대백화점 공식 앱을 다운 받아 사운드 갤러리에 들어갔다. #1부터 #14까지의 오디오 도슨트가 올라와 있었다. 평균 재생시간은 1분 20초 정도. 14개를 다 들으면 20분이 조금 안 된다. 내 전시 감상 스타일 상 오디오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감상할 경우 시간이 모자랄 것이 뻔했다. 

 

오늘 전시는 숨 가쁘게 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채 전시장에 들어갔다.

 

 

Autoportrait, 1898.jpg

라울 뒤피의 자화상. 1898

 

 

전시 입구에는 라울 뒤피의 자화상 세 점이 자리하고 있다. 독특한 것은 세 점의 화풍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언뜻 보면 다른 사람이 그렸다고 착각하기 쉽다. 1898년, 1920년, 1948년에 그려진 세 작품은 라울 뒤피의 그림 스타일이 지속적으로 변함을 보여준다. 

 

인상파-야수파-입체파의 영향을 고루 받은 라울 뒤피는 당시대의 유행 화풍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Port de Martigues, 1903.jpg

뒤피의 인상주의 작품, 마르티그의 항구. 1903

 

 

라울 뒤피의 초기 작품은 인상파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드러운 빛의 질감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인상주의 기법을 연구하던 뒤피는 앙리 마티스의 <사치, 평온, 쾌락>을 접하며 새로운 회화 방식에 매진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야수파에 동참하게 된다. 강렬한 색채와 직관적인 감정에 치중한 라울 뒤피는 고갱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고 알려졌다.

 

대표적인 작품은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으로 그의 아내인 에밀리엔 브리송의 모습이 담겨있다. 

 

뒤피는 조르주 브라크의 영향을 받아 색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간소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에 몰두했다. 단순한 색을 주로 사용해 기하학적인 작품을 완성했으며 뒤피는 이 시기 장식적 효과에 기반한 입체주의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예술 작품은 늘 잘 짜여진 계획에 따라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품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논리 정연함에 대한 열망,

그리고 모든 예술가들에게 잠재하는 무질서와 혼란에 대한 이끌림,

그 둘 사이의 투쟁으로부터 탄생한다고 볼 수 있다.

 

- 입체파에 치중한 시절의 뒤피

 

 

뒤피는 목판화에 큰 재능이 있었다.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제안으로 목판화를 만들기 시작한 뒤피는 강렬한 흑백의 대비를 활용한 목판화 30점을 남겼다.

 

1910년부터 목판화를 시작으로 장식적 성향이 강해진 뒤피는 도자기와 태피스트리, 일러스트 등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시대의 취향을 만들어내는 것은 예술가이고 

대부분의 장식가들은 예술가를 뒤쫓아 갈 뿐이다. 

오늘날의 장식가들은 야수파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강렬한 색채, 변형, 아라베스크 문양에 대한 취향이 

장식화와 벽면 장식에서 두드러진다.

 

- 장식 예술에 심취한 뒤피

 

 

뒤피는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여행을 무척 많이 다녔다. 여행을 다니며 만난 풍경을 작품으로 기록한 뒤피는 가로가 긴 <그라스의 전경>을 남겼다. 작품 중앙의 나무에 의해 갈라진 작품 양쪽은 분수대와 야외 음악당이 그려져있다. 뒤피는 위 두 요소를 도심을 표현하는 요소로 종종 사용한다고 한다.

 

 

Vue de Grasse, vers 1930.jpg

그라스의 전경. 1930

 

 

이번 전시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인 <전기요정>은 뒤피가 파리 만국 박람회로부터 의뢰받은 대형 벽화다. 높이 10m, 너비 60m에 달하는 벽에 250개에 달하는 견고한 합판을 덧대 제작했다고 한 <전기요정>은 전기가 발명되기까지의 기나긴 시간을 담고 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상하게 돼 있는 벽화 작품은 노르망디 햇살이 내리쬐는 고대에서 시작해 화려한 광고와 파리의 야경이 펼쳐지는 현대까지 이어진다. 작품에는 여러 산업 시설과 기차역, 조선소가 등장하고 탈레스와 아르키메데스, 갈릴레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토마스 에디슨, 마리 퀴리 등 110명의 인물이 그려져있다.

 

이번에 전시된 <전기요정>은 대형 벽화의 축소판이었다. 너비는 대략 3m정도로 추정해본다. <전기요정>은 뒤피가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오래도록 눈에 남았다. 작품 가까이서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간결한 선으로 대상을 그린 후 여러 색을 활용해 완성한 작품이었는데 시간 관계상 그리 오래 둘러볼 수 없어서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La Fée Electricité (partie gauche), 1937(1).jpg

전기 요정(전체 그림의 1/9). 1937

 

 

시간이 충분했다면 여유를 가지고 한 작품, 한 작품 세세히 들여다 봤을 텐데 그러질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이번 전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한다면 시간의 순서대로 배열돼 뒤피의 작품관을 잘 알 수 있었다는 점, 그동안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뒤피를 이번 기회로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겠다.


덕분에 뒤피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쉬운 전시고 누구나 보기에 불편함이 없는 전시라 생각한다. 이번 '라울 뒤피 : 행복의 멜로디'전은 9월 6일까지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진행되니 한번쯤 방문해보길 권한다.

 

 

[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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