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만 생각하는 나에 대한 나의 고찰

글 입력 2022.11.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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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만 생각해'라는 말을 들었다. 파도 앞에서. 아니, 어떻게 보자면 뒤에서. 혹은 옆에서. 어귀에서.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냥 파도 근처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더 분명하게는 집과 327km 떨어진 곳에서. 파도 근처였다는 사실이 무언가 영향을 줬는가. 배경을 바꿔 끼워 본다. 일단 대척점에 있는 산으로. 수풀 근처였다면. 모래 사막 근처, 빙상 호수 근처였다면. 종로타워 근처였다면. 근처에 뭐가 있는지 인식조차 불가했다면.

 

모든 if는 fail로 뒤집히고, 길어진다.

 

'너는 너만 생각해.'

'너는 너만 생각해.'

'너는 너만 생각해.'

 

구르고 베이고 풍화되어 수백번 닳고 오염된 이 말이, 대부분의 경우에 '너는 이기적이다'라는 의미를 껴안은 문장이 그 상투성을 단숨에 떨궈냈다. 오직 말 그대로만이 남는 게 신기했다. 그의 뜻은 달랐다. 아니 아니, 너 이기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라고 급하게 말을 붙였지만 말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알았다. 파도는 파도고, 나는 나만 생각한다. 여기에 오해가 끼어들 틈은 없다.


이 말이 이렇게나 뇌리에 들러붙은 이유는, 말의 이중성 때문도 장소의 인상 때문도 아니다. 발화자의 특이성과 '나는 나만 생각한다'는 바로 그 속성이 합심한 결과이다. 또 이렇게 증명해낸 셈. 맞다. 나는 주로, 대부분의 상황에서 나를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문법이고 방어기제이며 생리이다. 1)나는 나만 생각하고, 2)그렇게 나만을 탐구하고, 3)결국 내가 아니게 된 나 때문에 슬퍼하며, 4)그럼에도 내가 나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여기까지 읽은 이라면 '나는 나만 생각한다'라는 말이 뭔지 너무 진하게 감각했을 것이다. 자의식 과잉은 어떻게 예방, 아니, 치료하는지.)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내 모든 결핍이 그 하나로 설명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모양이 다른 수십 수백 개의 좌물쇠가 단 하나의 열쇠에 '카락'하는 마찰음을 토해냈다. 그것은 정말 진리라 이름 붙일만 한 것이었다. 그만큼 날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래서 이 기회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황이 또 방황을 낳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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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를 소개한다.

 

*

 

자기 소개

 

나만 생각하는 나입니다.

 

 

뭘 좋아하나요

 

이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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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쓰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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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리는 거.

모든 게 끝나고 어떤 게 시작되는 감각.

내일 점심을 요리하는 상상과 함께 잠드는 거.

고양이.

(3마리 쯤 모여 있으면 더 좋음)

 

 

뭘 싫어하나요

 

쓸 수 있다는 가능성. 가끔 쓰는 것도.

정확히는 못/안 쓰는 거.

늦게 일어나는 거.

그리고 더운 거. (모든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해짐)

 

 

요즘 뭐 하고 지내나요

 

추운 게 달갑다. 옷이 무거워져서 좋다고 생각하며 옷장 정리를 자주한다. 요리를 더 자주 한다. 글을 쓰고 싶은 데 못 쓴다. 온전한 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 (또 '나'!) 어쨌거나 어디서든 나를 생각한다. 나의 문제, 나의 결핍, 나의 속성에 대해 생각하다 결론없음 혹은 결론과잉에 가슴 몇 번 두드리다가 온수로 씻는다.

 

너무 자주 씻어서 피부가 건조해졌다.

 

 

나만 생각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 내가 친구 A를 좋아하는 이유는 'A가 나를 잘 이해해줘서'라기 보다는 'A랑 있으면 내가 누군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에 가깝다는 걸 깨달았다.

- '나는'을 주어로 삼지 않고는 그 어떤 글도 쓰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 읽는 나를 전시하는 욕구에 시달리는 이유는 내가 나를 드높이는 유일한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나의 결핍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고 쓰고 그리고 만듦을 깨닫는다. (그렇지 않은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 내가 가장 싫어질 때는 나 이외의 주제에는 관심을 덜 나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때이다.

-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지만, 나는 때때로 나만 사랑해서 남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 나는 나의 바깥을 벗어나본 적도, 기꺼이 벗어날 용기를 가져본 적도 없다.

 

 

책을 좋아하는데 자기만 생각할 수 있나?

 

책을 좋아하는 만큼 충분히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럴 지도.

나라고 아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끝이 전부 '나'여서 결국 남는 게 그것뿐이라 그렇지.

 

 

그 사실에 문제를 느낀 적은

 

이 글을 써내리는 지금. (으로부터 먼 과거까지)

 

 

고칠 생각은

 

아래와 같은 가능성을 생각한다.

- 나를 주어로 하지 않는 글쓰기를 연습한다.

- 나보다/만큼이나 생각날 만한 누군가를 찾아 관계를 발전시킨다.

- 나 이외의 것을 위했던 때를 애써 떠올려 모조리 적어본다.

- 위 선택지가 모두 '나'로 시작함을 깨닫고 포기한다.

 


나만 생각하는 나의 장점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씹고 뜯고 맛볼 거리는 나 하나로 충분하다.

나는 대부분 나에게 있으니 혼자 잘 산다.

 

 

나만 생각하는 나의 단점은

 

혼자서만 잘 산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녹아들라고 하면 녹아들 수는 있다.

다시 주워다 얼리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괴롭지 않은지

 

괴로운데 즐긴다.

즐겨서 괴롭다. 

누가 예술가는 원래 그렇다고 했는데 이 말에는 3가지 정도의 모순이 있다.

난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정의하지 않으며

'원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막막하고

'그렇다'기엔 안 그런 예시가 너무 크게 살아있다.

 

 

나만 생각하다 나를 사랑하게 될 가능성은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애초에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내가 나만 생각함으로써 나를 사랑했다면 퀘스트 완료하듯 (관찰 → 탐구 → 사랑) 나를 정복하고 타인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사랑하기 어렵다. 연인 사이에서 너무 모든 걸 다 알려 들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나? (잘 모르지만)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만 생각하다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지

 

'미안한데 난 내가 제일 중요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설명하느라 시간을 들였다.

말을 좀 생략한 게 후회된다. 

(원문: 미안한데, 난 내가 제일 중요해 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가 애석해.) 

 

그리고 이 글이 언젠가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래도 쓰고 싶고 써야 할 것 같으니까 쓴다.

 

 

뭐가 되고 싶나요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종교적인 의미 보다는)

강조는 '사람'에 있다.


그리고 글을 자주 쓰며 소유할 수 있는 사람

 

또 뭐든 잘 하고 싶다. (제대로 하고 싶은 것 보다는.) 뭐든 잘 한다고 잘 살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말하면서 왠지 좀 자존심 상한다.

 


요즘 가장 힘든 건

 

(언제나 그랬듯) 불확실성.

 

 

요즘 가장 힘이 되는 건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몇 가지.

(ex. 내일도 운동은 가야 한다.)

 

못다한 말?

 

무엇보다 나라는 콘텐츠의 샘에 감사해야 할지도. (가끔 마르는 샘도 샘으로 쳐주나) 조금 더 좋아해도 될지도. 가끔 원망해야 할지도. 어쨌든 둘 다 할 게 분명하다. 그냥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것이 필요한 시기였다.

 

 

[오송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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