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이름 - 이름의 장: TEMPTATION [음악]

글 입력 2023.02.20 16: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포맷변환]3-d54121fea838830e7e929dbcf1f1a3a4.jpg

 
 
약 반년 만에 컴백해 앨범 초동 200만 장을 돌파한 그룹이 있다. 바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미니 5집 <이름의 장: TEMPTATION>으로 컴백해 앨범 초동 210만 장을 넘으며 커리어 하이는 물론, 역대 대한민국 가수 음반 초동 4위를 기록했다. 1위에서 3위가 모두 직속 선배 그룹인 방탄소년단인 점을 보았을 때, 확실한 자리매김이라 할 수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빌보드 200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대내외적으로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데뷔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 <꿈의 장> 3부작, <혼돈의 장> 2부작, <이름의 장>으로 이어지며 유기적인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또한, 각 챕터가 끝난 후 ‘짧은 1회분’을 뜻하는 ‘minisode’ 앨범을 추가해 이야기의 연결성을 높이고 다양한 컨셉을 보여준 바 있다. 거대하고도 몽환적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표 동화 속에서, 이들이 <이름의 장>에 담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반추해보고자 한다.
 


[포맷변환]1-9adda885cffd559bcdd7b62e5c53b3b8.jpg

 

 

 

‘이름’을 찾아야 해

 

앨범 제목인 <이름의 장>에서 알 수 있듯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소년들은 이름을 찾는 여정을 떠난다. 앨범의 로고 영상에는 멤버 연준의 속삭임이 역 재생된 소리가 담겨있다. 그 속삭임의 문구는 이러하다.

 
It's so sweet, but I should find my name.
너무 달콤하지만, 내 이름을 찾아야 해.
 

<이름의 장: TEMPTATION>에서 알 수 있듯, 달콤한 것은 유혹을 뜻할 테다. 앨범의 모든 소개 글에서도 이번 앨범은 성장에 앞서 유혹에 빠져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1번 트랙은 악마에게 유혹받는 내용이고, 결국 유혹에 빠져 달콤함을 더 추구하는 내용이 2번 트랙이다. 3번과 4번 트랙은 각자 유쾌하거나 무기력하게 성장 유예의 시기를 보내고, 5번 트랙에서는 결국 성장을 위해 꿈의 세계인 네버랜드를 떠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름’은 왜 존재할까? 이름은 무엇을 뜻할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일전의 앨범들에서도 꾸준히 ‘이름’을 언급해왔다.

 
말해줘 너의 반쪽을
완성하는 건 나잖아
내 이름이 불리워진 이 순간
버려진 날 찾은 넌 구원인 걸까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꿈의 장: STAR》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뿔’로 대표되는 성장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너와 내가 결국 서로의 구원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구원의 매개가 ‘네가 나의 이름을 불러준 것’이다.

이름은 가장 먼저 그 사물, 사람, 현상에 그만의 고유함을 인정해주는 매개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것이 존재하더라도 상관없다. 나의 뜻, 나의 마음, 나의 의미가 담겨 붙여진 애칭은 그 상대를 내 세계에서 유일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김춘수의 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中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상대의 세계를 내 세계로 받아들이는 것, 동시에 나의 세계 역시 상대의 세계와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름’은 내가 나로서, 이 세계의 유일한 존재가 되는 첫 발걸음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다른 앨범들에서도 이름에 대해 꾸준히 언급했다.

 
내 영원이 돼줘 내 이름 불러줘
Run away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꿈의 장: MAGIC》
 
데뷔곡 이후 두 번째 타이틀곡이다. 특히 이 부분의 가사는 노래의 핵심 후렴구다.

 
이름을 잊으면 안돼
마법이 풀리지 않게
 
Magic Island > , 《꿈의 장: MAGIC》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의 길이가 무려 13분 35초로, 세계관 영상을 담고 있는 곡의 마지막 가사이다.
 
 
이젠 말해줘
입가를 헤매는 이름
이 슬픈 꿈의 의미를

Eternally >, 《꿈의 장: ETERNITY》
 
 
이 노래 역시 이 앨범의 세계관 영상을 담아 뮤직비디오가 약 20분에 달하는 노래이다. 이 가사는 노래의 도입에 있어 노래와 앨범의 세계관 진행의 빗장을 연다.

 
갑자기 우리의 이름을 불러
귓가에 우리의 노래가 들려

갈 길은 멀고 밝혀줄 별 하나 없지만
네 이름을 부르면 잠든 별도 곧 깨어나

서로의 이름 불러 줄 때
우린 영원히 함께 달려가
 
<하굣길>, 《minsode1 : Blue Hour》
 
 
이 노래는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있어, 제목에서부터 학원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지만, 동시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전 노래와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곡의 다른 가사를 보면 ‘별빛 하나 찾을 수 없는 밤/지나온 길은 다 쓸쓸하고 안타까운 걸’(별의 낮잠), ‘더 세게 밟아 힘껏/그 어떤 괴물도 더는 우릴 쫓지 못하게’(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 등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계관과 이어진다. 이 노래에서는 특히 반복적으로 이름을 언급한다.

 
이름에 이끌려 온 혼란 속 나

불러봐도 그 이름 차가운 입김만
낯선 이름에 깃든 운명 or 무언가
알 수 없어 의미들 하얗게 맺혀가
 
< Frost >, 《혼돈의 장: FREEZE》
 
 
이 노래 역시 세계관의 내용을 담은 뮤직비디오의 노래이다. 이름이 혼란의 시작이자, 혼란의 주체임을 알 수 있다.

 
기억해? 우리 첫 만난 그날
인어공주 txt.만
부르고 싶던 네 이름은
(MOA MOA MOA MOA)
 
<교환일기 (두밧두 와리와리)>,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
 
 
이 노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덤 모아(MOA)를 위한 팬송이다. 데뷔 전, 팬들은 멤버들의 얼굴만 알고 목소리를 알지 못해 멤버들을 ‘인어공주’라고 불렀으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약자인 TXT와 동시에 텍스트의 확장자를 의미하는 txt.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팬들은 소리 내어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의 어엿한 이름이 생겨 부르게 된 것이다.
 
 
빈 wallet 그보다 더 비어버린 마음의 이름은
Lover with no $ dollar sign
 
Trust Fund Baby >, minisode 2: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Lover with no $ dollar sign’이라는 가사는 직전 앨범의 타이틀곡 ‘LO$ER=LO♡ER’에서 온 가사이다. 이 곡은 세상의 시선에서는 ‘루저’로 보일지라도 ‘너’에게는 ‘러버’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였으며, 가사는 ‘Lover with a $ dollar sign/Is a LO$ER’였다. 너와 내가 알아볼 수 있는 dollar sign($) 이 있다면 세상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루저도 러버가, 러버도 사랑의 루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이 포함된 앨범은 사랑이 끝난 후의 분노와 상실감을 담은 앨범이었기에, 마음의 이름은 dollar sign($)이 없어진 것이다. 이제 그 유일한 의미도 사랑도 텅 비어버렸기에.

이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한 앨범도 빠지지 않고 ‘이름’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 왔다. 아마 이 소년들에게, 이 청춘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자 지켜야 할 것은, 본연의 ‘이름’인 모양이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마녀 유바바가 치히로에게서 가장 먼저 뺏는 것이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조선인들의 성과 이름을 강제로 일본식으로 바꾸는 창씨개명을 단행했다.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잃는 일. 특히나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이 소년들의 이름을 뺏을 그 유혹은 무엇이었을까. 
 
 
 
유혹의 시청각적 구현, Devil by the Window

 

 

 
앨범의 1번 트랙은 ‘Devil by the Window’다. 한글 부제는 ‘자정의 창가에서 만난 악마의 목소리는 달콤했다.’ 악마는 계속해서 소년들이 잠이 들게 하고, 유혹에 들게 한다. 뭐하냐고 물어보고, 오늘 시간이 있느냐며 귀찮게 하고, 계속 놀러 나오라고 유혹한다.
 
 
“You got some time today?”
“Uh, what a nuisance”
“Come, come, come out to play”
 
 
 결국 소년은 유혹에 빠진다.

 
I met the devil by the window
Traded my life
Temptation touched my tongue
Spread the wings of desire
 
 
악마는 소년에게 도망갈 곳은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감히 싸울 생각은 포기하라 말한다. 유혹을 맛본 소년들은 그 환상과 환희의 기쁨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이 노래의 후반부에서 멜로디적으로 구현했는데, 이 부분은 마치 듣는 사람도 환상을 동반한 나른한 유혹에 홀린 감상을 느끼게 한다.

 
High
I feel my body drifting into the sky
I won’t come down, come down, come down
I’ll fly
Weightless without a worry into the night
 

유혹에 빠진 상태는 높고, 떠다니는 듯하다. 아무 걱정이 없는 가벼운 상태이기에, 다시 추락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이 부분을 음악적으로도 구현해낸 것이 인상 깊었다. 특히 안무의 경우, 노래 전반적으로 뚝뚝 끊어지는 안무가 주를 이루다가, 노래가 반전되는 순간부터 물리적으로 뜨는 안무와 부드러운 안무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I’ll fly’의 부분에서는 멤버 연준이 직접 다른 멤버들에 의해 슬로우 모션을 건 듯 비행하는 안무를 통해, 냉철하다가도 홀연히 빠지게 하는 ‘유혹’의 심상을 시각적으로 훌륭히 구현했다.



유혹의 객체인데 우리에겐 주체인 TXT, Sugar Rush Ride

 

 
 
앨범의 타이틀곡 제목은 ‘Sugar Rush Ride’. 슈가 러쉬(Sugar Rush)는 설탕 함유량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일시적으로 당과 에너지가 치솟는 것을 뜻한다. 이런 슈가 러쉬 상태에 놓였으니, 유혹에 빠진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네버랜드를 연상케 한다. 네버랜드는 흔히 환상의 공간으로 알고 있다. 동화 <피터 팬>에서 처음 나온 곳이며,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아름다운 꿈의 공간.
  
 
넌 속삭여
“삼켜버려 the sugar rush”
 
I can feel 거부할 수가 없어
달콤한 그 devilish smile
넌 능숙히 잠긴 내 문을 열어
어떡해 저 별이 보여
 

그 꿈의 공간에서 소년들은 유혹당했고, 손 쓸 새 없이 함락당했다. 그리고 유혹을 더 탐미한다.
 
 
Gimme gimme more
이리 와서 더
같이 놀자 더
 
 
춘향가의 ‘이리오너라/업고 놀자’ 대목을 차용한 이 대목은 춘향가에서도 사랑가의 대목이다. 춘향을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긴 몽룡처럼, 한순간에 유혹에 빠진 소년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내 이는 환상일 뿐, 현실로 나아가야 함을 소년들은 깨닫는다.

 
나쁜 건 나야
알아 못된 desire sugar
 

평생 과당의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소년은 점차 현실감을 찾고, 악마에게 나쁘다고 투정도 부리고, 그리고 이내 나쁜 건 자신임을 깨닫는다. 일그러지고 어긋난 소망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달콤함이 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성장 앞에서, 그저 편하기 위해 유혹된 것임을 자각한다.
 
 
나빠 넌 liar 내게
너 뭘 한 거야 sugar
 
 
그럼에도 끝까지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마지막 유혹에도 넘어가 버렸지만.



산뜻하고 명랑한 위로, Happy Fools (feat. Coi Leray)

 

 
 
앞서 말했듯 3번 트랙과 4번 트랙은 상반된 분위기로 성장 앞에서 주저하는 상태, 유예의 상황을 그린다. 성장을 앞두고 유혹당해 머물러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3번과 4번 트랙을 지속하며 성장을 두려워해 유혹을 자의적으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앞 노래의 이어짐과, ‘달콤한 순간에 꽉 갇혔어 난’의 가사를 본다면 현재 유혹당한 상태로 해석하는 것이 더 상통하는 해석의 방향이겠지만, 현재 청년 세대를 위로하는 메시지로 보았을 때는 후자로 생각할 수도 있다.

 
기분 좋은 게으름의 맛
아주 달콤한걸
꿈만 같은 guilty pleasure 눈앞에
 
 
‘Happy Fools’는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지만 이에 만족하는, 일명 행복한 바보를 이야기한다. 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난 당신들에게 바보라고 불릴지라도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겠다는 선언이자 여유의 노래이다.

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데뷔 때부터 일관된 기조였던 ‘남이 뭐라 해도 우리만 괜찮으면 돼’와 일맥상통한다. 남이 내가 뿔이 달렸다고 욕해도 너만 내 구원이 되어주면 되고,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한 것 같아도 도망가서 서로의 영원이 되어주면 되고, 남들 눈엔 내가 루저로 보여도 너에게만 러버이면 된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 메시지를 거대한 동화 세계관에서 한 발 가까워져, 지금의 대한민국의 청춘에 대입하는 것이다.

 
내일의 나에게 맡겨 고민들
다신 안 올 지금 yeah
 
더 할래 만끽
내가 세상의 중심 난 마치 butterfly
일만 하는 꿀벌은
기분 좋은 바람 불어도
느낄 줄 모르지
 

지금 대한민국의 청춘은 너무나 바쁘다. 코로나19로 청춘들에게 세상은 더 치열하고, 막막하고, 우울해졌다. 그런 청춘들에게 잠깐이나마 숨통이 틔워질 수 있는 곡이 아닐까? 산뜻하고 가벼운 멜로디와, 오지 않을 고민을 잠깐 덜 수 있게 해 주는 메시지는, 각박한 세상에서 잠깐이나마 힐링할 수 있는 여지와 위로를 선사한다.

 
 
담담하고 단단한 토닥임,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

 

 
 
이 노래는 유혹 이후, 쾌락만을 쫓은 이후의 상실감을 의미한다. 그러나 앨범과 따로 해석하더라도, 현재 청춘이 가진 만연한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Rockstar에 별 빼
Just a rock, okay?
꿈을 꿨었네
뭣도 모른 채
 

앨범 공개 전, 하이라이트 영상에 나왔던 가사이다. 모두가 선망하는 ‘Rockstar’에서 star라는 글자 하나 빼면 그저 돌멩이가 된다. 닿고자 했던 꿈, 잡고자 했던 그 별에 가닿지 못했을 때는 그저 돌멩이의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없어 그런 talent, 깊은 사연
인정 I’m not a ‘born to be’
내가 봐도 특별한 뭔간 아냐
반짝이던 dream은
깎여 나간 지 오래
Wasting every second
난 돌멩이나 될래
 

어쩌면 취업이 힘든 현재 상황에서 청춘들이 무기력함과 자기혐오에 빠지는 구조라고 볼 수도 있다. 나는 ‘타고난’, ‘특출난’ 어떠한 재능이 없는 것 같고, 그래서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들이닥치는 무력함. 인생을 되는대로 굴러가게 하다 보니, 시간은 허비되는 것 같은 느낌. 차라리 돌멩이나 되고 싶은 그런 마음.

그러나 가사 마지막의 ‘그냥 돌멩이?’처럼. ‘정말 이 굴러감은 아무 의미 없는 걸까? 내 삶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도 되는 걸까? 재능도 없고, 특별하지 않은 나이기에 성장하기 무섭지만. 근데 내가 정말 아무런 재능도, 특별함도 없는 걸까?’ 고민하게 되는 순간.

 
 
어여쁘고 슬픈 이별, 네버랜드를 떠나며


 
 
고민을 하게 되는 순간, 소년들은 성장해야 함을 깨닫는다. 자신의 유혹, 합리화와 무기력의 상태에서 벗어나, 이내 이 네버랜드를 떠나야 함을 인지한다.

 
아름다웠던 그 모든 게
진실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난
잔인한 그 거짓을 뱉으려 해
무책임한 꿈의 낙원에
마지막 인사를 건넬게
My Peter Pan
 

꿈의 세계란, 사실이 아니기에 꿈인 것.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실이 아니다. 매일이 따사로운 계절이고, 늘 밝은 태양이 빛을 비추는 곳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다. 너무 달콤한 것은 거짓일 뿐이다. 완벽한 이상향, 유토피아도 너무 이상적인 것이기에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역설적으로 절대 닿지 못하는 이상을 비유하는 것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네버랜드는 그저 환상으로밖에 남을 수 없다. 그렇기에 네버랜드의 상징인 ‘피터 팬’에게도 안녕을 고한다. 평생 자라나지 않는 피터팬과 달리, 우리는 성장을 택했기 때문에.

 
내 마지막 피난처
바랐어 endless flying
It’s the end, it’s true
Neverland, my love 이젠 안녕
And I’m free falling
 
 
현실을 깨닫는 순간은 잔인하다. 새로운 사실을 맞닥뜨리는 것은, 늘 아프고 겁난다. 끝이 없는 비행이길 바랐지만, 환상의 끝과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비행은 추락이 된다. 끝없는 비행인 endless flying은 자유 낙하인 free falling이 된다. 실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Free Falling’ 노래에서도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날 두렵게 만든 추락
너와 나 함께- 인 이상
끝이 없는 비상이 돼
 

추락이 비상이 되는 순간, 내가 너를 믿는 순간, 이 비상은 드넓은 하늘에서 계속될 비행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이 유혹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는 다음 앨범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믿은 ‘너’라는 구원의 존재가 있을지, 아니면 스스로 꿈에서 깨어 책임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일지.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들이 스스로 추락할 각오를 했다는 것이다.
 
 
허공 위를 달려서
땅을 향해 전속력
Time to fall, it’s time

No matter where I go
여긴 no home
두려워도 난 더 아래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흔한 말처럼, 곤두박질치지 않고서는 다시 떠오를 수 없을 것이다. 태양이 지지 않아 밤이 오지 않는 네버랜드에서는 아무도 별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어둠이 있어야 빛을 찾을 수 있고, 아래로 처박힐 각오를 해야 위로 솟을 수 있다.

 

[포맷변환]2-09a308d5dce0cc40f8028392746fd883.jpg

 

 

 

위로도 유혹적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번 앨범은 성적이 증명하듯, 작품성이 굉장히 높은 앨범이었다. 특히 세심한 스토리와 세계관을 좋아하는 나 같은 대중에게는, 앨범 하나가 굉장히 짜임새 있는 스토리였기에 과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세계관 자체가 대서사시인 그룹이니, 감히 기대를 뛰어넘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와 키 컨셉이 현재 1030세대를 잘 타겟팅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세대가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우울함을 때로는 리드미컬하게(2번), 때로는 긍정적이게(3번), 때로는 함께 침잠하며(4번) 위로해주는 앨범이었다. 노래 외적으로도, 유혹당하는 앨범 3개 버전과, 역으로 유혹하는 앨범 버전까지, 총 4개의 앨범 컨셉을 통해 비주얼적으로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줬다. 노력한 만큼 나온 성과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모든 노래 중 내 최애 노래가 되었다. 기타로 시작하는 쓸쓸한 도입부뿐만 아니라, 노래에서 가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너무나 완벽한 한 이야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큰 배경음이나 기교 없어도 감각적인 느낌을 살리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의 보컬 향상도 크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파트가 다 입체적으로 살아있고, 그래서 모든 가사가 더 마음에 착실히 와닿는다. 아마 이 최애곡은 경신되기 힘들 것 같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이번 활동을 마무리하며,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다시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 '이름'에 걸맞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색채를 내보였다. 모든 챕터들과 그 흐름은 언제나 탄탄하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동화와 영화 그 자체였다. 특히 하나의 주제에서도 여러 변주를 통한 많은 곡을 통해 다양한 감상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네버랜드를 떠나며’와 ‘Tinnitus’를 통해 슬프고도 담담한 위로를 바탕으로 힘을 내서, ‘Happy Fools’처럼 행복한 바보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도 해피풀스로 산다는데, 나쯤은 더 해피풀스풀스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태그_주영지.jpg

 

 

[주영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