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비평 후 진행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4.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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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오브 <헤어질 결심>호에 이어 이번에 소개할 영화 잡지는 매거진 ⌜Filo⌟다.

 

매거진 ⌜Filo⌟는 2018년 3월 창간된 영화 비평 전문 격월간지이다. 매거진 이름 ⌜Filo⌟는 영화를 뜻하는 film과 ‘~을 좋아하는’을 뜻하는 ‘philo-’를 합친 단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만들고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매거진이다.

 

 

 

영화 후 비평, 비평 후 영화


 

⌜Filo⌟는 한 호 안에서 보통 7-8작품의 영화를 다루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호 안에 실려 있는 영화 작품을 모두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한 호에 등장하는 영화를 모두 보지 않았다면 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Filo⌟를 읽기 위해 잡지 안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들을 보려고 한다면,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비평을 읽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Filo⌟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전후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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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우리는 영화를 보고 비평을 읽는 순서를 따른다. 비평을 읽으며 내가 영화 속에서 느낀 것을 평론가는 어떻게 해석했을지, 내가 영화 속에서 놓친 부분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간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스스로 발견해 보고 싶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영화를 보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비평을 읽고 영화를 보는 순서를 따르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나는 보지 않은 작품의 비평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영화의 장면들을 그려나갔다. 글로 쓰인 것들을 여러 장면들로 해석해 보는 과정은 내가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완전한 무지의 상태에서보다는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의 궁금증은 더 커진다. 그 경험들 이후,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내가 상상한 장면을 영화 속에서는 어떻게 그려냈는지, 평론 속에서 등장했던 영화 속의 상징과 장치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생각한다. 그렇게 평론도 영화의 일부분처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순서에 정답은 없지만, 보통의 순서를 따르지 않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비평을 읽은 후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를 더 ‘잘’ 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Filo⌟ 안에 속해있는 작품들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봐도 된다.

 

 

 

아카데미 후 비평, 비평 후 아카데미


 

보통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평론을 읽고 어떤 작품이 시상식에서 수상하게 될지를 예상해 본다. 서로의 예측이 맞다, 아니다를 가지고 한참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마음속에만 나의 예상을 간직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상식이 끝난 후, 영화를 보거나 평론을 읽으며 각각의 수상들과 노미네이트를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Filo⌟ 31호(2023년 3/4월호)는 아카데미 후보작 특집으로 제작되었다. 스티븐 스필버스의 <파벨만스>부터 마틴 맥도나의 <이니셰린의 밴시>, 샬럿 웰스의 <애프터 썬>, 토드 필드의 , 대니얼 콴∙대니얼 셰이너트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세라 도사의 <사랑의 불꽃>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뿐만 아니라 제 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자 국내 개봉작인 홍상수의 <물안에서> 작품론도 함께 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멀티버스’라는 장치를 통해 가닿고자 하는 곳은 분열로 인해 여러 가능성이 개발되는 다중우주가 아니라, 재치 있는 이미지들을 한 표면 위에 그러모은 오직 하나의 우주다. “수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신나서 외치기만 할 뿐, 이 영화는 알파버스의 용사들이 그런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안전하고 질서 있는 체계를 지향한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한 평론의 일부분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혼란과 혼돈의 상황일수록 사람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사람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또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정함 속에서 안정함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무한한 혼란 속의 영화라는 데에서 멈출 수 있던 시선도 ⌜Filo⌟ 속의 글을 통해서 더 나아간다.


현재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지만, 어떤 작품들이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빛내주었는지 ⌜Filo⌟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영화의 어떤 메시지들이 관객에게 더 나아가 세계에 닿았는지 이번 ⌜Filo⌟ 31호(2023년 3/4월호)를 읽어보며 뒤늦게라도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운에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측의 관점이 아닌 이해의 관점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향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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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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