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젊음과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인가 [공연]

글 입력 2023.02.09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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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라본 124년 전 파리의 물랑루즈는 살아있었다.

 

보헤미안석에서 바라본 배우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역동적이라, 죽어있던 세포까지 흔들어 깨우는듯했다. 자본주의에 걸맞은 뮤지컬이란 별명은 겉으로 보기에도, 엔딩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되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과연 온전히 젊음과 사랑을 노래하는 작품일까?

 

관객들은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곤 한다. 정서적 개입에 능하다는 거다. 따라서 무의식적으로 주인공이 추구하는 가치를 동일하게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효율과 이성이 이상하도록 강조되는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낭만과 예술을 절대적 가치로 흠모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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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이 내리기 직전 2막 후반부에선 크리스티안과 지들러, 로트렉과 산티아고는 진실, 자유 그리고 아름다움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여느 예술 작품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물랑루즈> 역시 낭만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렇담 자연스럽게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는 자는 권력과 자본을 상징하는 공작이 된다.

 

2막이 시작되며 크리스티안이 관객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의 첫사랑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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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은 첫사랑에 빠진 인물이다. 수긍보단 반항을 택하는 사회초년생의 모습도 보이고, 현재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진솔한 인물이다.

 

그와 같이 사랑에 빠진 사람은 탈선한 열차와 같은데, 이들은 평소 하지 않던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이거와 기존 가치관을 계속해서 바꾸어 가는 과정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궤도를 뒤틀려 벗어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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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사틴은 그렇지 않다. 한 발자국 더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다.

 

그는 현명한 인물이다. 숱한 경험과 씁쓸한 현실을 걸어왔으며 현실에 보다 순응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사랑의 힘이라고 봐야 할까, 순진한 크리스티안과 사랑에 빠진 사틴 역시 사랑을 택한다.

 

누구보다 현실적이지만 누구보다 진실한 사랑을 믿는 인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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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밌는 점은, 사랑을 택한 사틴이 죽는다는 것.


사실 <물랑루즈>의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새드 엔딩이라 볼 수 있지만, 권력과 자본에 순응하지 않은 자들의 최후를 보여주기도 한다. 낭만과 거리가 먼 자본이 승리를 취했다고 볼 수 있는 엔딩이 생각보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그것도 파리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하는 <물랑루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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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간파했듯 공작은 로맨틱하지 않은 인물이다. 공작이 원하는 건 사틴과의 진정한 사랑이 아닌 통제이다.

 

그는 자신이 그린 빅픽처에 들어맞는 온전한 통제를 원하는 인물이다. 어떤 것을 진정 원하는 게 아니라, 통제를 위해 갖는다는 거다. 그는 스스로 그려온 큰 그림에 얼룩을 칠한 자가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처리하는 무서운 인물이다.


공작의 입장에서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사랑은 통제 불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공작이 최후로 원했던 건 둘의 파멸이었을 것이다. 세상이 공작의 뜻을 알아줬던 걸까, 사틴의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은 끝이 난다.

 

죽음보다 더 완벽한 파멸이 있을까? 파리를 배경으로 사랑과 예술을 노래하는 <물랑루즈>는 사실 권력에 무릎 꿇는 젊음과 낭만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사틴은 다른 인물과 다르게 오로지 크리스티안의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공연을 지속한다. 숨을 쉴 때마다 피를 토해내는 몸으로 여력을 다한다. 그는 유일하게 가난을 피하기 위해 공작의 비위를 맞추는 인물이 아니었다.


1막의 아름답고 당당하던 사틴의 모습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2막이 되면 고통 속 살아가는 사틴만이 남는다. 슬프게도 크리스티안과의 사랑이 짙어질수록 사틴은 삶으로부터 멀어진다. 세상이 공작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아마 사틴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랑한다면 파멸밖에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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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틴은 사랑하는 인생을 택한다. 보기만 해도 사랑할 용기가 피어오르지 않는가?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모습은 우리를 사랑하고 싶도록 만든다.

 

한 번 사는 인생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면, 극장에서 그들의 사랑을 참고하는 게 어떨까?

 

 

[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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