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친절함을 잃지 않는 사진 마에스트로 - 알버트 왓슨 사진전

글 입력 2022.12.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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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레이트의 대가, 알버트 왓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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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에 선글라스를 낀 채 정면 위를 응시하는 듯한 남자, 그는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이자 현대미술의 거장인 앤디 워홀이다.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액세서리, 표정까지 워홀의 당당하고 위엄있는 모습을 담아낸 흑백 사진은 그의 정체성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워홀을 완벽한 피사체로 기록한 사람은 바로 패션 포트레이트의 대가, 알버트 왓슨이다. 왓슨은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인사들의 인물 사진과 1977년부터 올해까지 패션잡지 보그의 표지를 100회 이상 촬영해온 사진작가다.

 

그러한 명성에 걸맞게 어빙 펜, 리처드 애버던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었지만, 카메라의 눈을 빌려 장애를 극복해 한계 없는 도전을 해왔다.

 

그는 81세의 현역 거장으로 현재에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상업 사진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연과 인물, 정물 등 다양한 장르와 주제로 다수의 개인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예술가로서 풍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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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3월 30일까지 4개월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알버트 왓슨의 대표 사진 작품을 총망라한 ‘WATSON, THE MAESTRO-알버트 왓슨 사진전'이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그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외부에 최초 공개되는 최신작까지 총 125점을 엄선하여 소개하고 있다.

 

전시회는 전반부 4개 섹션, 후반부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반부 챕터1 [왓슨 연대기]에서는 성공한 패션 사진작가에서 마에스트로가 되기까지 왓슨이 걸어온 사진 연대기를 소개한다. 전시 후반부 챕터2 [왓슨 스튜디오]는 그의 작품에 깃든 비하인드와 함께 위대한 작업이 탄생하는 스튜디오를 재현한 섹션이 기다리고 있다.

 

 

 

작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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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연대기]의 첫 번째 섹션인 'LA로 간 스코틀랜드인'은 알버트 왓슨이 1970년 가족과 함께 미국 LA로 이주한 뒤, 사진작가로서 자신만의 고유의 스타일을 찾아가던 시기의 초기작이 전시돼있다.

 

왓슨은 이 시기에 개인의 취향을 알아가며 다양한 사진표현을 연구했는데,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준비 기간으로 삼아 미국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여행 과정에서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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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이주해오기 전, 스코틀랜드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영화제작을 전공한 왓슨은 전공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초기작에 담아낸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매력적인 구도가 그의 초기작에서 발견되는 까닭이다. 특히 그림자의 극명한 대비와 프레임 안에 미니멀하게 구성된 피사체는 모델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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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히치콕, 로스앤젤레스 (Alfred Hitchcock, Los Angeles, 1973)

 

 

이어지는 [히치콕] 섹션에서는 왓슨의 초기 포트레이트 사진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은 상업사진 분야에 입문한 왓슨이 함께 작업한 첫 번째 유명인이다. 1973년,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의 크리스마스 호 모델이었던 전설적인 영화감독 히치콕과의 만남은 왓슨의 커리어에 더할 나위 없는 전환점을 안겨주었다.

 

엉뚱하고 우스워 보이기도 하는 작품 속, 크리스마스 장식 리본을 단 거위의 목을 쥐고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는 감독의 모습은 히치콕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전 패션사진 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기에,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선사한다.

 

동시에, 피사체의 특징을 한 화면에 가득 차게 그려내어 인식하게 해주면서도, 한번 보면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강렬함을 선사하는 왓슨의 독보적인 스타일이 단번에 각인된다. 1973년, 이 사진을 본 당대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히치콕을 촬영한 이후, 왓슨은 패션사진 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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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 계에서 인정받은 후, 그는 LA와 뉴욕을 오가며 본격적인 패션 사진작가로서 활동한다. 1977년 패션잡지 보그의 첫 표지 촬영을 시작으로, 활동의 거점을 뉴욕으로 옮겼다. 프라다, 아르마니, 리바이스, 레브론 등 주요 광고사진을 촬영하면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어나갔다.

 

때로는 모던하게, 때로는 강렬한 방식으로.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패션업계에서 왓슨의 스타일은 단연 돋보인다. 흑백과 컬러에 상관없이 이미지를 구성하는 피사체들은 가장 완벽한 구도와 순간 속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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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 계에서 큰 주목을 받아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지만, 왓슨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는 스튜디오 촬영이 끝난 다음 날에는 다른 대륙에 있는 박물관에서 셔터를 눌렀다. 1978년 세계에서 가장 큰 로데오 중 하나인 캐나다의 캘거리 스탬피드 촬영을 시작으로, 틈틈이 여행하며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왓슨 연대기]의 총집합인 본 섹션에서는 인물, 풍경, 정물 등 평생에 걸쳐 알버트 왓슨이 연구하고 진행해온 다양한 주제의 사진 영역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면, 장소가 어떻든 개의치 않고 달려가 셔터를 마음껏 누른 영광스러운 흔적이 연대기 순으로 전시되어 있다.

 

 

“좋은 점은 내가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나쁜 점 또한 내가 모든 것에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그만큼 내 생각이 모든 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보그 촬영을 위한 오뛰르컬렉션을 찍으러 파리로 날아갔다가 다음 비행기로 이집트 박물관에 가서 투탕카멘의 전리품을 찍는다는 것이 재미있지 않나요? 나는 그저 흥미로운 것을 찾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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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잡스, 쿠퍼티노, 캘리포니아,2006 (Steve Jobs, Cupertino, California, 2006)

 

 

[비하인드 더 씬] 섹션에서는 왓슨의 아이코닉한 작품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본 섹션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이미지는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스티브 잡스의 사진 한 장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정체성을 군더더기 없이 묘사한 이 사진 한 장은 사망 당시 애플 본사의 부고 사진으로도 활용된 왓슨의 완벽한 작업물이다.

 

스티브 잡스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20분 만에 그의 천재성과 지성, 자신감 등을 포착해 얻어낸 이 사진은 잡스에게 위대한 찬사를 받았다. 어떤 인물을 찍느냐에 따라 작업 방식을 달리한 왓슨의 프로페셔널한 정신은 감동이 되어 찬사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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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의 [왓슨 스튜디오] 섹션은 알버트 왓슨이 작업한 테스트샷과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즐비해 있어 그의 작업 환경을 살펴보기에 적합하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과 사진 작품, 실제 장비가 세팅된 스튜디오가 들어선 섹션 곳곳에는 왓슨의 가치관도 드러나 있다.

 

"촬영할 때 모델이 마라케시 시장의 짐꾼이든 모로코의 왕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마음을 가지고 모두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두에게 친절해 보세요."

 

보그의 프랑스판 촬영을 위해 1978년 처음 방문했던 모로코는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왓슨이 이따금 거처하는 제2의 고향이다. 사전자료 조사부터 촬영,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아날로그로 진행한 마지막 프로젝트에서 모로코와 모로코인을 향한 애정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모두에게 친절해 보는 것, 동등한 하나의 주체로 피사체를 대했기에 왓슨의 사진은 그 어떤 이미지보다도 진실하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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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디지털 런웨이] 섹션은 실제 작품으로 만나지 못한 왓슨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왓슨이 직접 고른 곡들로 채워진 공간에서 자신의 사진 인생과 관련해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갓 데뷔한 사진작가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유명 포토그래퍼, 진정한 사진 마에스트로로 성장해 나갔던, 그리고 현재에도 진행형인 그의 인생을 전시장에서 발걸음을 옮기며 마주해보았던 시간이었다.

 

알버트 왓슨이 지닌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수백 장의 사진 속에서 발견하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그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까지 쏟았던 열정과 피사체를 대했던 태도는 사진의 가치, 그 이상으로 빛나 보였다.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같이 따라 걸으면서, 필자가 앞으로 마주할 사람과 가꾸어 나가야 할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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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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