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를 만나기까지의 100년

글 입력 2023.05.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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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전설인 작품은 없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뮤지컬은 저마다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사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평가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시대를 타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은 시간이 지나야만 그 진가를 드러낸다.


올해 25주년을 맞아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오리지널 팀 내한공연을 앞둔 뮤지컬 <시카고>도 긴 역사가 있는 작품이다. 원작인 희곡을 <시카고>의 시작점으로 본다면 무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그 안에 담겨 있다. 2023년의 관객 입장에서는 한 세기를 지나온 작품을 보는 셈이다. <시카고>는 어떻게 우리가 아는 명작 <시카고>가 되었을까.

 

 

 

‘광란의 20년대’ 속에서 싹튼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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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카고>(1927)의 한 장면 (사진출처: IMDb)

 

 

뮤지컬 <시카고>의 시작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미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 세계가 정치·사회적 격변을 겪던 시기, 상대적으로 전쟁 피해가 적었던 미국은 호황기를 맞는다. 경제와 함께 대중문화도 빠르게 성장하는데, 특히 재즈가 큰 인기를 끌었다. 한편으로 미국의 1920년대는 1919년부터 시행된 금주법으로 개인의 주류 소유와 소비가 불법이던 시기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밀주가 성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마피아와 갱스터가 세력을 키워갔다.

 

사람들이 전쟁의 여파로 내일이 없을 것처럼 유흥에 매달리고, 법과 언론은 제 기능을 못 하던 이 시기는 ‘광란의 20년대’라 불리며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한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되었다. <시카고> 역시 이 시대의 산물이다. 신문기자이자 희곡작가인 모린 댈러스 왓킨스는 재판 취재를 갔다가 영감을 얻는다. 얼마 후 그는 아름다운 여성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한 희곡 『작고 용감한 여인(A Brave Little Woman)』이라는 희곡을 발표하고, 이 이야기는 <시카고>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른다.


시카고는 당시 전성기를 맞아 수많은 클럽에서 울려퍼지던 재즈의 본고장이면서 유명한 마피아 두목인 알 카포네의 주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연극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의 상징과도 같았던 시카고를 배경으로 죄를 지었지만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여자 ‘록시 하트’와 돈만 좇는 변호사 ‘빌리 플린’이 등장하는 한 편의 풍자극으로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이 부상하던 시기, 흥하는 연극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연극 <시카고> 역시 같은 제목의 무성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시간이 흘러 1942년에는 주인공의 이름을 딴 <록시 하트(Roxie Hart)>라는 코미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그 인기와 파급력을 짐작해볼 수 있다.

 

 

 

밥 포시(Bob Fosse)와 <시카고>의 운명적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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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팔 조이(Pal Joey)>에서 상대역인 비베카 린드폴스와 공연 중인 밥 포시(왼쪽)

 

 

연극 <시카고>와 영화 <시카고>가 세상에 나온 지 50여 년이 흐른다. 1976년, 연극과 영화에 머물 것 같던 이 이야기는 춤과 음악 그리고 무대를 만나 또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마주한다. 뮤지컬 <시카고>의 탄생이다.


물론 1970년대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그다지 좋은 시기는 아니었다. 당시는 뮤지컬이 텔레비전과 록 음악 등 새롭게 부상한 대중문화에 밀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티켓을 사서 공연장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뮤지컬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수많은 가정으로 동시에 송출되던 텔레비전 방송의 경쟁 상대가 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카고>는 당대 브로드웨이의 가장 유명한 예술가를 매료시키며 뮤지컬로의 변신에 성공한다. 그 예술가는 바로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밥 포시(Bob Fosse)다.


1950년대부터 브로드웨이에서 활동을 시작한 밥 포시는 1973년 각각 다른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토니상, 에미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정도로 대중문화계를 풍미하는 중이었다. 뮤지컬 <시카고>는 그의 전성기에 피어난 작품이다. 이른바 ‘포시 스타일’로 불리던 그의 섬세하고 관능적인 안무와 <시카고>의 퇴폐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는 운명이라 할 정도로 잘 맞아 떨어졌다. 여기에 존 칸더의 음악과 프레드 에브의 가사가 더해져 록시와 벨마의 이야기는 뮤지컬로서 새롭게 대중 앞에 선다.

 

뮤지컬 침체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카고>는 큰 인기를 얻으며 1970년대의 브로드웨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1977년까지 936회의 공연을 하기에 이른다. 재즈풍의 넘버와 단순하면서도 섹시한 의상, 그 의상과 잘 어울리는 밥 파시 특유의 안무는 오늘날 <시카고>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가 아는 <시카고>의 바탕이 이때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 된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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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의 한 장면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시카고>는 1996년 다시 한번 큰 변화를 맞는다. 1987년 세상을 떠난 밥 포시를 기리는 뜻으로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 레인킹이 그의 대표작인 <시카고>를 새롭게 선보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시 스타일’을 유지하되 새로운 무대장치와 조명으로 돌아온 <시카고>가 큰 주목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돌아온 <시카고>는 그해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 이후 34개 나라, 423개의 도시에서 26,532회 이상 공연되었다. 우리가 오늘날 무대에서 보는 <시카고>도 이때의 공연을 바탕으로 한다.


연극과 영화를 거쳐 뮤지컬이 된 <시카고>는 2002년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롭 마셜이 감독을 맡고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존스가 각각 록시와 벨마를 맡아 열연을 펼친 이 영화는 원작 뮤지컬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살린 연출로 호평을 받으며 200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차지한다. 영화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둬 뮤지컬을 보러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도 뮤지컬 <시카고>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2023년으로 돌아와, <시카고>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도 2000년에 처음 소개된 이후 실력 있는 배우들과 함께 꾸준히 관객을 만나 왔다. 처음에는 동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이었을 <시카고>가 시대를 타지 않는 명작이 된 이유는 이야기의 보편성에 있을 것이다.

 

범죄의 원인이나 해결책보다 그 자극적인 면면과 범죄자의 독특한 서사를 좇는 언론, 그런 언론에 열광하며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히든 바뀌는 여론의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시카고>가 앞으로 쌓아갈 새로운 역사 역시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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