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 속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음악]

제이레빗 'happy things' (2012)
글 입력 2023.05.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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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싫어하는 내가 여름이 다가와서인지, 그저 내가 하루를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무기력한 시간이 길어졌다. 친구들이 하는 말, 앞에 계신 교수님께서 하시는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잡생각만 열심히 하고 있다. 유튜브 보는 시간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현실도피 수단으로 유튜브를 보는 내가 이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은 지금 확실히 무기력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나는 무기력하고, 잡생각이 많을 때 산책을 한다. 산책하면서 노래를 듣거나, 생각 정리를 하다 보면 조금이나마 개운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산책하다가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행복이 뭐 거창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이레빗의 ‘happy things’가 떠올라 오랜만에 듣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노래를 듣는 3분 동안 나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한껏 여유 부릴 때

유난히 안색이 좋아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리고 다 예뻐 보일 때

좋아하는 노랠 들으며 걸어갈 때

시간 맞춰 버스를 탈 때

유난히 사람이 많은 출근길

딱 내 앞에서 자리 났을 때

(중략)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을 때

괜히 기분이 좋아서 혼자 막 춤 출 때

 

 

제이레빗이 말하는 행복은 ‘소확행’이다. ‘happy things’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행복이라 부른다. 아침에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걸을 때,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타려는 버스가 도착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지만, 확실하다.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한 판타지 영화 장면에서 누군가 행복한 상황을 겪게 되는 약을 먹었을 때, 그 약을 먹은 사람은 횡단보도에 도착하자마자 초록 불로 바뀌거나, 보고 싶던 사람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오는 등의 상황을 겪었다.


이것들은 모두 기분이 좋은 일들이지만, 사실 나는 이러한 행복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행복들을 모으고, 모으다 보면 어느샌가 많은 행복이 쌓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모두 상상만 해도 정말 기분 좋아

잊지 말고 Happy Happy Things!

 

 

행복은 거창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많이 겪는다. 행복은 가끔 오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누구나 슬픈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감정을 누가 더 소중하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복의 빈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노래는 유튜브에 올라온 제이레빗의 영상으로 한 번 더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컬 정혜선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정다운이 노래 시작 전에 웃는 모습은 노래를 듣기 전부터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노래와 피아노 반주를 시작한 후에는 그들이 정말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 노래 가사와 노래를 부르는 보컬, 피아노 반주가 모두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영상 속 멤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의 소확행



오늘 얼마나 많은 행복을 지나쳤을까. 가사처럼 기분 좋은 상상만 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나는 오늘 하루 동안 기분 좋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우울해져 있었다. 우울했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생산적으로 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더 우울해지기도 했다.


오늘 내가 지나친 행복, 소확행을 되짚어보면, 일단 내가 좋아하는 분홍색 옷을 입었다. 그리고 평소에 사적으로 만나기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대화하기도 어려운 분을 학생 기자라는 신분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록 인터뷰 진행 상황에서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내가 인터뷰를 제대로 한 것이 맞을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사실 이분을 인터뷰했다는 자체만으로 영광이다. 그리고 지금, 이 오피니언을 쓰며 ‘happy things’를 듣고 있다.


하루 종일 우울해져 있던 내가 후회될 정도로 나는 행복을 많이 마주쳤었다. 오늘 마주한 소확행을 정말 오늘 모른 채로 지나쳤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외에도 내가 최근에 느낀 소확행은 무엇이 있을까. 자주 가는 카페에서 드디어 도장을 11개를 채워서 공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쿠폰 도장을 모두 모아 가게에서 써본 것이다. 항상 쿠폰을 모으다가 쿠폰을 잃어버리거나, 찍는 것을 까먹거나, 혹은 찍는 것이 귀찮아서 중간에 포기했었는데 참 뿌듯하다.


그리고 낮에 캠퍼스를 걷다 보면, 학교 내에 있는 부설 어린이집 아이들이 산책을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짝꿍과 함께 두 줄로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다 보면 굉장히 귀엽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기들의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사실 ‘happy things’에 담긴 추억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이 노래를 소개해 주셨고, 음악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피아노로 노래의 반주를 치시면 학생들이 이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처음에는 반 친구들이 ‘말도 안돼! 공부 안 했는데 백점’이라는 가사를 보고 말도 안 된다며 한마디씩 보탰지만, 모두 이 노래를 즐겁게 부른 기억이 있다. 이 노래를 다 함께 부르던 그때의 풍경, 분위기를 떠올리면서 나는 또, 행복을 느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 하루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 혹은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이 노래를 듣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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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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