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덕질합니다 - 제1회 인사이트 데이

글 입력 2022.12.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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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 :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

 

 

난 덕질을 한다.

 

대중적인 대상은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꽂힌 노래 하나인데,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덕질중이다. 덕질하는 이유? 그런 건 없다. 그냥 좋아서 듣는다.

 

이 노래에 얼마나 진심인지 증명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못해도 100,000번은 들었다고 하면 되려나.

 

조금 더 파고들어서 덕질의 사전적 정의에 알맞는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우선 노래에 진심인 만큼 가수에도 진심이다. 지금은 해체했지만 이 아티스트가 부른 모든 곡을 찾아들을 정도로 그들의 곡을 좋아했다.

 

노래가 담긴 앨범도 좋아했다. 몽환적인 감성이 가득 담긴 앨범 표지를 손으로 따라그렸고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사용해 몇 시간을 공들여 그리기도 했다. 잘 그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한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린 건 아니니까.

 

온라인에 올라온 커버곡은 죄다 들어봤다. 기타, 피아노, 드럼을 비롯한 악기 커버곡부터 다른 아티스트나 일반인이 부른 커버곡까지 안 들어본 커버곡이 없을 정도다.

 

회원가입시 짓는 닉네임조차 해당곡의 이름을 빌렸다. 안 들어간 닉네임을 찾는 게 드물다.

 

내가 드러낼 수 있는 건 이 정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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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의 최종 끝판왕이 있다면 엠디랩프레스(MDLabPRESS)의 <글리프>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글리프>는 작가를 소개하는 잡지다. 이 잡지가 담는 것은 작가가 남긴 모든 것이다. 작가의 손길이 묻은 사소한 것까지 모두 모아 한 권의 잡지에 보관한다. '아니 이것마저도?' 싶은 것을 앰디랩프레스는 수집한다. 전형적인 덕질이다.

 

이전부터 <글리프>를 알고 있던 건 아니다. 엠디랩프레스의 열렬한 팬인 것도 아니다. 이번 강연에 참가하고 나서 처음 알게 된 잡지다.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이번 강연에 참가한 이유는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나 확인해보고 싶어서다. 강연 내용도 물론 중요했지만 강연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과연 어디까지 가 닿을 수 있을까, 그들의 에너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람의 진심은 어디까지 전달될까, 하는 것이 궁금했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서는 후광이 느껴진다. 정말 오랜만에 찬란한 빛이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강연이 이어진 3시간 동안 한 순간도 박준기, 김다희 에디터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강의 내내 더 이야기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그들은 쉴새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이 사람은 정말 진심이구나,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보는 사람마저 빨아들일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매순간 터져나왔으니.

 

그들의 덕력에 이끌린 시간은 내가 잊은 걸 상기시켜주었다. 분명 나도 하나의 결과물로 내 덕력을 증명하려고 한 시절이 있었다. 내가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악기를 동원해서 최애 곡을 리메이크 하는 것, 거기다 내 목소리를 얹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 라고 순수하게 생각하던 시절이 기억난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안 하게 됐을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열의가 사라진 것 같다만 그럼에도 난 아직 덕력을 유지하는 중이다. 덕력도 종류를 나눌 수 있다면, 난 아마 얅고 길게 가는 스타일인 것 같다. 강하게 치고 나가진 못하지만 은은하게 쭉 밀고 가는 것. 내 방식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거라고, 난 그렇게 믿고 있다.

 

내 방식은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이 큰 장점이지만 그 세기가 약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파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런가, 순간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퍼뜨리는 사람에 이끌릴 때가 많다. 나와는 다른 결을 가진 사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덕력은 날 매료시킨다.

 

그들 덕에 <글리프>가 궁금해졌다. 그들이 만든 <글리프>는 어떤 모습일까 알아보고 싶어졌다. 작가를 잘 알진 못한다. 내가 잡지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이번 강연에 올 때도 엠디랩프레스와 <글리프>를 알고 온 것은 아니니. 어쩌면 모르지. <글리프>를 보고나면 그들이 애정하는 마음으로 소개하는 작가가 궁금해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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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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