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작품, 아는 것이 힘일까? - 제3회 인사이트 데이

글 입력 2023.02.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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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리고 전시를 좋아하는 내게 도슨트는 미술관에 항상 자리하고 있는 존재, 수십 명의 관객을 당당히 이끌며 작품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그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필수 불가결한 미술관의 구성원인 도슨트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진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불과 몇 년 전부터 도슨트라는 직업이 미술과 함께 주목받고 성장하면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둘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신촌 스페이스 유엠에서 진행된 제3회 인사이트 데이 <나라는 액자를 통해 미술 감상하기>에서 강연자로 나선 고예지 도슨트는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다양한 예술 모임도 주최하고 있다. 그는 도슨트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부터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술의 필요성까지, 다채로운 인사이트를 전해주려 강연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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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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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예지 도슨트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어떤 전시인지 소개하는 사람'으로 도슨트를 간단하게 정의했다. 더하여 도슨트의 꿈을 갖기까지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흥미와 성향을 고려해 도슨트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중국어를 전공해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상업적이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게 되는 업계의 현실을 직면해 과감히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아 떠난 유럽 여행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 되었다. 유럽 여행의 필수코스인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해 예술을 체험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2018년도 11월부터 2019년도 3월까지 DDP에서 개최된 키스해링 전시회의 주말 스태프로 일하며 흥미를 찾았다.

 

전시장에서 일하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문을 열고 닫으며 아무도 없는 텅 빈 전시장을 보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도 말했다. 그곳에서 전시해설을 하는 도슨트를 처음 만나게 되면서, 직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호기심은 퇴근 후에 전시 스크립트를 혼자서 써보고, 비전공자로서 해당 직무를 배울 수 있는 양성 프로그램을 찾아 수강하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교육을 받고, 백범김구기념관에서의 첫 도슨트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관객의 진심 어린 공감과 함께 성향 또한 직업으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딱 들어맞았다. MBTI 검사 결과 사람을 알고 싶어 하고, 오지랖이 넓기도 하면서 성장과 가능성을 중시하는 ENFJ의 특성은 많은 사람 앞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때로는 임기응변해야 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분위기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대처하는 능력도 필요한 도슨트 직무에 적합했다.

 

흥미와 성향은 곧 적성이 되어 백범김구기념관 이후, 송은 아트 스페이스와 국립중앙박물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전시를 해설하는 기쁨을 마주해나갔다.

 

그렇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지속할 힘을 안겨주었고 그 힘은 '도슨트 고예지'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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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예지 도슨트가 쌓아온 커리어

 

 

 

'비전공자' 도슨트



한편, 고예지 도슨트에게는 '비전공자'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비전공자로서 도슨트를 시작하게 된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스크립트를 준비한다. 또한 비전공자로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시각을 관객들에게 제시하기도 한다.

 

미술사적인 지식으로만 작품을 바라보고 정형화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순수한 마음과 주관적인 해석으로 작품을 읽어내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미술을 잘 몰라서 작품보기를 망설이는 관객들에게 용기를 주고, 또 다른 보기의 방식을 전해줌으로써 각자의 개성이 담긴 감상법을 쌓아나가는 것과 더불어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러한 방식은 강연이 마무리된 후, 워크숍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작품을 보고 떠오르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생각해보거나, 작품명을 지어보는 활동으로 작품의 무한한 해석 가능성을 마주했다.

 

 

"지식 없이 보는 예술도 좋고 재밌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미술 작품에 있어서는 아는 것 이외에도 알지 못하는 힘이 독특한 작품해석 능력과 개성 있는 시각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둘수록,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고예지 도슨트의 강연에서 알지 못하는, 즉 모르는 힘이 예술적인 삶을 향유해나가는 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새로이 느끼게 되었다. 강연에서 제시한 감상법을 장착한 채 전시장을 방문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강연장을 빠져나오며 왠지 모르게 후련했다. 동시에, 미술사적인 지식으로 전시작품을 명쾌히 해석하지 못해 찜찜하게 전시장을 빠져나왔던 지난날의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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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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