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멜로디가 모여 음악이 될 때까지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

한 사람의 예술 세계가 구축되고 견고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경험은 진귀하다
글 입력 2023.06.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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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_퐁피두_뒤피_포스터1.jpg

 

 

라울 뒤피. 그는 참신한 색채와 자유로운 선, 그리고 독창적인 화풍으로 20세기 전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이라는 평을 받는다.

 

풍경화부터 대형 장식 벽화까지, 폭넓은 그의 예술 세계가 견고해지기까지의 흐름을 전시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뒤피, 행복의 멜로디>에서 알아보았다.

 

 


세계를 빚고 다듬기: 고유한 색을 찾아서



La Place Saint-Gervais à Falaise, 1906.jpg

 

 

“내가 말하는 ‘색채’란, 본연의 색채가 아니라, 물감의 색, 화가의 언어를 이루는 단어와도 같은 팔레트 위의 색채를 뜻한다.”

 

라울 뒤피의 예술 세계를 키워드로 정리한다면 '실험'이나 '탐험'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를 훑어보면, 그가 평생에 걸쳐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찾기 위해 실험하고 탐험했음을 알 수 있다.

 

라울 뒤피는 어느 순간부터 인상주의 기법과 색채 실험을 통해 순간적인 날씨를 표현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그의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 윤곽선과 붓 터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그림에 두 가지 색만 사용해 보기도 하는 등, 그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를 작품에 투영하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세계를 확장하기: 끊임없는 탐험



Les Cavaliers sous bois (La Famille Kessler), vers 1931–1932.jpg

 

 

“판화를 하면서, 목판화 도구를 이용한 기초적인 방법만을 가지고도 조형적이면서 장식적인 아름다운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라울 뒤피는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는 데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단순히 순수 예술 말고도 대중 예술에도 관심을 보였는데, 시작은 시집의 삽화로 활용하기 위한 목판화였다.

 

목판화를 기점으로 그는 색에 있어서의 '단순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흑백의 강한 대비를 통해 장식적인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종이의 여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마치 하나의 패턴처럼 빈틈이 없어 보이도록 그림을 구성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선전용 그림을 그리면서 우화적 유머를 보여주기도 했고, 패션, 장식 예술, 도자기나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의 솜씨를 뻗어나갔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면서도 꾸준히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예술에 녹여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특히 라울 뒤피의 대표적인 작품인 대형 장식벽화 『전기 요정』은 그가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을 넘나들며 구축해 온 예술 세계와 경험을 모두 총망라하여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계를 완성하기: 색에서 시작하여 색에서 끝나다



Cargo noir à Sainte‐Adresse, 1948‐1952.jpg

 

 

“나에게 있어 검은색은 지배적인 색이다. 검은색으로부터 출발해서 색채들의 대비를 통해 빛을 발견하는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평생 색을 좇으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다듬고 넓히면서 견고하게 만든 라울 뒤피. 그 끝에 그는 검은색에 머물렀다. 그는 바다를 즐겨 그리면서도 마냥 밝고 맑은 색만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심연까지 보일 듯 어두운 색, 그중에서도 검은색을 활용하곤 했다.

 

검은색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다는 것은, 한때는 경쾌한 색채 중심이던 라울 뒤피의 세계가 보다 폭넓은 색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견고함과 깊이감까지 보여주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예술 세계가 완성되는 모든 과정에는 항상 색이 있었고, 그는 검은색의 시기에 이르러 색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끝으로



Le violon rouge, vers 1948.jpg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사물의 외양이 아니라 그 실재의 힘을 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행복의 '멜로디'인 이유는 그가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시가 130여 점에 육박하는 작품들을 보여주다 보니, 행복이란 감정만으로 국한되기에는 부족한, 너무나도 다양한 감정을 볼 수 있었다.

 

끊임없는 실험과 탐험을 거쳤다는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듯, 라울 뒤피의 초기작과 후기작은 사실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면 모를 정도로 다른 화풍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의 멜로디는, 그의 작품 세계는 단순히 행복을 표현하는 데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색이라는 악보 위에 붓 터치로 그려진 멜로디가 모여 행복도, 슬픔도, 격정도 모두 표현하는 음악 같았으니까.

 

한 사람의 예술 세계가 구축되고 견고해지는 과정을 한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경험은 진귀하다. 만약 여러 멜로디가 하나둘 모여 하나의 음악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고 싶다면, 한 예술가의 탐험을 함께하고 싶다면, 이번 전시장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류지수 (1).jpg

 

 

[류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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