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집 안의 작은 미술관 - 도서 '예썰의 전당'

글 입력 2023.06.0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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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보지 않고서는

한 인간이 어느 정도의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500년이 지나도 후손 인류에게 기억되고 싶다면, 창자가 뒤틀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말이 잔인하게 들리는가.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실제로 창자가 뒤틀렸다. 그는 로마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위해 4년 6개월간 아파트 7층 높이에서 30평짜리 아파트 열 채의 면적에 그림을 그려넣는 고행을 견뎠다. 성당 천장의 길이는 40.9미터, 폭은 약 14미터라고. 

 

천장에서 물감이 계속 흘러내려 물감으로 얼굴이 범벅되기를 4년. 입으로 너무 많은 물감이 들어가 실제로 미켈란젤로의 창자는 뒤틀렸다. 그는 목과 허리가 끊어지는 수준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평평한 도화지도 아닌 울퉁불퉁한 공중에서 창세기를 펼쳤다. 

 

'천지창조'로 유명한 이 천장 벽화를 보기 위해 매년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다. 작품의 상징성과 유명세로 바티칸 교황청은 연간 방문객 수를 제한하기까지 했으니, 미켈란젤로의 대작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그 자체다.  

 

특히 이 작품은 '프레스코' 기법을 사용해 석회 반죽이 푹푹하게 젖어 있을 때 그림을 그려야했다. 물감과 석회가 같이 굳는 원리다. 붙인 반죽이 마르는 동안 그림을 그린 미켈란젤로.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 완벽한 세계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얼마나 쓰라린 고통을 느꼈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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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안다면

나를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5.3미터의 거대한 원석으로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구현한 <다비드>를 완성해 걸작을 남겼다. 조르조 바사리는 "<다비드>를 본 사람이면 그 어떤 조각가의 작품도 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으니 작품의 위대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꼭 살아있는 사람이 멈춰 서 있는 것만 같다. 

 

피렌체 정부에서 의뢰한 이 작품은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모티프로 했다. 미켈란젤로는 전투를 시작하기 전 다윗의 강렬한 의지를 표현해 적과 맞서 싸우는 불굴의 정신을 시각화했다. 

 

조각의 완벽함에 대한 그의 집념을 이야기한다면 이 글 한 편으로는 부족할지 모른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피에타>를 만들기 위해서 꼬박 9개월간 대리석을 구했다. 실제 작품을 조각하는 데 1년이 걸렸으니,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이 대단히 고집스럽다.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인류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위인의 조건을 알 수 있었다. 작품에 대한 불같은 열정, 시공간의 제한을 두지 않는 초월성, 온 몸을 불사르는 도전 정신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나에게는 마치 먼 행성의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젠가 무언가에 제대로 미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평생직장은 옛 말이 된 요즘의 시대에서 무언가 하나만을 파는 것도 고집스럽지만, 반대로 무엇 하나도 제대로 마스터할 수 없다면 뒤늦게 후회가 남을 수도 있다.

 

비록 미켈란젤로처럼 목과 허리를 꺾어 천장만 바라보며 4년간 그림을 그리는 고행까지는 아니지만, 평생 잔잔히 타오르는 불로 정진할 무언가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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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의 정체성보다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화풍을 선호했던 영국. 세계 최강의 경제력을 자부하면서도 문화의 측면에서는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가 있었으니. 바로 윌리엄 호가스다. 

 

그가 그린 여섯 점의 연작 <결혼 세태>는 18세기 영국의 사회를 꼬집는다. 값비싼 옷을 입고 있으나 정작 행동은 무례한 귀족, 과소비에 질린 듯한 집사의 얼굴, 매독에 걸린 백작, 사치와 향락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렸다. 윌리엄 호가스는 사랑의 결실이 아닌 신분 상승의 도구였던 결혼의 모습을 중심으로 자신의 시대를 예리하게 포착했다.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꾸준히 내놓은 윌리엄 호가스. 상류층부터 백작 부인, 매춘부까지 모든 계층의 사생활을 빼곡하게 지적하지 않았나. 그의 그림은 곧 언론과도 마찬가지였으니, 영국인들을 교화시키고자 한 대담함이 남다르다. 인류사 이래로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었으나 끊임없이 사회의 개선을 향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회고하게 한다. 

 

자신에서 벗어나 더 큰 사회를 그린 화가를 보면 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이 든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책임감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부도덕한 세태를 고발하고, 상식 밖에서 벗어난 일들을 풍자하는 것.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만 해낼 수 있다.

 

단순히 사회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역할에 심오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나는 과연 흘러가는 사회에 그저 떠밀려가는 사람일뿐일까. 혹은 한 걸음 더 내딛기 위해 개선의 행렬에 동참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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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아한 것이 아니다. 고행 그 자체다. '예썰의 전당'을 읽으며 확신했다.

 

예술은 천재들이나 하는 것,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해왔다. 이제 그 생각을 뒤집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예술은 '한계를 넘어설 각오를 한 사람'이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미치지 않고서는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깨달음. 몰랐던 작품들을 알아가는 기쁨, 작가마다의 개성과 철학, 시대 배경에 대한 지식을 빠짐없이 알아갔다. 

 

'예썰의 전당'을 내 집 안의 작은 미술관이라 표현하고 싶다. 앞서 만난 두 작가 외에도 앞으로 만나볼 15인의 위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깨달음과 용기를 전하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마주해야겠다.  



[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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