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잃어버린 크리스마스를 찾아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12.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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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메리크리스마스!

 

이런저런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연말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시작을 기대해야 하는 바야흐로 12월의 끝자락이 왔다.


2022년도의 막바지와 동시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휴일 중에 하나 크리스마스가 여느 때와 똑같이 다가왔다. 거리에는 캐럴 따위의 겨울 노래가 울려 퍼지고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며 집집마다 초록과 빨강의 색을 활용하여 집을 꾸미곤 한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대형 마트를 돌며 아이를 위한 선물을 고르고 고급 레스토랑은 휴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또 어떠한가? 초월적인 존재의 탄생을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연말을 기념하고 크리스마스라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초를 꽂고 촛불을 '후'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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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부터인가 나는 이런 '크리스마스'가 부담스러웠다. 모두가 즐거우니까, 모두가 행복해하니까 크리스마스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도 그들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도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평범한 날들과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서 독특하고 새로운 일정이 없으면 불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면 마치 실패한 사람인 것처럼 스스로가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면 맛있는 음식과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찍은 사진들이 가득한 데에 비해 나는 그저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게 썩 달갑지 않았다. 여유롭게 영화를 보는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활동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산타가 내 집에 찾아오지 않았던 순간부터 크리스마스는 내게 그저 빨간 날 중에 하나였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만나 특별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휴일의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다. 동심과 함께 사라진 나의 크리스마스는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새롭게 다가왔다. 어떤 크리스마스에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사진을 찍어 어떻게든 '크리스마스에 행복한 나의 존재'를 SNS에 올렸다. 마치 생존신고라도 하듯이.


이번 크리스마스는 주말이었고 나는 친구와 함께 근교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여행의 근거는 당연 '크리스마스'였다. 여행을 계획한 올해 10월 나는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보다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이다. 이번에 간 여행지 '공주'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서인지 크리스마스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없었다. 거리마다 화려한 조명도 없었고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도 없었다.


친구와 내가 간 산성시장은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일찍 문을 닫았고 오히려 아무런 휴일도 아닌 26일,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장날에 사람이 가장 많고 활기찼다. 어째서인지 그런 시장의 분위기는 크리스마스라는 역설에 빠진 나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크리스마스보다 장날에 더 밝아진 분위기, 활기를 띤 시장 사람들, 장을 보고 칼국수를 먹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최근 든 나의 생각에 뒷받침을 해주었다. 크리스마스에 그저 그래도 된다. 크리스마스도 그저 수많은 날 중에 하나이다. 특별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 크리스마스보다 장날을 즐기는 시장 사람들처럼 나도 나만의 휴일을 즐기고 살아가면 된다.


눈으로 덮인 공산성을 걷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눈길에 미끄러질까 발끝에 힘을 단단히 주면서 공산성을 걷고 저 멀리 공주를 내다봤던 저녁, 크리스마스라는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 행복했다. 찬바람이 얼굴 끝을 매섭게 때리고 가는 기분이 상쾌해서, 손에 한가득 든 마지막 남은 시장 닭강정 냄새가 달콤해서, 내 옆에 있는 오랜 친구와 여행에 왔다는 게 기분이 좋아서 등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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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무리하며 당신의 크리스마스는 어떠했는지 묻고 싶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때로는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면서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행복하지 않은 나를 탓하고 무슨 불행한 일이 일어날까 봐 전전긍긍해 하는, 그런 나의 크리스마스는 본래의 의미를 잃었다. 크리스마스의 강박에서 벗어날 것이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일찍부터 고민하고 걱정하기보다는 나만의 홀리데이를 가지기를, 나의 속도로 나의 휴식을 취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또 일년이 지났고 새로운 2023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모두 각자의 방향성을 가지고 달려나가기를, HAPPY NEW YEAR!

 

 

[안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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