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뒤피만의 시각으로 구현한 환상적인 세계 - 뒤피, 행복의 멜로디 [전시]

축복과 기쁨의 화가, 라울 뒤피
글 입력 2023.06.06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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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Raoul Dufy, 1877-1953)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15세부터 정식으로 미술을 배웠다. 인상주의로부터 출발한 그의 화풍은 야수파, 입체파, 민중예술, 장식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자리 잡게 되었다.

 

음악과 예술을 사랑했던 뒤피는 그의 그림에서도 밝고 경쾌하며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선과 색채를 사용했다.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드로잉, 판화, 패션 등에서도 특출한 재능을 선보이며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번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 전시는 뒤피의 최대 역작이자, 전기와 빛의 시대에 대한 경외와 찬사를 환상적인 색채와 선으로 표현한 “전기 요정 La Fée Électricit”의 연작 오리지널 작품이 전시된다. 뒤피의 작품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리지널 작품 130여 점을 12개의 주제로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다. 


뒤피의 작업 세계가 형성된 시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은 그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는데 더없이 적합하다. 자의적이지만 뒤피의 인상을 드러내는데 더없이 아름다운 선과 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다채로우며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더현대서울_퐁피두_뒤피_포스터1.jpg


 

라울 뒤피가 다루었던 독창적인 주제와 표현 중에서 <섹션 9: 초상화 Portraits>, <섹션 10 : 대형 벽화 장식 Grands décors>, <섹션 12 : 검은 빛 Lumière noire>가 가장 인상 깊었다. 세션 6까지는 뒤피의 예술관이 어디서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작품을 구성하는 내재적인 측면보다 그 배경만 중점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작가들로부터 충분히 본 인상주의와 야수파, 입체파에서 뒤피만의 뛰어난 특징을 찾기란 어려웠지만, 민중예술과 패션, 장식예술에서는 점진적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Les Cavaliers sous bois (La Famille Kessler), vers 1931–1932.jpg

 

 

섹션 9에서는 영국의 케슬러 가문이 1930년에 의뢰한 기념비적 가족 초상화 < Les Cavaliers sous bois (La Famille Kessler) >가 눈에 들어왔다.

 

< 섹션 7 : 바다와 말 Mer et chevaux >에서 말 그림을 그릴 것을 제안 받은 초반에는 말의 몸체가 원통형으로 구성되었나 싶을 만큼 딱딱하게 그린 반면, 말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그 형상에 익숙해진 후반에 가서는 뒤피만의 자유로운 필치가 두드러져 보이는 말이 그려졌다.

 

뒤피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말 위에 앉은 케슬러 가문의 사람들은 푸른 색의 어지러운 공간 속에서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인물들의 얼굴은 눈, 코, 입이 생략되었으나 뒤피가 케슬러 가문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자주 방문했던 만큼 각 인물의 인상이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La Fée Electricité (partie gauche), 1937(1).jpg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대형 벽화 장식 중 < 전기 요정La Fée Électricité >은 축복과 기쁨의 화가로 알려져 있던 뒤피의 명성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해당 공간에서는 예술과 함께 음악을 사랑했던 뒤피에 맞게 잔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다. 덕분에 뒤피의 걸작이라 불리는 작품에 한층 더 몰입하게 된다.


1937년 파리에서 개최된 세계박람회에서 전시되었던 <전기 요정>은 석판화로 제작되었으며, 뒤피만의 감각적인 색채가 돋보인다.

 

그림의 반은 본연 그대로 보존된 자연의 풍경을, 또 다른 반은 산업적인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또한 전기 요정이 생성되는 부분에서는 위쪽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아래쪽에는 전기 발전소를 그려 넣었다. 작품의 주제이기도 한 전기 요정이 그림 중앙에서 나타나는 것을 기점으로 양옆과 위아래가 자연과 문화로 나눠지는 것은 과도기적 시대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그 속에 배치된 전기의 발명과 관련 있는 수많은 지식인들은 작품을 선보이는 세계박람회의 의도와 깊은 연관을 맺는다.

 

 

Cargo noir à Sainte‐Adresse, 1948‐1952.jpg

 

 

마지막으로, <검은 화물선들>의 연작은 대부분 말년에 제작한 작품으로 이전보다 뒤피만의 시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림의 주요 소재는 검은 선박과 배경색에 따른 삼 분할의 화면, 바다를 지키는 여신의 도상이다. 2차 세계대전 중 거의 완전히 파괴된 고향 항구를 묘사하며 가져온 각각의 도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면서 작품을 바라보면, 뒤피가 당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작품을 제작했는지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더 풍부한 감상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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