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도서]

신발에 담긴 문화와 역사
글 입력 2023.03.0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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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범고래 스니커즈’로 불리며 너도 나도 사지 못해 안달이었던 나이키의 덩크로우가 이제는 국민템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자주 보이는 신발이 됐다.

 

이후 덩크로우의 빈티지 시리즈도 보기 드문 색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 갑자기 클래식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나이키 올백 에어포스나 뉴발란스 992, 아디다스 슈퍼스타 등 패션은 돌고 돈다더니 이젠 없어서 못사는 아이템이 됐다.


이처럼 신발에는 발을 보호하기 위한 그 이상의 용도와 가치가 있다. 패션 아이템으로, 상황에 맞는 TPO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발은 패션의 영역을 넘어가지 못할까?


책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는 신발에 담긴 문화, 역사, 경제, 사회 정체성 구축과 관련한 신발의 의미를 보여준다. 이는 신발이 패션의 일부로 예속되었다는 관점보다 넓은 광의의 개념과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신발은 산업화 등 인류의 역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 역사 속의 문화 또한 반영한다. 당대 사람들의 문화적 인식과 유행, 성별과 계급 등 신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신발이 탄생하고 유행하기까지, 새로운 재료를 도입하기까지 얼마나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는지 알게된다.

 

 

신발로읽는인간의역사_표지(평면).jpg

 

 

목차

 

Ⅰ 샌들 - 낯설고 이국적인 자유의 상징에서 경직된 사회를 허물어뜨리는 저항의 도구로

Ⅱ 부츠 - 활동적인 남성의 전유물에서 다양한 집단의 동일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Ⅲ 하이힐 - 남성들의 굽 높은 승마용 신발에서 여성을 향한 욕망과 편견을 투영하는 상징으로

Ⅳ 스니커즈 - 값싸고 편한 혁신적인 운동화에서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Ⅴ 신발 - 신발에는 시대의 변화하는 모습과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신발이 갖는 고유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 당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것도 있다. 그렇기에 신발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발의 영역을 네 가지로 나누어 흥미로운 주제로 흐름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추측하기 어려운 이야기에 눈길이 먼저 갔다. 힐에 박혀있는 고정적인 이미지나 부츠의 초기 이미지, 버켄스탁의 새로운 면모, 스니커즈 패션의 문화 등이 그렇다. 마지막 장 [Ⅴ 신발 - 신발에는 시대의 변화하는 모습과 추구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에서는 신발을 생산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신발 장인의 노동자로서의 전락, 신발 수집 문화, 신발에 적용시키는 TPO, 수제화에 대한 내용을 짚는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신발에 대한 문화와 사회적 인식은 현 상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뿐 아니라 시야를 다각도로 넓혀주었다.


샌들에 에로틱한 상징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그럴듯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였다. 지금과는 달리 신성하고 고전적이며 소박하고 이국적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나 고대 조각상의 신발, 성서의 인물이 착용하던 신발이 주로 샌들이었기 때문이다.

 

또 버켄스탁이 처음에는 건강 신발로 마케팅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우리 눈에 익숙한 버켄스탁의 슬리퍼가 사람 발모양의 코르크 소재인 것은 애초에 독일 병사들의 회복을 위하여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인체 공학적 구조의 밑창이 편하다는 평을 받으며 건강할 것 같다는 이미지가 정착되면서 건강 식품 매장에서 팔리게 되었다고.


에어 포스1은 마약 거래상들이 즐겨신는 신발이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두려운 이미지인데도 불구하고 흰색이 주는 무결점의 상징과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모호함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기호로 와닿았다.

 

과거 퓨마에 뒤꿈치에 컴퓨터 칩이 달린 스니커즈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모양은 투박하고 거대한데 지금의 애플 워치처럼 거리와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을 신발에 도입한 것이 재밌다.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는 13,000여점의 세계 신발이 전시된 바타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 엘리자베스 세멀핵이 엮어낸 거대한 신발 역사서다. 과거의 신발에서 이어져온 이야기를 현대의 신발의 흔적에서 찾는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자료 사진을 훑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께만큼 방대한 박물관의 전시품을 통째로 옮겨와 유익한 정보와 신선한 사진을 선사한다. 신발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문화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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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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