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느 컬렉터의 아름다운 순간들: 루드비히 컬렉션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展

글 입력 2023.03.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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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하는 기획전시를 매번 즐겁게 봤기 때문에, 전시가 바뀌는 시점이 되면 다음 전시는 무엇인지 항상 체크해보곤 한다. 그래서 작년에서 올해에까지 이어졌던 전시를 재밌게 봤었기에 올해에 전시가 바뀌는 시즌이 되어서 다음 번에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무슨 전시를 하는지를 한 번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다음 전시가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을 다루는 전시였다.


어떻게 이런 테마를 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런데 전시 제목을 다시 보면서 바로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았다. 이번 전시는 임의로 기획된 전시가 아니라, 바로 독일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의 컬렉션을 전시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피카소를 내세운 거라면, 물론 피카소가 워낙 유명한 화가니까 그런 점도 있겠지만 꽤나 비중있게 피카소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나에도 많고 파리에도 많지만, 놀랍게도 쾰른에 위치한 루드비히 미술관도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피카소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모든 작품이 원화로 공개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 테마도 흥미로운 데다가 원화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마이아트뮤지엄을 다시금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전시를 보던 당일에 다른 용무로 인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마이아트뮤지엄에 도착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자화장실 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물품보관 라커가 잘 준비되어 있어서, 2시간에 천 원인 비용을 지불한 다음 짐을 넣어두고 편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 전시 구성 >


1부 독일 모더니즘과 러시안 아방가르드 (German Modernism and Russian Avant-garde)

2부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 (Picasso and Environment)

3부 초현실주의부터 추상 표현주의까지 (From Surreal Creation to Abstraction)

4부 팝아트와 일상 (Pop Art and Everyday Reality)

5부 미니멀리즘 경향 (Minimalist Tendencies)

6부 독일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German Contemporary Art and New Tendencies)

 




이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은 원화전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내부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다. 프리뷰로 전시 관람을 미리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현 시점에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먼저 이번 전시는 크게 6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독일 모더니즘과 러시안 아방가르드였다. 우선 첫 번째 공간은 아주 인상적인 게 벽이 쨍한 파란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렇게 파란 빛으로 공간을 채운 것은, 독일 표현주의 사조였던 청기사파를 연상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1910년대에 나타난 독일 표현주의는 청기사파와 다리파로 구분된다. 이 두 학파는 모두 인간 내면의 순수하고도 역동적인 본성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첫 번째 관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아무래도 강렬한 색감과 화려한 붓놀림이다.


개인적으로는 눈에 익은 작가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첫 번째 관에서 공간 설명을 읽은 다음 바로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 파울라 모데존 베커의 'Blind little sister'이었다. 여성이 화가로 활동하는 것이 쉽게 용납되지 않았던 사회상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예술관을 펼치고 전위적으로 살았던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 굉장히 뜻깊었다. 그 옆에 위치한 청기사파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프란츠 마르크의 'Cattle'도 강렬한 색감과 다소곳한 소들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그의 부인 마리아 마르크의 정물화도 같은 화풍이 느껴져서 재밌게 보았다. 청기사파의 또 다른 창시자인 칸딘스키의 작품도 원화로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첫 번째 관에서 정말 좋았던 것은 케테 콜비츠의 작품이었다. <위로의 미술관>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케테 콜비츠의 작품들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져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런 그의 작품을, 비록 가장 마음 아팠던 청동 피에타는 아니지만, 석고로 제작 및 채색된 'Lamenta'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규모가 작은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순간 그의 슬픔이 나에게 전이되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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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관은 피카소와 동시대 거장들을 다루는 관이었다. 우선 피카소에 들어가기에 앞서 러시아 아방가르드에서 나타난 절대주의를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Supremus No.38'이었다. 절대주의의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인지, 절대주의 작품들이 배치된 공간은 벽면이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이 흰 벽면 그리고 흰 바탕과 대비되어 다양한 색깔을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구현해낸 말레비치의 작품은 시기적으로 따지면 독일 표현주의와 동시대에 제작된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이라는 큰 이벤트를 똑같이 겪고도 이에 대해 독일과 러시아 두 나라의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서 풀어내는 방식이 극명히 달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어서 별도의 작은 공간에는 인상적인 화가들의 작품이 몰려 있었다. 조르주 브라크, 앙드레 드렝,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마르크 샤갈의 작품이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작은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과거에 루드비히 부부가 컬렉팅을 섬세하게 했고 이를 루드비히 미술관을 세우는 동시에 기증했기에 가능했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새삼 이들의 작품을 컬렉팅한 루드비히 부부의 안목이 정말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이들의 작품 뒤에 만나는 것이 바로 피카소의 작품들이었다. 페터 루드비히가 박사 논문 주제로 피카소를 다뤄서 그에 대한 애정이 처음부터 있기야 했겠지만, 그가 피카소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컬렉팅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은 '아티초크를 든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 작품이 한 벽면을 온전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앞에 서서, 이 작품의 어떤 면이 페터 루드비히를 그토록 감동시켰을지를 상상해보는 게 재밌었다. 또한 두 번째 전시관을 통해 루드비히 부부가 피카소의 회화작품만이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을 수집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피카소의 테라코타 작품과 도자기 작품까지 컬렉팅했을 줄이야. 그야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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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세 번째 관은 초현실주의와 추상 표현주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사조로는 앵포르멜(Art Informel) 작품들이 가득한 이 관에 들어섰을 때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작품은, 아마도 공간을 들어서는 순간 직선으로 바로 바라볼 수 있는 두 작품일 것이다. 하나는 액션 페인팅으로 유명했던 미국의 화가, 잭슨 폴록의 작품이다. 주로 다양한 색깔을 사용했던 그의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루드비히 컬렉션에서 공개된 잭슨 폴록의 작품은 흰 바탕 위에 오로지 검은색의 자국들만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멀리서 바라보면 얼핏 수묵으로 채색한 것 같은, 동양적인 느낌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폴록의 작품 바로 옆에 위치한 작품은 검은색과 흰색 뿐인 잭슨 폴록의 작품과 다르게 다양한 색감이 녹아있어 눈길이 간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의 화가도 잭슨 폴록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활동했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화가라는 점에서 사실상 결을 같이 하는 추상주의 화가였다. 바로 윌렘 드 쿠닝이다. 왠지 모르게 여성적인 무언가를 은유하는 게 느껴지는 그의 작품은 회색빛 벽면과 대비되어 더욱 오래도록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장 뒤뷔페였다. 아르 브뤼의 창시자인 장 뒤뷔페는 작년에 소마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로 그의 작품들을 두루 만나본 나에겐 간만에 다시 만나는 친구만큼이나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이번 컬렉션에서 나온 장 뒤뷔페의 작품은 아직 뒤뷔페의 트레이드마크인 우를루프 시리즈가 탄생하기 직전의 작품인지라 뒤뷔페 고유의 느낌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를루프 시리즈가 탄생하기도 전에 뒤뷔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의 작품을 컬렉팅한 루드비히 부부의 안목을 생각한다면, 전성기 이전의 뒤뷔페 작품이 이번 전시에 들어와 있는 것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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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관은 팝아트의 관이다. 한국에서 팝아트 화가들의 전시가 많이 열렸던 만큼, 이 전시관에서는 다른 미술 분야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했던 관람객들도 익히 봤을 법한 화가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다소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루드비히 미술관이 팝아트 작품들을 정말 많이, 다양하게, 그리고 퀄리티 있게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뿐만 아니라 재스퍼 존스,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들이 있다. 심지어 팝아트가 최초로 출현했던 영국에서 팝아트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까지 있었으니까.


팝아트 작품들이 있는 공간은 다른 작품들이 있는 관에 비해 공간 자체는 작다. 하지만 정말 알차게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세밀히 눈으로 뜯어보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앤디 워홀이 남긴 페터 루드비히의 초상화였다. 심성아 도슨트의 해설에 따르면, 앤디 워홀은 돈이 되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물질 만능주의적인 사고관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그렇다고 돈만 주면 뭐든 다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즉 돈을 준다고 앤디 워홀이 다 초상화를 그려줬던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워홀은 페터 루드비히의 사진을 분명히 찍어줬고, 여기에 채색과 약간의 선을 덧대면서 페터 루드비히의 초상화를 결국 만들어주었다. 페터 루드비히에게서 워홀은 무엇을 보고 느꼈던 걸까? 그 작품 앞에 서서 루드비히와 눈을 맞추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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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관은 미니멀리즘 사조가 등장한다. 다시 한 번 작품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전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왜냐하면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보기에는 굉장히 단순해 보이지만 굉장히 철학적이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우선 도널드 저드의 작품만 봐도 확 이해가 될 것이다. 뭔지 모를 알루미늄 철판 같은 것으로 일종의 조형물을 만든 도널드 저드는, 자신의 작품이 조각으로 분류되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의 무제 작품을 회화라고 해야 할까? 회화는 더더욱 아니라고 다들 느낄 텐데? 심지어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도널드 저드가 한 일이라곤 사실상 작품의 재료를 결정하고 이에 대한 스케치를 한 다음 제작을 주문한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에 있는 도널드 저드의 작품은 그의 작품이라고 소개가 되곤 한다. 과연 이 작품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니, 작품이란 것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니멀리즘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당장 도널드 저드의 작품을 보며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적인 답을 찾아봐야 한다.


또 하나 생각해볼 만한 작품은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이다. 작품명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은 민트색으로 캔버스가 채색되어 있었고 그 캔버스 가운데 부분에 크게 세 개의 할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심성아 도슨트는 루치오 폰타나의 이 작품을 두고, 회화와 조각을 결합하고자 했던 폰타나의 시도가 구현되었다고 설명했다. 캔버스가 채색되던 순간까지는 단순히 2차원적인 회화에 불과했던 작품이, 캔버스가 찢기면서 불룩하게 일어나는 캔버스의 입체감으로 인해 3차원적인 조각의 특성까지 내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루치오 폰타나의 이름이 각인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섯 번째 관에서 예술적인 기교가 극적으로 배제된 상태에서, 모리스 루이스나 케네스 놀랜드처럼 색채의 배열을 통해 미니멀리즘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거나 귄터 워커처럼 최소한의 색깔과 물체의 배열을 통해 자신의 작품관을 드러내는 것을 보는 것은 이전의 작품들과는 굉장히 색다른 느낌이었다.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면, 아무래도 미니멀리즘은 나같은 일반 관람객에겐 정말 쉽지 않은 미술사적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면서 무엇이든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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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섯 번째 공간은 독일의 현대미술과 새로운 동향을 담아내는 공간이었다. 먼저 독일의 현대미술들이 전반부에 위치되어 있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요셉 보이스였다. 여성을 은유하는 그의 작품은 1957년에 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전위적이다. 미니멀리즘에서 개념미술로 미술사조가 바뀌는 데에 혁혁한 영향력을 발휘한 요셉 보이스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은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에 못지 않게 전쟁의 상흔을 강렬하게 상기시키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페터 헤르만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또한 루드비히 미술관이 비교적 최근에 컬렉팅한 작품들도 있었다. 레이코 이케무라가 삼베에 초록색으로 채색한 작품은 2010년 작품이었고, 카티야 노비츠코바의 '성장 가능성'은 2014년 작품이었다. 루드비히 미술관의 현대미술 작품들은 비단 서양 화가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폭이 더 넓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에는 비디오 아트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비디오 아트하면 백남준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데, 그가 선구안을 가지고 개척한 이 영역을 다른 예술가들이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 * *


하나의 전시 속에 정말 다양한 미술사조가 담겨있어, 전시 공간이 바뀔 때마다 마치 새로운 전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있기에 결코 지루하지 않고, 여러 사조를 접할 수 있어 미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시였다. 특히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미술사조의 흐름 순으로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따라갈 수 있도록 배치해두었기 때문에, 어떻게 미술사조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지에 대한 상상을 해보며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즐거운 감상포인트가 될 것이다. 특히 20세기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었던 세계대전이 모두 포진해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전쟁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일반 관람객들이라면, 반드시 루드비히 미술관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전시를 관람해보았으면 한다. 다양한 사조의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전시로 기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루드비히 부부가 이 많은 작품들을(물론 현대 작품들은 그들의 사후에 이루어진 것들도 있기는 하다.) 컬렉팅했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면서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하면서 그들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시대의 작가들에게서 그들의 재능과 성장성을 알아보는 안목을 어떻게 길렀을까? 루드비히 부부가 사업을 했기 때문에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금력이 뒷받침되었던 것도 당연히 크겠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안목이 있었기에 이 컬렉션이 완성될 수 있었다.


전시회를 다니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나만의 공간에 두고 싶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 투자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심미적인 차원에서 컬렉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 루드비히 미술관 컬렉션을 보는 것도 굉장히 큰 자극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피카소와 20세기 거장들' 전시를 보면 페터 루드비히와 이레네 루드비히가 예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작품에 애정을 담아 소장했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이 컬렉터 부부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여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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