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프랑스 미술 여행,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글 입력 2023.01.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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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때 나의 목적은 단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궁금했으니까!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그 안엔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지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그렇게 큰 줄은... 너무 안일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유명하다고 익히 들어온 작품들만을 빠르게 훑어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 늦게 입장한 결과는 참으로 참혹했다. 그 이후 루브르 박물관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많지 않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다. 누군가 루브르 박물관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딱히 해줄 말이 없다는 사실이 퍽 속상했다.

 

그런데 이제는 뭐라도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나는 비로소 진정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를 읽고 있으면, 마치 도슨트와 단둘이 프랑스 유명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루브르 박물관을 예로 들면, 저자는 그 거대한 공간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루트를 독자에게 안내한다. 실제 그림 앞에 서서 도슨트를 듣는 기분으로 한 점 한 점, 충분한 설명과 함께 작품들을 탐험할 수 있다.

 

단순히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실제 각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루트를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구성은 다른 미술 안내서와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을 확연히 구분하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몰입감과 집중도, 나아가 작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공감하도록 이끄는 힘이 훨씬 짙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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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나와 성모자

레오나르도 다빈치(1501~1519, 루브르 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한 점 있다. 그 이름하여 <모나리자>.

 

실물로 보면, 그 크기로 인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올 타임 레전드인 작품이라는 점만큼은 몇 세기가 지나도 변치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광활한 루브르 박물관에 <모나리자>만 존재할리 없지 않은가?

 

루브르 박물관에는 <모나리자> 말고도 다빈치의 걸작들이 다수 존재한다. 지금 소개할 작품도 그중 하나이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그린 <성안나와 성모자>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희생의 길로 들어서려는 예수와 그런 예수의 운명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냥 기쁜 마음으로 보낼 수만은 없는 성모 마리아의 모성을 담은 그림이라고 한다.

 

성모 마리아의 모성이라. 어쩌면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구원자로서의 예수만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 아니 마리아에게 예수는 아들이었다. 엄마와 아들. 그 애절한 관계를 우리는 너무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엄마로서, 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어찌할 수 없이 바라만 봐야 하는 마리아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 마음을 생각하며 그림을 다시 보니, 참으로 안타까운 감정이 차오르는 것이었다. 가슴속에 뭔가 뜨거운 감정이 차오르면서 예전에 즐겨 보았던 드라마 <궁>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왕세자 이신에게 언제나 모질고 차가울 수밖에 없었던 국비. 그랬던 그녀가 딱 한 번, 엄마로서 아들에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었다. 정확한 문구가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래와 같은 뉘앙스의 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평범한 엄마와 아들로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나 또한 바랐던 적이 있었다.

 


대사를 들으며 국비와 엄마라는 두 역할 사이에서, 끝내 국비의 역할을 선택해야만 하는 엄마의 안타까움이 느껴져, 어린 나이였음에도 애석함을 느꼈더랬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왕세자를 따스히 안아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 그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국비이자 엄마의 마음은 내가 느낀 그 이상이지 않았을까?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덕분에 이렇듯, 그림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 기회를 준 책에, 그리고 저자의 설명에 감사함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하고픈 마음이 생겨났다. 또다시 파리에 방문할 수 있다면, 그때는 하루 종일 루브르 박물관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속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지!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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