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놈의 MBTI [사람]

MBTI 뇌절 중단을 원하는 한 사람의 간곡한 외침
글 입력 2023.02.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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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만 있는 초면인 사람에게 건네는 공식 질문 3대장,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애인은 있어요?’

‘어디 학교 나왔어요?’


밥 먹었냐는 인사치레와 같은 공식 질문 3대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새로운 인사말이 있다.

 

‘혹시…MBTI가 어떻게 되세요?’

 

그놈의 MBTI. 여기서도 MBTI, 저기서도 MBTI인 지금, 하다 하다 면접과 채용 공고에서도 MBTI가 떡하니 기재되어 있다고 한다. 분명 10년 전 학생일 때도 존재했던 것 같은 이 성격 검사가 몇 년 전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현대사회의 필수 요소가 되어버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놈의 MBTI가 정말이지 너무 싫다. 아니, 정확히는 MBTI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표가 되는 게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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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부터 싫어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했다.

 

내 MBTI가 가진 특징과 나의 성격, 성향이 너무도 비슷해서 신기했고, 나와 정말 다를 것 같은 사람이 단지 MBTI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통하는 점이 꽤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나중에는 사물이나 특정 취향마저 전부 비슷한 것 같아 맹신하기도 했다. ‘역시 MBTI는 과학이야’ 하며 말이다.

 

이랬던 내가 적대적으로 바뀐 이유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점차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격과 성향,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자신을 올바르게 소비하는 사람을 동경하는 나로서, 어느 순간 나의 모든 것이 MBTI로 결정되는 게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닌 내 MBTI가 좋아하는 것을 소비하는 이 상황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관심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MBTI가 좋아하기 때문에 따라하고, 조급함을 느끼면서 P라는 이유만으로 모른 척 미루고,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T이기 때문에 일부러 냉정한 답변을 하는, 나에게 MBTI가 맞춰진 것이 아닌 MBTI에 내가 맞춰진다는 건 인과관계가 잘못되었다 생각했다.

 

애초에 검사 결과지에서도 대부분이 2대8, 3대7 또는 5대5로 나뉘는데, 이는 상황에 따라 내 행동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 아닌가.

 

이 사실을 직시하고 난 뒤로는 친구들의 말에 반항심이 생기기도 했다. ‘너 P인데 왜 이거 미리 해?’, ‘너 F라면서 왜 공감 못 해줘?’ 등의 질문, 그리고 나를 그깟 알파벳에 판단하는 ‘너 검사 다시 해봐. 너 그거 아니야’ 식의 말들.

 

그러면 나는 늘 대답한다. MBTI 뇌절 좀 그만하라고. 그거 어디까지나 참고용이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나에게 맞춰야지 내가 MBTI에 맞춰지면 되겠냐고.

 

마케팅도 MBTI로 하는 시대지만, 부디 한낱 알파벳 4개로 한 사람을 판단하는 이 상황이 제발 멈췄으면 한다.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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